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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Feb 07. 2021

동생이 생긴 첫째 챙겨주기

서현 1789일, 서아 15일

흔히 첫째에게 동생의 탄생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육아서와 전공 서적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좀 더 신경 쓰기로 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 부부는 병원에서 퇴원할 때 첫째 서현이 선물을 사 갔다. 제왕절개 수술로 오랫동안 못 본 엄마를 다시 본 날, 동생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서현이가 충격을 받을 것 같아 철저하게 계획한 것이다. 아내는 선물을 들고, 나는 서아를 안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웃으며 나오는 서현이를 아내가 안아주며 훈훈하게 마무리. 선물은 덤이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중에도 이런 행동은 지속되어야 한다. 절대로 첫째가 소외되어 있다는 기분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 그래서 누군가 서아를 돌보고 있으면 다른 한 명은 서현이와 놀아주거나 그럴 수 없을 경우 서현이도 함께 육아에 참여하게 했다. 조금이라도 그렇지 않은 날에는 서현이가 질투심을 느낀다는 걸 알아챌 수 있기에 더욱 행동을 조심했다.

여기에 덧붙여 서현이와 단둘이 데이트도 했다. 데이트라기보다는 밀린 일을 수행한 것에 가깝지만 어쨌든 낮 시간 내내 나와 서현이는 함께 했다. 아내가 하면 더 좋겠지만 아직은 몸이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아 무리다. 아내는 다음 달을 기약...

먼저 아침에는 내 동생을 만나러 갔다. 사업을 하는 막냇동생이 부탁한 일이 있어서 도와주러 간 것이다. 서현이는 고모를 만난다며 좋아했지만 막상 사무실에 도착하니 다른 직원들을 피하느라 내 동생과 이야기도 거의 못했다. 

동생의 일을 가볍게 도와주고 함께 영화관에도 갔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 영화관을 안 가고 있었지만 딸과 함께 다른 곳을 가는 것이 더 위험할 것 같아 동네 작은 영화관을 갔다. 사람을 피해 한가한 시간에 갔더니 진짜 사람이 없어 마치 영화관을 전세 낸 듯한 느낌이었다. 거리 두기로 바로 옆자리에 앉지는 못했지만 딸과 함께 영화도 감상. 서현이가 재미있었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이어서 점심 먹기. 오랜 기간 외출을 하지 못해 서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못했다. 물론 배달 음식을 종종 먹기도 했지만 막 만들어진 따뜻한 음식을 바로 먹는 것보다 맛있지는 않기에 장보기 전에 식당에서 먹었다. 서현이는 따뜻한 음식이 맛있는지 잘 먹었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장 보기! 산후 도우미분께서 반찬을 해주고 계신데, 우리 집에 있는 재료로는 한계가 있었다. 냉동실에는 내가 좋아하는 고기만 잔뜩 있었기에 다른 재료가 필요했다. 아무래도 아내의 몸 회복을 위해서는 잘 먹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래서 장도 오랜만에 봤다. 거의 한 달 만에 장을 보러 가서 아내가 이야기한 물품만 빠르게 사 왔다. 그 사이 서현이는 피곤했는지 카트에서 잠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잠이 덜 깬 서현이가 시끄럽게 우는 소동이 잠시 벌어졌으나 곧 진정하고 함께 책을 읽었다. 이후 씻고 하루를 마무리. 바쁜 하루였지만 오랜만에 서현이와 온전한 하루를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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