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명장면이 왜 육아에서 떠오르는가?
육아일기에 다소 생뚱맞지만 나는 삼국지를 참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삼국지를 좋아해 고우영 화백의 만화 삼국지, 이문열, 황석영 작가의 삼국지는 물론 우리 집 근처 도서관에 소장된 삼국지란 삼국지는 눈에 띄는 대로 다 읽었다. 그래서일까? 어디선가 봤던 '삼국지를 3번 읽지 않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라는 말을 신조로 여기며 생활했던 시절도 있다.
삼국지를 보면 초반에 반동탁연맹이 결성되어 전투가 벌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연합군은 동탁을 토벌하기 위해 진격하는데 맹장 화웅의 기세에 눌려 막힌다. 이때, 이름 없는 병졸이라 할 수 있는 유비의 의형제 관우가 나서서 화웅과 싸우러 가려는데 가기 전 조조가 술을 한 잔 권한다. 그리고 나온 명대사!
"이 술잔의 술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캬~ 얼마나 멋진가? 그런데 이 명대사를 보며 전율에 떨던 모습이 오늘 서아를 돌보는 데 떠올랐다. 상황은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은 이렇다. 서아가 대변을 시원하게 봤길래 서아를 안고 화장실로 향했다. 기저귀는 서아 뒤처리를 끝내고 와서 치우려 그 자리에 놓고 화장실로 가서 뒤처리를 한 뒤 자리로 돌아왔다. 이어서 서아를 눕히고 물기를 잘 제거해 준 뒤, 기저귀를 다시 채우는 데... 아뿔싸! 어디선가 듣고 싶지 않았던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뿌직!"
"안돼!!!!!!!!!!!!!!!!!!!!!!!!!!!"
방금 대변을 봤던 기저귀의 온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대변을 본 서아. 술잔이 식기 전에 맹장 화웅의 목을 베고 돌아와 술을 마신 관우를 본 조조가 놀랐듯, 나 또한 놀랐다. 물론 다른 의미로...
하아... 육아는 쉽지 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