-서현이와 처음으로 함께 한 아내 생일
아내의 생일날. 매년 반복되는 생일이기에 최근 몇 년간은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은 생일날 늦게까지 근무하다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던 적도... 이제는 잊고 싶은 악몽 같았던 생일이다.)
우리 부부는 20살 때부터 사귀기 시작해 10년 넘는 시간을 함께 보냈기에 생일이라 해서 특이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생일은 달랐다. 평소라면 생일을 맞이한 아내와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이나 먹으러 갔겠지만 오늘은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아내가 서현이를 낳아 병원에 누워있었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한 아내는 팔에 링거를 꽂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먹는 것도 병원밥만 먹을 뿐,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다. 나 또한 삼시 세 끼를 병원 근처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즐거운 생일을 맞이하지 못해 아쉬울 수도 있는 상황. 아내에게 물어본다.
"생일인데 하고 싶은 것 하지 못해 어떻게 해? 아쉽겠네?"
아내가 고개를 돌려 서현이를 바라보며 말한다.
"느낌이 이상해. 서현이가 내 생일을 함께 하니까..."
그랬다. 비록 생일을 함께 맞이한 공간은 병원이었지만 무엇인가 달랐다. 10년 넘게 둘이서 보냈던 생일날인데, 이번엔 한 명이 더 있었다. 바로 우리 딸 서현이. 물론 축하한다는 말은 못 하지만, 항상 둘이 하던 시기를 셋이 함께 한다는 기분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서현이도 아내의 생일임을 알고 있는 것인지 오늘 하루만큼은 조용하다. 먹을 것도 잘 먹고, 불만이 있으면 울어서 알려주고, 잠도 잘 자고,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 입도 꿈틀거리고. 서현이라는 존재 자체가 우리 부부에게는 커다란 선물처럼 다가왔다. 소중한 아이가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는 것. 정말 일상 속 평범함이 어떻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몰랐는데 우리 부부는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닫고 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부모의 삶에 미치는 변화가 하나, 둘 시작되고 있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인지라 언젠가는 이 소중함도 익숙해지겠지만, 이렇게 기록해 둔 글 하나가 그날의 감동을 우리 부부의 기억 한 편에 저장해 둘 것이다.
+감동에 젖어 생일을 맞이했던 아내가 이야기한다.
"생각해보니까 서현이의 생일이 내 생일보다 2일 먼저 다가오니까, 내 생일은 앞으로 묻히는 거야?"
"... 함께 생일 축하 파티를 하면..."
"안돼!"
"응..."
- 매주 수요일, 교육자인 우리 부부가 4년 동안 기록해 온 육아 이야기를 펼쳐볼까 합니다.
- 추가: 당분간 매주 수요일, 토요일에 발행해보려 합니다.(기록해둔 분량이 남아서...)
- 저의 지난 글이 다음 메인 등극!!! 감사합니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ymkhog1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