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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Mar 02. 2021

손발 모형 만들기

서현 1814일, 서아 40일

둘째는 둘째인가 보다. 너무 느긋하게 반응하는 내 모습을 보니, 스스로 반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째 서현이 때에는 뭐하나 놓칠까 봐 미리 공부하고 했는데, 둘째 서아는 경험을 믿고 자꾸 안일하게 행동한다. 그중 하나가 손발 모형 만들기!


사실 서현이 때에는 조리원에서 20일쯤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조그마한 손을 누르면서 얼마나 조심했는지... 이랬던 내가 서아 때에는 '만들어야지~.'하고 안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40일이 흘러 오늘이다.


아, 물론 나도 이유는 있다. 내가 예전에 샀던 사이트에서 둘째는 '15% 할인' 쿠폰을 준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신청하려 했으나 명절인 설날이 껴서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깜빡!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 그냥 구매했다. 사실 인스타를 하지 않는 나로서는 쿠폰 하나 받자고 리뷰 쓰기가 귀찮았던 것도 있다. 이미 육아일기 쓰면서 개인적으로 기록했던 리뷰는 네이버 블로그라서 해당사항도 없고... (하필이면 하지도 않는 페이스북과 인스타라니...ㅠㅠ)


어쨌든 급하게 맘스프레즌(?)에서 구입한 물품이 도착하자마자 손발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방법은 내 머릿속에 있기에 영상도 보지 않고 만들기 시작!


일단 손발 몰드를 만들어야 했다. 동봉된 점토를 사용해 손발을 찍어준다. 맘스프레즌 물품은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길래 맘 놓고 찍었다. 알지네이트와 다르게 점토는 여러 번 다시 찍을 수 있어 편리하다. 물론 세밀함이 좀 덜하지만 만드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실제로 서현이 때에는 20일쯤 하나, 100일쯤 하나, 총 2 세트를 만들어줬다. 이때 20일쯤은 점토로, 100일쯤은 알지네이트로 했는데 가까이서 보지 않는 이상 큰 차이를 못 느껴 그냥 점토로 했다.


가 잠든 사이 찍으려 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서가 깼다. 그러고는 발버둥 치기 시작. 이때 당황하면 안 된다. 그냥 묵묵히 찍어서 마음에 드는 모양이 나올 때까지 찍었다. 옆에 서현이가 조수로 활동. 요즘 서현이는 내 요구 사항을 척척 수행해 줄 수 있을 만큼 커서 참 좋다.


이어서 석고를 물과 2:1의 비율로 섞어준다. 이때 신속함이 생명이다. 조금 있으면 석고가 굳기 때문에 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빠르게 저어줬다. 그리고 아까 만든 손발 모형 몰드에 붓는다. 그리고 기다리기!


2시간이 흐르면 점토를 떼어내고 씻어서 다듬어줘야 한다. 이때 난 집에 있는 사포를 활용했다. 물론 손발 모형을 건드리면 안 되고, 주변 지저분한 부분을 다듬는데 사용해야 한다. 잘못해서 손금이나 손톱 등의 모습이 밋밋하게 다듬어지면 안 되니 말이다. 이후 액자에 붙일 부분을 편평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사포에 대고 문질렀다. 이 작업을 해줘야 손발 모형이 액자에 잘 붙어있게 된다.


다음날(이라고 적었지만 난 12시간쯤 지난 새벽에...) 금색 칠을 해주고 말린 뒤 액자에 붙였다. 아내에게 액자 배경으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게 했더니 뭔가 익숙하다. 붙이고 나서 서현이 손발 모형을 봤더니 똑같은 모양이다. 왜 다양한 것을 추구하지 않느냐 물었더니 아내는 그 모양이 마음에 들어서 어쩔 수 없단다. 별 수없이 그냥 진행했다.


가운데 작은 미니 액자를 만들어 붙이고 양옆으로 손발 모형을 붙였다. 그러니 완성!


아내가 다음 날 아침 서아의 모형을 보고 마음에 든다고 했다. 나도 꽤 마음에 든다. 그럼 됐지 뭐.


서아는 알까? 아빠가 정성 들여 만들어준 것을?


+추가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서현이 손바닥도 하나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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