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있는 삶
미국 워싱턴 D.C에서 일을 할 때 주말마다 빼놓지 않고 한 것은 '미술관'에 가는 일이었다.
요즘 말을 인용하자면, 예술은 정말 1도 모르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매주 미술관에 들렀다. 10%에 육박하는 D.C의 소비세 덕분에 콜롬비아 특별자치구에 위치한 미술관의 입장 비용은 무료였는데, 그래서 더 그랬는지 매번 지쳐서 다리가 풀릴 때까지 작품을 보고 왔던 기억이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루브르나 로댕미술관 같이 유명한 미술관엔 꼭 들렀다. 예술은 1도 모르면서,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한 갈구는 가지고 있나 보다.
옛 생각을 하며 토요일 아침 일찍 포항시립미술관에 들렀다. POMA. 뉴욕의 MOMA를 따라한 이름에 피식 웃음부터 난다.
삶의 현실은 더없이 비현실적이고,
또 예술의 낭만은 더없이 이성적이기에
우리는 예술을 통해
세상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내 눈을 사로잡은 글귀였다. 이 글귀가 쓰인 곳은 '이상한 사물들'이라는 제목의 전시전이었는데, 쉽게 말해 현대 예술 전이었다.
현대 예술에 회의적인 한 사람으로서 큰 기대가 없이 봤지만, 저 말에 계속해서 빠져들었다.
삶의 현실은 '현실'이기 때문에 '현실적'이어야 할거 같지만, 사실 너무나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혹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술은 사람이 창조해내기에 오히려 너무나 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이 아이러니 속에서 삶의 풀리지 않는 고민들이 툭 해결되는 거 같은 해방감이 느껴졌다. 비현실적 현실과 현실적 예술.
미술관 한켠에선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전이 한창이었다.
눈에 들어온 작품은 최지훈 작가의 '1705 살바도르 달리'였다. 예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살바도르 달리전을 관람했던 기억이 있어서 익숙했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얼굴을 보면서 '얼굴'에 대해 생각해봤다.
예전에 좋아하는 한 교수님께서 강의를 하시며 왜 PPT를 사용하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나는 PPT를 쓰지 않는다. 내 얼굴이 하나님께서 만드신 최고의 PPT다"라고 답하신 기억이 있다.
그땐 갸우뚱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진짜 그렇다고 느꼈다. 우리는 결국 타자에게 지식과 감정을 전달하려고 의사소통을 하는데, '얼굴'은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캔버스지 않은가! 어디에도 담기 어려운 다양한 모든 감정이 얼굴엔 담긴다. 와우!
흔히 '얼굴'을 어떻게 그리는가가 그 화가의 세계관, 즉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한다. '얼굴'에 담겨있는 것이 생각보다 참 많고 깊다.
비현실적 삶에 지쳐있을 때, 현실적 예술을 만나는 것은 삶의 균형을 가져다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