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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Jan 14. 2016

불안사회

불안사회에 사는 불안한 청년들

불안사회

85%가 대졸자이고, 75만명이 매년 졸업 이후 실직자가 되는 현실은 나를, 그리고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면, 인생의 성공길이 어느 정도 정해지기에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부터 입시를 위한 조기교육에 막대한 돈을 소비한다. 사교육 시장은 암덩어리처럼 자가 증식하여 하나의 거대기업이 되어버렸다.

입시에 실패하게 되면 낙오자로  낙인찍힌다. 그 낙인을 지우기 위해서 머리를 박박 밀고 곰팡이 냄새가 나는 재수학원에 들어가 대학을 위한 맞춤형 공부를 한다.

대학에 있다가도, 재수학원을 찾는다. 대학도 이젠 환승 시대다.

대학에선 학점이 4.0이 넘지 않으면 낙오된다. 앞길에 장애가 생긴다. 공모전은 반드시 입상해야 한다. 영어자격증 공부는 이제 공기와 같은 필요성을 갖게 되었으며, 제2외국어도 잘해야만 한다.

군대도 얼른 다녀와야 한다. 2년이 뒤쳐진 남자들은 더 바쁘다.

취직의 문은 이미 너무 비좁다. 결혼은 언제 하지, 결혼하려면 집이 필요한데 집값은 너무 비싸져버렸다. 돈이 필요한데 돈이 없다. 취직이 어렵기 때문에..

나도 지금 그 불안함을 느낀다. 절대 젊은 날의 1년, 2년은 많은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불안하다. 나보다 젊은 세대들이 내가 가야 할 길을 선점하는 것을 보면 그 불안감은 배가 된다. 내가 늦게 걷는 것 같이 느껴진다. 목표를 향해 최단거리로 계획된 고속도로에 올라선 이에게 브레이크는 없다. 내 길은 돌아가는 국도 거나, 신호등을 기다려야 하는 시내 도로 이진 않은가 나 자신을 계속 돌아본다.

한두 번의 실패는 희망과 꿈이라는 풍선에 바늘이 되어 그것들을 터트린다. 대학시절 품은 세상을 바꾸는 꿈,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꿈은 더 이상 내 꿈이 아니라 국회에 있는 선거철을 제외하면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이들의 장난감이 되어 버린다.

합격과 탈락의 기로에서 잘못된 길을 걷게 되면, 그 이후에도 같은 길을 걷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늘어간다. 그러한 언더독의 마음은 엘리트는 알 수 없기에 법안과 국가계획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스물여덟.. 나는 오늘 불안하다. 이 참을 수 없는 불안함에 첫 번째는 분노가, 두 번째는 자책이, 세 번째는 냉소가 따라온다.

신자유주의가 우리에게 피로사회를 선물했다면, 우리 사회가 주는 선물은 불안사회이다. 피로와 불안은 함께 우리의 팔과 다리에 모래주머니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자유민주적 계급은 고착화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이 불안감은 자취를 감출 수 있는 것일까..


'아프니까 청춘이다', '현재에 만족하는 삶'과 같은 말로는 더 이상 아픔이 치유되지 않고, 불안함은 없어지지 않는다. 암덩어리가 있는 몸에 멋진 반창고를 붙인다고 암덩어리가 없어지진 않는다.


존 롤즈는 저서 『정의론』에서 '정의의 2 원칙'을, 한나 아렌트는 저서 『인간의 조건』에서  '행위(Act)'를, 마이클 샌델은 『Justice』에서 '공동체'를, 한병철 씨는 저서 『피로사회』에서 '사색'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그 해결책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그리고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것이다. 본인은 앞으로의 글에서 여러 학자들의 이야기와 책들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물론 방법은 확실히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고민의 길이 분명 우리의 불안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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