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resent(=youth) is yours
"All children, except one, grow up"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단 한명만 빼고"
소설 『피터팬』의 도입부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 모든 어린이는 자란다." '자란다'는 것은 다시 말해 '늙어간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어렸을 때엔 그렇게 '자라고'싶어했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늙어가길' 싫어한다. 그래서 피터팬은 '어른'이 쓴 것임에 틀림 없다. 자라고 싶지 않은 아이보다 늙고싶지 않은 어른이 세상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Peter Pan by J.M. Barrie (1911)
All children, except one, grow up. They soon know that they will grow up, and the way Wendy knew was this. One day when she was two years old she was playing in a garden, and she plucked another flower and ran with it to her mother. I suppose she must have looked rather delightful, for Mrs. Darling put her hand to her heart and cried, "Oh, why can't you remain like this for ever!" This was all that passed between them on the subject, but henceforth Wendy knew that she must grow up. You always know after you are two. Two is the beginning of the end.
'젊음'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10대 땐 어서 20대가 되어 자유를 누리고 싶었고, 20대 땐 어서 30대가 되어 돈을 벌고 싶었었는데, 20대 후반이 되니 역설적이게도 20대 초반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혹은 더 욕심을 부려 10대로 돌아가고 싶다. 처음으로 시간의 흐름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교회에 가면 꼬꼬마 친구들과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7명의 외국인 어린이 친구들과 놀아주는 것이 내 몫이다. 이 친구들과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들을 한다. 뛰어서 잡기, 내가 도망다니기, 내 지갑을 숨기면 찾아내기, 숨바꼭질 등등... 그 작은 것들을 할 때 내겐 그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 친구들의 표정은 글쎄, 나로 치면 천만원 정도를 벌었을 때 나올 수 있는 바로 그 표정이다. 그 아이들의 얼굴에 행복이 있다. 단순하고 작은 것에 뛸 듯이 기뻐하는 것. 그것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젊음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때마다, 어깨엔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함이 와서 짓누른다. 머리엔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모자가 씌워진다. 피터팬의 작가는 이미 이런 마음을 느껴본 어른임에 틀림없다. 우리들은 모두 어렸을 땐, 젊음의 소중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우리네 인생이 다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젊었을 땐 젊음의 소중함을 모른다. 사랑 안에 있을 땐 사랑의 소중함을 모른다. 소유하고 있을 땐 그 소유에 정작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
지금까진 젊음이라는 것을 절대적인 것처럼 표현했지만, 사실 젊음은 상대적인 것이다. 과거는 현재의 관점에서 젊음이다. 현재는 미래의 관점에서 젊음이다. 나아가 현재는 언제나 과거가 되기에 나의 삶은 젊음의 연속이다. 최근 한 아티스트의 노래가 유행이었다. "My youth is yours"이라는 가사가 매력적인 노래였다. "내 젊음은 네꺼야"라는 이 말이 생각보다 무겁게 다가왔다. 연애라는 것을 '현재의 시간을 함께한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나는 누군가의 젊음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상대방 역시 나의 젊음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피터팬이 아니기 때문에. 우린 다시 오지 않을 현재, 아니 '젊음'을 함께한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시간은 젊음이고, 그것이 곧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