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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Oct 07. 2020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끝나지 않는 BCG 후유증

며칠 전 서현이 왼쪽 팔에 고름이 생겼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갑자기 왜 팔에 고름이 생겼을까?’


한참을 생각해보니 답은 간단했다. 고름이 생긴 위치가 ‘BCG 예방접종’을 한 위치였던 것이다. BCG 예방접종이 끝나고 나서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예방주사를 맞은 부위가 올라오더니 결국 고름이 돼버린 접종부위. 갑작스러운 고름에 고민이 생겼다. 고름을 짜줄 것인가? 그냥 둘 것인가? 닭이 먼저인 것인가? 달걀이 먼저인 것인가? 아! 이건 아니구나. 쪼르르 서현이를 안고 아내에게 달려가 물었다.


“자기, 이거 봤어? 못 봤던 고름이 생겼는데 짜줘야 할까?”

"흠, 예방접종 후 받아온 가이드를 한 번 볼까?"


다른 병원에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서현이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예방접종 후 어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지가 적힌 인쇄물을 줬다. 잠시 조용히 가이드를 읽어나간다.

 

“병원에서 준 예방접종 가이드를 보니 짜주지 말라고 하네.”

"그래?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지!"


그래서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 고름을 제거하지 말라는데 나서서 제거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혹시 몰라 인터넷을 찾아보니 대부분 고름이 나중에 딱지가 되어서 사라진다고 했다. 그렇게 내버려 두었던 고름이 서현이를 씻겨주는 순간 터졌다. 아무래도 조심한다고 했지만 고름이 난 부위를 스쳤나 보다. 놀란 우리 부부는 다시 가이드를 찾아봤다. 가이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예방접종을 한 부위에 생긴 고름이 터지더라도 나머지를 짜거나 밴드를 붙이지 말고 통풍이 잘되게 하세요.]


전문가의 말이나 육아 서적 속 이야기를 잘 듣는 우리 부부는 그 말대로 행동하기로 했다. 또 가끔은 고름 터진 부위에서 열이 올라올 수도 있다고 해서 민소매 티도 꺼내 두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미리 대비하는 습관은 혹시 모를 사건&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에. 민소매 티를 꺼내 아이 머리맡에 두면서 말한다.


"역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끝없는 불확실성의 연속이구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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