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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Jan 28. 2021

[서아 7일째] 산후도우미

-사람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어려운 일이다.

아내가 첫째 때와는 다르게 서아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안 갔다. 일단 코로나 때문에 산후조리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컸다. 근처에 있는 산후조리원의 경우 모든 외부강사 활동이 취소되었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또, 아내가 첫째 서현이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도 컸다. 아무래도 가족이 그곳에서 함께 생활할 수 없기 때문에 서현이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큰 단점이었다. 마지막으로 남편 또한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무래도 나는 왔다 갔다 하면서 할 일이 많은데 한 번 나가면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니. 별 수 없었다. (물론 조리원 선착순 신청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산후 도우미다. 첫째 서현이 때에는 조리원 2주, 산후도우미 2주를 활용했는데, 이번에는 산후도우미 4주를 활용하게 되었다. 마침 수원시에서 지원해 주는 것도 있고 해서 별 부담 없이 4주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산후 관리사분께서 처음 오시는 날. 나와 서현이는 어젯밤 잠을 설쳐 피곤했지만 일찍 일어났다. 빨리 나가드려야 서로서로 편하기 때문이다. 외출 준비를 하고 밥을 먹는데 관리사분께서 일찍 오셨다. 그래서 부랴부랴 서현이 준비를 시켰다. 

서현이는 산후 관리사분께서 오시는 게 신기한지 별의별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팔굽혀펴기를 왜 한 것인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그러고는 '베이비시터'냐고 물어 나를 당황시켰다. 최근 영어 단어 몇 가지를 함께 봤는데 거기서 아이를 돌봐주는 모습과 함께 '베이비시터'라는 단어가 나와서 그런가 보다. 아무래도 베이비시터는 아닌 것 같아서 베이비시터와 하우스키퍼의 중간 정도라고 대충 마무리 짓고 어린이집에 데려갔다.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을 함께 걸으며 습관의 무서움을 느꼈다. 서현이가 최근 어린이집을 계속 안 가서 그런지 잘 가던 어린이집 등원을 싫어하는 언행을 했기 때문이다. 다시 습관을 들이는 수밖에 없을 듯...

그래도 잘 등원한 뒤, 나는 동생 집으로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 그동안 서현이를 봐준 어머니가 동생 밥을 해주고 싶어 하셔서 어제 동생 집으로 가셨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드린 뒤, 다시 서현이 하원. 그리고 집으로 급하게 왔다. 아이행복카드를 내가 들고 갔기 때문에...ㅠㅠ

사실 왜 내가 그 카드를 들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계속 아내가 가지고 있었는데 내 지갑에 있었다. 아마도 서아를 낳으러 가면서 카드 몇 가지를 나에게 주었는데 그때 딸려 온 것 같다. 산후 도우미를 쓸 때 지원받는 금액은 집에 가시기 전에 긁어야 한다고 해서 급하게 카드를 들고 왔다. 

집에 왔을 때 서아는 곤히 자고 있었다. 아무래도 목욕을 한다는 것이 힘든 일인지, 잠을 잘 잤다. 덕분에 집안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관리사분이 해주시지 않는 분리수거, 첫째 서현이 관리, 그리고 빨래 등.

동생이 태어나면서 서현이도 자란 것인지 짜증 내지 않고 협조해서 금방 씻고 밥을 먹은 뒤 오랜만에 'Wii'로 운동 좀 하고 잤다. 나도 너무 피곤한 하루였기에 함께 자다 10시쯤 서아가 깨서 일어났다. 그리고 하루 기록을 하며 마무리. 아직까지는 할만하다. 둘째 서아가 순한 것일까? 아니면 첫째 육아를 통해 내가 내공을 쌓은 것일까?

아! 서현이 손발 조형물 만들어줬던 것처럼 서아 것도 만들기 위해 준비물을 사야겠다. 깜빡할 뻔... 만약 안 해주면 서아가 커서 섭섭해하겠지. 다시 한번 내 솜씨를 발휘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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