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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Jul 22. 2017

비현실적 삶과 이성적 예술

예술이 있는 삶

미국 워싱턴 D.C에서 일을 할 때 주말마다 빼놓지 않고 한 것은 '미술관'에 가는 일이었다.

요즘 말을 인용하자면, 예술은 정말 1도 모르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매주 미술관에 들렀다. 10%에 육박하는 D.C의 소비세 덕분에 콜롬비아 특별자치구에 위치한 미술관의 입장 비용은 무료였는데, 그래서 더 그랬는지 매번 지쳐서 다리가 풀릴 때까지 작품을 보고 왔던 기억이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루브르나 로댕미술관 같이 유명한 미술관엔 꼭 들렀다. 예술은 1도 모르면서,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한 갈구는 가지고 있나 보다.


옛 생각을 하며 토요일 아침 일찍 포항시립미술관에 들렀다. POMA. 뉴욕의 MOMA를 따라한 이름에 피식 웃음부터 난다.


삶의 현실은 더없이 비현실적이고,
또 예술의 낭만은 더없이 이성적이기에
우리는 예술을 통해
세상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내 눈을 사로잡은 글귀였다. 이 글귀가 쓰인 곳은 '이상한 사물들'이라는 제목의 전시전이었는데, 쉽게 말해 현대 예술 전이었다.



현대 예술에 회의적인 한 사람으로서 큰 기대가 없이 봤지만, 저 말에 계속해서 빠져들었다.


 삶의 현실은 '현실'이기 때문에 '현실적'이어야 할거 같지만, 사실 너무나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혹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술은 사람이 창조해내기에 오히려 너무나 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이 아이러니 속에서 삶의 풀리지 않는 고민들이 툭 해결되는 거 같은 해방감이 느껴졌다. 비현실적 현실과 현실적 예술.


청각적 질료로 가시적 세계를 구체화하려는 시도를 한 작가 '김준'의 작품
솔직히 현대미술은 더더욱 1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진우' 작가는 이를 통해 진화의 비밀에 대해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미술관 한켠에선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전이 한창이었다.


1708 봄 - 박정열
Touch the color and light-김완
1705 살바도르 달리 - 최지훈

눈에 들어온 작품은 최지훈 작가의 '1705 살바도르 달리'였다. 예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살바도르 달리전을 관람했던 기억이 있어서 익숙했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얼굴을 보면서 '얼굴'에 대해 생각해봤다.


예전에 좋아하는 한 교수님께서 강의를 하시며 왜 PPT를 사용하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나는 PPT를 쓰지 않는다. 내 얼굴이 하나님께서 만드신 최고의 PPT다"라고 답하신 기억이 있다.


그땐 갸우뚱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진짜 그렇다고 느꼈다. 우리는 결국 타자에게 지식과 감정을 전달하려고 의사소통을 하는데, '얼굴'은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캔버스지 않은가! 어디에도 담기 어려운 다양한 모든 감정이 얼굴엔 담긴다. 와우!


봄을 속삭이고 있는 젊은 여인들 - 장두건


흔히 '얼굴'을 어떻게 그리는가가 그 화가의 세계관, 즉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한다. '얼굴'에 담겨있는 것이 생각보다 참 많고 깊다.


비현실적 삶에 지쳐있을 때, 현실적 예술을 만나는 것은 삶의 균형을 가져다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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