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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Oct 14. 2016

좋은 사람

책임의 주체로서의 인간

"넌 사람을 너무 볼 줄 모른다"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참 기분이 좋지 않다. 내가 생각했을 땐 좋은 사람인데, 부모님이 혹은 친구들이 봤을 때는 완전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시리 내가 미래에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지 못할 것 같은 생각도 들게 된다.


미국드라마, Suits


미국 로스쿨에서의 공부를 결정하게 만든 큰 요인들 중 하나는 재밌게도 '드라마'다. 뉴욕에 위치한 거대 로펌에서 살아가는 미국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Suits'(변호사는 항상 '정장(Suit)'을 입고, '소송(Suit)'을 한다)를 보며 미국 법률가의 꿈에 조금 더 흥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드라마에서 내가 가장 큰 인상을 받아 아직까지 기억하는 명대사는 주인공 하비 스펙터의 명대사 "You read books? I read people".


"You read books? I read people"
"넌 책을 읽지? 나는 사람을 읽어"


Harvey Specter, 'Suits'


그는 1류 법률가와 2류 법률가를 구분 짓는 기준으로, '사람을 읽을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게 단지 법률시장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 글을 시작하며 말했던 것 처럼, '좋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은 언제나 중요하다. 특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빠질 수 없는 '배우자'와 '자녀'와 관련해서도 좋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은 내게 좋은 배우자를 만나게 하고, 자녀를 읽을 수 있는 눈은 내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떠한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알게 하고 어떤 도움을 주고 어떻게 이 친구를 길러나갈지에 대해서 좋은 판단을 하게 만든다. 그럼 좋은 사람을 나누는, 또 그 사람들을 볼때의 그 기준은 뭘까?



'책임'은 좋은 사람의 최소한의 기준이다


내가 가진 사람을 읽는 기준중 가장 확실한 것은 바로 '책임'이다. 책임져야 하는 순간 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인생을 흔히 '선택'의 연속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완전히 동의한다. 그런데, 그 선택에는 항상 선택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 참 재미있다.


사람은 '생각'에 따라 '행동'하고, 그 행동은 언제나 무엇인가를 '선택'한다. 선택은 그 선택을 결정한 대상에게 '책임'을 부여한다. 따라서, '책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 최소한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있다.


책임을 기준으로 볼 때 4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1. '선택'을 하기 전에 많은 시간 깊게 생각하고,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


2. 생각 없이 감정적으로 혹은 충동적으로 행동해서 생각해보지 않은 '선택'을 하지만, 자신의 행동으로 나오게 된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


3. 책임에 대해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책임을 질만한 선택에 대해서 회피하는 등 선택 자체를 유보하는 사람


4. 생각 없이 감정적으로 혹은 충동적으로 행동해서 생각해보지 않은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회피하거나 떠나버리는 사람


1, 2번의 사람들은 내가 생각했을 때 정말 괜찮은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는 1번의 사람을 더 선호하지만, 그건 내가 이성이 더 발달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이 더 발달한 사람은 2번일 수 있다. 책임지는 것도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책임은 신뢰를 가져온다.


3번은 근대화 이후 현대에서 많아지고 있는 유형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극히 조심하는 사람들이다. 사실은 착한 사람일 수 있지만, 주위에서 힘들어하거나 답답해할지도 모른다.


사실 최악은 4번이다. 행동하고, 선택했지만, 책임은 피해버리는, 그리고 심지어 그 책임을 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을 어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내 친한 사람이 이런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고려한다면, 다시 생각해보라 잘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법'이라는 것을 '권리'와 '책임'이라고 이야기 했을 때, 사실 헌법의 기본권을 제외하고 많은 부분의 법은 '책임'의 영역이다. 그래서 '법'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그 사람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법을 하는 사람으로서 책임에 대해 진지하고 겸허하게 다가갈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순간순간의 선택들에 책임지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노라 다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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