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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Apr 24. 2017

'존 스튜어트 밀'의 정의는 '들음'에서 시작한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설사 단 한 사람만을 제외한 전 인류가 꼭 같은 의견을 갖고 있고 단 한 사람만이 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류에게 그 단 한 사람을 무턱대고 침묵시킬 정당한 권리가 없는 것은 그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전 인류를 무턱대고 침묵케 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존 스튜어트 밀,『자유론』


'듣는 것'은 고통스럽다. 정말이지 고통스럽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늘 행복하고 기쁜 일이지만, 아무리 사랑해도 '듣기'가 고통스러운 날이 존재한다. 하물며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혹은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오죽할까?


그래서 우리는 '듣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듣는다. TV의 채널을 돌리고, 음악을 바꾼다. 듣고 싶은 강의에 가고, 원하는 교수님의 강의를 선택한다. 그러나, 선택할 수 없는 들음이 있다. 회사에선 부장님의 재미없는 지루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대학원생은 교수님의 긴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때론 원치 않는 주제를 들어야 한다. 혹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주장과 생각을 들어야 한다. 특히 이건 너무나 고통스럽다. 나와 '다른 생각'을 듣는 일은 사실 청자인 나의 자아에 크고 작은 망치질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 정책 이야기, 대통령 후보 이야기는 마음 편하게 듣기 어려운 것들인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듣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말한다. 좋은 사회라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단 한 사람 일지라도 다수는 그를 침묵시켜선 안된다고 말이다. 참 재미있는 것은 '자유주의'의 기반을 닦은 밀의 사상의 기초엔 '들음'이라는 타자에 대한 깊은 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에서 흔히 자유주의 흉내를 내는 '자유지상주의'와 정 반대의 모습이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다. 만족한 바보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더 낫다. 바보나 돼지가 다른 의견을 가진다면 이는 오로지 자기 입장으로만 문제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인간이나 소크라테스는 문제의 양쪽 입장을 다 이해한다.

존 스튜어트 밀,『공리 주의론』


'침묵시키는 것'의 반대는 '말할 자유를 주는 것'이며, 이는 다시 말해 누군가(내가)가 '들어주는 것'이다. 이를 조금 더 품격 있는 단어로 이야기하면, '표현의 자유'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존 스튜어트 밀이 이야기하는 정의로운 사회의 시작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일 것이다. 더 나아가, 들어줄 사람이 존재하는 한 단계 더 발전된 표현의 자유의 보장을 의미할 것이다.


그래서, 밀은 저서 『여성의 종속』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했다. 그들의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어야 하고,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정의로운 사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념을 흔들림 없이 펼쳐나가는 존경스러운 인물이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 공화국'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보장한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존 스튜어트 밀, 존 롤즈, 위르겐 하버마스 등의 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정의'의 시작은 이 표현의 자유와 깊게 연관되어 있는 거 같다. 유럽, 미국의 학자들의 이론과 함께 미국의 '표현의 자유'를 지금까지 올 수 있게 만들었던 Texas v. Johnson과 같은 대법원 판례들을 소개하며 '들음'과 '표현'으로 만드는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는 마음이 생겼다.


나는 몇 가지 글의 통해 조금 더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들음'과 '표현'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대선시즌에선 '들음'과 '표현'의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우리는 어떻게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힘 없는 이들의 작은 소리를 어떻게 모두에게 전할 수 있을까? 수많은 생각들에 휩싸여 미래와 이 사회의 앞날을 고민하는 시간이다.


오늘은 존 스튜어트 밀을 가볍게 소개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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