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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Oct 06. 2020

아이와 함께 하원하는 길

- 일상 속 행복을 찾는 길


서현이는 새로운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다. 그래서 대견하기도 한 동시에 마음 한 편으로 짠한 마음도 든다. 만 0세반부터 어린이집을 다녔기에 어린이집을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아이.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19로 인하여 어린이집 등원이 최소화된 상황에서도 맞벌이라는 이유로 거의 90% 이상 등원을 하고 있는 딸을 보는 아빠의 마음은 씁쓸하다.


어린이집을 옮기면서 바뀐 것이 하나 더 있다. 그동안은 대학교 부설 어린이집을 다녔기에 아내가 등 하원을 시켰지만 이제는 등원은 아내가, 하원은 내가 역할을 맡아 수행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아이와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새로 다니게 된 집 근처 시립어린이집은 집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있다.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기에 서현이는 자동차로 등 하원하는 것을 꺼린다. 자동차로 다니면 편하련만 엄마, 아빠와 함께 걸어가는 것이 재미있는지 자동차를 타고 온 날이면 화를 낸다.


"자동차 타고 왔어? 왜 타고 왔어! 걸어가자니깐!!!"


별 수없이 아이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종종 아파트 주차장에 먼저 주차를 하고 어린이집으로 걸어가 하원을 한다. 그러면 아이는 활짝 웃으며 방방 뛴다. '걷는 것이 그리 좋을까?' 생각하며 나도 그랬던 적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자동차를 산 이후부터 조금씩 걷는 것이 일이 된 생활. 그러다 보니 주변을 둘러볼 시간도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걸어 다니면서 주위를 둘러볼 시간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주변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관찰할 기회가 많이 적어진 것 같다.


아이와 하원을 하면서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빠, 이 나무 좀 봐! 사이사이에 빨간 열매가 많아~. 하나 따도 돼?"


"- 아빠, 난 이 나무가 좋다?

- 왜? 잘려서 볼품없는데?

- 나무가 작고 귀엽잖아. 나뭇잎도 작아."


"아빠, 나 봐라~. 이제 난 집까지 걸어갈 수 있어. 많이 컸지?"


"와, 꽃사과나무다. 꽃사과가 많이 열렸네. 색깔도 바뀌었어."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짧은 길에서 많은 것을 보고 관찰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제와 다른 오늘을 발견하고 신기해한다. 만약 차로 하원한다면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 편리함을 추구하다가 놓치고 있는 일상 속 행복이 있는지 되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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