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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May 01. 2016

포스트 소비사회

인간: 소비의 주체에서 소비의 객체로

"우리는 물건이다"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La Societe de Consommation》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이미 우리는 소비사회의 한복판에서 살고 있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소비하는 것을 통해 사회가 유지되는 지금, 우리는 방금도 혹은 지금도 무엇인가를 소비하고 있다. 법적으로 이야기 하면, 끊임없이 우리는 동시간적으로 체결되는 계약의 홍수 한 가운데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것이다.


의, 식, 주의 간단한 부분에서 부터도 그렇다. 심지어 전기나 집세는 1초 단위로도 계산이 가능할 것이다. 소비 없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소비의 주체로서 우리는 재화를 이용하고 물건을 지배하는 인간이 된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조금 더 보드리야르의 실제 의미와 가깝게 이야기 해보면, 우리는 앞서 말한 문장에서 '물건'이라는 단어를 '기호'라고 바꿔야 한다.(물론 개인적으로는 좋지 않은 번역이라 생각한다)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인들이 소비하는 것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의 계급질서와 상징적 체계일 뿐이다

장 보드리야르_소비의 사회


장 보드리야르의 핵심적 주장은 바로 사람들이 더이상 생산된 물건의 기능을 따지지 않고 해당 물건이 상징하는(혹은 누군가가 상징을 부여한) 위세와 권위, '기호'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여성 명품 핸드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 사에서는 핸드백의 가격을 원가보다 10배나 훌쩍넘게 책정한다. 이에 대한 인터뷰 기자의 질문에 디자이너이자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가방을 파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욕망을 파는 것이다

Hermes


우리는 욕망을 사고 있다. 우리는 소비사회의 한 가운데에 있다.



그런데, 이젠 소비사회의 모습이 한단계 나아간 것으로 혹은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소비사회의 등장이다.


보드리야르는 인간을 소비의 주체로 보았지만, 서서히 인간은 스스로를 소비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사실 인간 스스로를 소비의 객체로 만들 수 밖에 없는 몇몇 특수 직업군에서 이미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해 사람들의 표에 자신을 판매하는 정치인.


텔레비전에 자신의 외모 혹은 능력들을 판매하는 그리고 소비 해주길 원하는 연예인.


그러나 이제 인간 스스로가 자신을 소비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만드는 '인간의 소비 객체화'가 일어나고 있는 으로 보인다.


결혼정보회사라는 곳에서 자신의 등급을 스스로 평가받는 것,


학교에 입학 할 때에 자신이 얼마나 좋은 물건인지 '자기소개서'라는 이름의 상품평을 자신의 손으로 쓰는 것,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스펙을 쌓는 것,


더 놀라운 사실은, 소비의 주체로서 소비한 물건(보드리야르의 말을 빌리자면 기호)이 자신의 정체성이 되고 그 정체성은 소비의 객체가 된다. 사실 이 모든 소비의 과정이 자기 자신을 물건화 시켜 시장에 가져가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포스트 소비사회는 우리에게 심각한 피해를 가져온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고 증진시킨다. 시장에서 본인이 판매되는지에 따라 자신의 값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판매는 단순히 돈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 관심, 그리고 감정의 교환으로 이루어진다. 많은 이에게 소비되지 못한 사람은 냉소와 외면으로 자신의 소비되지 못함에 대해서 슬퍼한다. 우울증은 늘어나고,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 집중하기 보다 내가 더 잘 팔릴 수 있는 위치에 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그들이 원하는 트렌드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따라간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 같은 사람들을 따라하게 되고, 그 따라하는 것은 반드시 또다른 소비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매일 "나를 좀 소비해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포스트 소비사회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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