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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Jan 15. 2016

신자유주의의 그늘

자본주의, 자유주의, 민주주의 그 이후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자신의 욕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을 위해서 일한다. 자본에서 생성되는 자본의 고유한 욕구를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구라고 착각한다. 자본은 새로운 초월성, 새로운 예속의 형식이다. 우리는 삶이 어떤 외적 목적에 종속되지 않고 오직 삶 자체로 머물러 있는 차원, 즉 삶의 내재성에서 다시 추방당한다.

한병철, '심리정치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17-18쪽



우리 사회의 과거 키워드들은 최근 10년간 매년 달라졌다. BC카드의 "부자되세요"에서 부터 웰빙 라이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등등.. 요즘은 "행운행운 하세요"라는 키워드가 2016년을 대표하는 것 같다.


'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던 사회, '건강한 삶'이 꿈인 사회, '여유가 있는 삶'이 꿈인 사회, '즐기는 인생'이 꿈인 사회를 지나 '행운'이 꿈인 사회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진짜 다른 외적 목적에 종속되지 않고 오직 삶 자체로 머물러 있는 내재성의 차원에서 우리의 삶을 아껴주고 채워주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자가 되라는 덕담은 어떠한 의미인가? 다시 말해 누구든지 노력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이 말은 한병철씨의 말을 빌리면 '신자유주의의 지배'가 시작된 것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말하며, 그 가능성은 노력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한병철씨의 말처럼 신자유주의는 시민을 소비자로 만든다. '소비'를 통해서 삶을 이어가는 '소비사회'와 그 소비를 자신의 노력으로 할 수 있다는 전제를 주는 '신자유주의'가 만난 것이 바로 오늘날의 현실이다.

자본은 '소비'그 자체이며, 웰빙라이프란 좋은 것을 '소비'하는 형태이다. 여행 역시 어떤 것을 '소비'하는 형태이며, 즐긴다는 것은 '소비'를 통한 즐김이다.


행운 역시도 노력하는 자의 것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신념에 의해 기회를 위해 '투자(소비의 또 다른 이름)'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소비자가 된 시민들은 자본을 신으로 삼게된다. 돈을 위해서라면, 혹은 효율성과 합리성을 위해서라면 윤리와 도덕의식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자신의 자본은 증식시켜주는 직원들은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 되어버린다. 아니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야기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는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신자유주의는 시민을 소비자로 만든다. 시민의 자유는 소비자의 수동성으로 대체된다. 오늘날 소비자가 된 유권자는 정치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 없다. 그는 궁시렁궁시렁 불평하면서 정치에 수동적으로 반응할 따름이다.


한병철, '심리정치',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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