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용석 Mar 05. 2017

국제법: 현실주의와 자유주의

국제법,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니?

요즘 초등학생들도 겪는 일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남녀 한 쌍이 한 책상을 사용하는 짝이 되면 꼭 이런 일이 벌어졌다. 특히,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 일은 필연적으로 반드시 벌어졌다. 나란히 앉은자리에서 누군가 먼저 책상 중간에 연필로 선을 쭉 그은 다음, “야! 여기 이 선 넘어오면 다 내 거다!”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지우개 하나가 실수로 넘어가면, 선을 그었던 친구는 그 지우개를 가져가고 둘은 티격태격 싸우게 된다.


지금 보면, 참 아름답고 귀여운 어린 날의 순간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 순간 한 초등학교 아이는 규칙을 정함으로써‘법’을 만든 것이다. 그 법에는 ‘점유권’과 ‘소유권’의 개념이 들어간다. 책상의 일정 영역을 점유하고 있는 자신의 점유권과, 그 점유권을 침범했을 때 침범한 물건의 소유권을 자신이 가져간다는 것. 사실 엄밀히 따져보면 참으로 무시무시한 법이다. 근데, 왜 이러한 법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일까? 바로 ‘관할권(Jurisdiction)’ 혹은 ‘사법권’이 없기 때문이다.


‘법’을 이야기할 때 현실성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들 중 하나는 ‘관할권’ 혹은‘사법권’의 개념이다. 법이라는 것이 있을 때, 그 법이 어떤 사람들에게 또 어떤 영토까지 적용되느냐는 문제에 관한 것이 바로 관할권(Jurisdiction) 개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자.

우리나라는 헌법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영역의 측면에서 관할권은 일단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가 되는 것이다. 
형법 제3조에서는 “내국인의 국외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적용한다.”라고 규정하며 관할권이 ‘영역’ 의측면뿐만 아니라 ‘행위자’의 측면에도 적용됨을 볼 수 있다. 
형법 제6조에서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하여 전조에 기재한 이외의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단 행위지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소추 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할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통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국외범에 적용되는 관할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다시, 아름다운 초등학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아까 우리는 초등학교에서 만들어진 법이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한 초등학교 책상에서 만들어진 법은 ‘관할권’이 없고, 관할권이 없기 때문에 ‘처벌’이 없으며, 처벌이 없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 그래서 사실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조금 더 전문적인 이야기로,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과연 국가의 범위를 넘어서 탈 국가적, 전 지구적 법을 지향하는 국제법에는 ‘관할권’이 있을까?


여기까지 읽은 독자 분들 중에는 간혹 이상한 점을 느낀 분들이 있을 것이다. ‘어라?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나 북한과 같은 나라들은 국제법을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잖아. 그럼 초등학교에서 만든 ‘책상을 넘어오면 내 것이 되는 법’과 ‘국제법’이 사실 거의 비슷한 수준의 법인 것 아니야?’


바로 이 부분이 ‘국제법’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는 분기점이다. ‘관할권’의 측면에서 혹은 ‘강제성 혹은 처벌 가능성’의 측면에서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국제법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두 가지 견해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현실주의(Realism)’다. 현실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한 개를 꼽으라면 바로 ‘힘(Power)’를 꼽겠다. 현실주의는 국제법을 바라보며 결국 국제법은‘관할권’이나 ‘사법권’이 없을뿐더러 그에 따라 ‘처벌권’이나‘처벌 가능성’도 없기 때문에 힘없는 국가들은 눈치를 보며 지키게 되고 힘 있는 국가들은 지키지 않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합리적인 개인들과 같이 자신의 이익을 찾아 움직이는 ‘국가’는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결정을 내리게 되고, 결국 ‘힘의 싸움’이 되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무정부 상태’와 비슷한 모습을 띠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주의는 국제법의 실효성을 낮게 평가한다. 

"그게 (국제법이) 무슨 의미가 있니" / 출처: JTBC 아는형님
“그게(국제법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니~” 


두 번째는 ‘자유주의(Liberalism)’다. 자유주의에서 국제법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정의(Justice)다. 현실주의가 ‘국가’의 모든 결정의 유인을 ‘이익’ 혹은 ‘힘’이라고 보는데 반해 자유주의는 국가들이(특히 민주주의 국가들이) 단지 이익과 힘만이 아닌 ‘정의’를 추구한다고 이야기한다. 정의를 추구하는 국가들은 국제법을 지키며 무역과 의존을 통해 평화를 이루어가는 반면, 부정의(국제법을 어기는 국가들)는 소외당하게 되고, 이에 따라 ‘직접적 강제’는아니지만 ‘간접적 강제’가 진행되어 ‘국제법의 실효성’이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UN과 WTO, IMF와 같은 기라성 같은 국제기구들이 버티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국제법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시는가? 아니면,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라고 말하는 서장훈 씨와 같이 국제법이 사실상 현실적인 의미 없이 보기에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법치주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