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기 (사랑하기)
디자인으로 사랑하기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꾸는 것에는 '사랑'이 기반된다고 믿는다. 단지 권력, 돈, 명예에 대한 욕심이 목적의 자리를 차지할 때,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법은 사랑과 함께일 때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이성'의 영역의 대표적인 예시 모델인 법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은, 세상에는 내 생각보다 '감성'의 영역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성보다 때론 훨씬 더 강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감성의 영역에 대표주자가 바로 '디자인'이다.
그럼, 과연 디자인으로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꿀 수 있을까? (사회 구성원(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법'이나 '정치'가 세상을 더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만, 나는 디자인이 세상을 오히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 하나의 예가 '슬럼로드 프로젝트'다.
한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회사에 취직해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사촌 누나가 디자인을 더 공부하겠다며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대학원으로 떠났다. 마침 나도 미국에서 일하게 되어, 워싱턴 D.C. 에서 만날 일이 있었는데, 어떤 공부를 하고 있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때 누나가 공부하고 진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슬럼로드 프로젝트'였다.
슬럼로드 프로젝트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에서부터 시작한다.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월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은 간단히 말해서 건물에 있는 깨진 창문 하나가 기업의 이미지나, 사람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건물주인이 깨진 유리창을 방치할 때 행인들은 장난 삼아 나머지 유리창에 돌을 던지게 되고, 이러한 건물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주변의 범죄율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깨진 창문으로 대표되는 작은 무질서 하나가 나아가 사회의 무질서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미국의 슬럼가(Slum)는 바로 이 깨진 유리창 이론이 완벽하게 적용되는 사례였다. 깨진 유리창들로 가득 찬 건물들과 욕설이 써진 낙서들이 바로 무서운 슬럼가(범죄가 많은)를 만든다고 해석되었다. 바로 이 사회문제에 해결책을 내놓은 것은 법도 아니고, 정치도 아닌 디자이너들이었다. 볼티모어 거리 예술가들은 슬럼로드 프로젝트 (Slumlord Project: Slumlord는 Slum가에서 건물의 보수를 잘 하지 않는 악덕 건물주들을 의미한다)를 진행했다. 버려진 폐가나 건물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각 지역에 맞는 디자인과 그림들로 슬럼가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사진을 잘 보면, 바로 옆에 있는 QR코드를 볼 수 있다. 디자이너들은 QR코드를 같이 그림으로서 그 QR코드를 통해 해당 지역의 법률을 알 수 있도록 사람들을 돕는다. 사람들은 해당 건물에서 지켜야 할 점이라던지, 해당 거리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QR코드를 통해 알 수 있다. 너무나 놀라운 디자인과 법의 만남이다.
디자인과 법의 만남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고 있다. 볼티모어의 해당 거리들은 관광 명소가 되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사회의 관심이 올라가고, 거리는 점점 발전해간다. 범죄율은 낮아지고 사회에는 혈기가 돌기 시작한다. 디자인이 만들어낸 사회변화이다. 디자인으로 이웃을 사랑한 결과이다.
슬럼로드 프로젝트는 다른 형태로도 파생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하는 UX가 어떤 마을의 UX적인 요소로 발전될 수도 있다. 해당 마을을 편하게 다닐 수 있고, 삶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디자인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