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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Feb 09. 2021

보지 마세요!

서현 1790일, 서아 16일


서현이가 분주하다. 재미있게 놀던 놀이도구를 내려놓고 나에게 말했다.


"아빠, 배가 아파. 나 화장실에 좀 갈게."


그 말과 함께 화장실로 향한다. 일상적인 모습이라 새로울 것도 없다. 나도 별말 없이 일어서서 따라간다. 곧 뒤처리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터벅터벅 걸어서 화장실 앞에 도착한 나는 먼저 일을 보고 있는 서현이에게 향했다. 평소처럼 화장실 실내화를 신고 다가가는데 서현이가 말한다.


"아빠, 뭐야~. 보지 마세요!"

"???"


벌써 이런 시기가 된 것인가? 뒤처리를 하려면 어쩔 수 없는데 보지 말라고 하니... 난처했다. 하지만 여기서 당황하며 나갈 수도 없었다. 아직 서현이는 뒤처리가 능숙하지 못하다. 그래서 말했다.


"서현아, 서현이가 볼 일 다 보고 혼자 닦을 수 있어? 그럼 아빠는 그냥 갈게."

"아니, 그럼 그냥 있어도 돼!"


이럴 거면 왜 갑자기 오지 말라고 한 것인지 궁금하다. 금세 마음이 바뀐 딸이 볼 일을 다 보기 기다렸다 뒤처리를 해줬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언젠가는 서현이도 부끄럽다며 나를 나가라고 하겠지? 그 뒤로는 함께 하는 샤워도 부끄럽다며 안 할 거야. 뽀뽀도 입술에는 해주지 않고 볼 뽀뽀로 바뀌겠지? 그마저도 어느 순간에는 안 해줄 거고. 그렇게 서현이도 어른이 되겠지...'


뭔가 많이 아쉽다. 아직까지는 아빠와 함께 샤워하고, 뽀뽀해 주며 껴안고 자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데 이 모든 것이 점점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커져간다.


그래도 다행인 건 둘째가 이제 태어났다는 것. 지독한 짝사랑의 유효기한이 조금 더 연장된 느낌!


둘째 서아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볼에 살이 통통하게 올랐고, 분유도 이제 100ml를 무난히 마시는 것을 보니 좀 더 늘려도 되겠다. 장운동은 너무 활발해서 탈이며, 탯줄도 곧 떨어질 것 같다.


건강하게 자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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