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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게구름 Oct 22. 2018

다른 방식으로 보기 #1 좌뇌 vs. 우뇌

단순한 그림 그리기가 아닌 미술 작업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나는 사물이나 세상을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보고, 이것을 물감이나 돌 등의 매체를 사용하여 옮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 그림이나 사진을 그대로 옮긴 것을 미술 작품이라고 하지 않듯이, 남과 다른 자신만의 시각으로 볼 수 없으면 미술 작업을 시작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을 배움에 있어 첫 시작은 그리는 기술이 아닌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보는 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시각을 통해 많은 정보들을 흡수한다. 두 눈을 통해 보는 행위는 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받아들여지고 해석될 수 있다. 단순히 보는 것과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see'와 'watch'가 구별되듯 말이다. 결국 그릴 대상을 그냥 쳐다보고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자신만의 시각으로 미술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릴 대상을 깊숙이 들여다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이미 언어적 상징체계를 사용한 좌뇌식 사고 법에 익숙해져 버린 성인들은 더더욱 그렇다. 내가 했던 워크숍은 '우뇌로 그리기'이다. 좌뇌 우선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고 눈으로 보고 관찰한 대로 그리는 것이 우뇌로 그리기의 핵심이다. 물론 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좌뇌-우뇌 이론으로 단순화시켜 설명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고 사고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깊이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아이들 키울 때를 생각해 보자. 책이나 TV에 호랑이가 나올 때 "저건 호랑이야"라고 말해주면 애들은 빤히 쳐다본다. 몇 번 반복하면 애들은 말을 안 해줘도 호랑이를 구별해 낸다.  결국 처음 보는 것에 대해 시각, 청각 등 오감을 사용하여 특징을 축출하는 과정과 이를 호랑이라는 단어와 연결해 뇌의 어딘가에 저장했다가 꺼내오는 과정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2가지 과정을 기존 좌뇌-우뇌 이론과 연관시켜 보면 오감을 사용하여 특징을 축출하는 과정은 우뇌, 그다음은 좌뇌에 해당한다.  결국 언어, 이미지 등 정보의 형태보다는 입력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로 좌뇌-우뇌 이론을 해석해야 한다. (앞으로 좌뇌식 사고를 L모드, 우뇌식 사고를 R모드로 표현하겠다.)   

그런데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사람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R 모드 보다는 L모드 사용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원시시대로 돌아가 보자. 사냥을 나갔는데 멀리서 희미하게 황토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동물이 다가온다고 하자. 그 순간 R모드를 작동하여 관찰하려고 다가가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L모드를 사용하여 뇌에 기록되어 있던 이미지와 대조하여 호랑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도망쳐야 한다는 결론까지 순식간에 내릴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람은 생존을 위해 L모드를 우선적으로 하고 거기서 해결이 안 나면, 비로소 R모드를 사용하게 진화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6세 전후까지는 R모드를 많이 사용하다가 학교 교육이 시작되면 L모드를 많이 사용하게 되고, 결국에는 교육을 받고 경험이 쌓일수록 L모드에 의존하게 되고 R모드의 역량은 점점 약해지게 된다.

그림을 그릴 때도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한번 거울을 보고 자화상을 그리든 옆에 있는 사람을 그려봐라. 워크숍 첫날에 자화상 그리기를 하는데 옆에 있던 여자분은 거의 순정만화 주인공을 그리셨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림을 그릴 때 L모드를 작동시켜  '눈은 이렇게 생겼어, 코는 이렇게 생겼어' 식으로 뇌에 기록되어 있는 이미지를 가지고 그린다. 그렇기 때문에 완성된 그림이 실제와 다르게 되고,  '난 안돼. 그림에 소질이 없어'라고 하면서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의존하고 있는 L모드 대신 R모드를 작동시킬 수 있다면 남들이 그냥 지나쳤던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그림으로 옮길 수 있다면 본격적인 미술 창작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은 결코 재능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미술 선생님 말대로  잘 보고 본 대로 그리는 법을 배운다면 누구나 잘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잘 ‘볼’ 수 있으면 잘 ‘그릴’ 수 있는데,
‘보는 법’을 배우기에 앞서 ‘그리는 법’ 만을 배웠기 때문에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유난스러운 학부모들의  교육열에 밀려...'마치 학습지를 하듯이,'
그저 '잘 그리는?- 학교 교실 게시판에 붙고, 미술대회에서 상을 타야만 하는, 혹은 예중, 예고 입학을 목표로 -
미술은 단지 '그리기'도 아니고,'만들기'도 아니다.
재능이 있는 소수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은 더욱 아니다.
우리는 미술을 통해
'사물을 보는 방식'을 배우고,'나와 대면하고 표현하는 방식'을 배우고,'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배우고,
'삶을 통찰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내가 했던 우뇌로 그리기 워크숍은 12주 과정이다.

워크숍 첫 날은 12주 여정의 오리엔테이션과 증거 남기기? 드로잉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12주차 마지막 워크숍은 자화상을 그리며 마무리한다.                                    

[출처]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 기쁨과 성취를 통해 배운다는 것|작성자 Ping


2개의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듯이 12주 동안 많은 변화가 있다. 이것은 일부 재능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모든 수강생이 경험했던 것이다. 12주 동안 선생님은 그리는 기술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단지 잘 보는 법만 가르쳐 줄 뿐이다.

* 워크숍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선생님 블로그 참조 https://blog.naver.com/junghan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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