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세운 학교 이야기
농구공 튀기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어려서부터 농구를 참 좋아했다. 또래보다 키가 큰 이유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농구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승부욕이 넘쳐났다. 우리 아파트 바로 뒤에는 꽤나 괜찮은 농구 코트가 있었는데, 저녁이면 공 하나를 들고나가 혼자 코트에 흩뿌려진 낙엽을 쓸고 슛 연습을 하곤 했다. 슛 연습을 한참 하다가 저녁 10시쯤이 되면, 아파트에서 누군가 외친다. "농구공 튀기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집에 들어갈 시간이다.
내 키가 2미터 이상 된 것도 아니었고, 순발력이나 스피드가 좋은 것도 아니었고, 체력이 기가 막히지도 않았기 때문에 농구를 업으로 삼게 되진 못했지만, 농구는 내게 좋은 취미가 되었다. 보통 회사에 지원할 때 '취미'라는 공란을 놓고 사람들은 고민한다. 그리곤, 독서 혹은 음악 감상과 같은 추상적인 이야기를 쓰곤 한다. 나는 취미에 "농구" 두 글자를 적는다. 농구 이야기를 시작하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농구를 계속했고, 대학교에서도 농구를 지속적으로 하였으며, 사회에 나와서도 사회인 농구를 진행했다. 미국 농구 프로그램을 보면서 영어 실력을 갈고 다듬는다. 지금도 농구공을 잡으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흔히 NBA 팬들에게서 나오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그깟 공놀이"라는 말이다. 보통 농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졌을 때 기분이 너무나 상하게 되는데, 그 순간 농구를 그냥 공놀이라고 생각하며 합리화하여 기분을 덜 나쁘게 하기 위해 쓰는 말이다. 나는 농구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말을 자주 쓰곤 했다. 뭐 내겐 그깟 공놀이일 뿐이었다. 그리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맞아, 누군가를 돕거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공놀이가 아닐지 몰라. 나는 지금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법'을 공부하고 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와 같은 생각 말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최근에 들은 소식 때문이다.
LeBron James opens a public school called 'I Promise School' in Akron, Ohio for at-risk kids.
NBA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약속'학교를 설립하다
NBA를 대표한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학교를 세웠다는 소식이 들렸다. 학교 이름은 'I Promise School'이란다. 기사의 제목만 본 내 첫 반응은 이랬다: '농구선수가 학교? 아 그럼 체육학교거나 농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교겠구나' 뉴스 기사를 클릭하여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하니 그렇지 않았다. 학교는 일반 공립학교였고, 국립 인가는 받지 못했지만, 진지하게 정규 교육을 지향하는 학교였다. 자신이 소유한 학교가 아닌, 말 그대로 공립학교에 자신의 돈을 기부하여 후원한 형태의 학교다. 자신의 고향인 오하이오 주 애크론 시에 설립된 이 학교는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 때문에 벼랑 끝에 있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부모들을 위한 학교였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온 르브론 제임스가 준비한 선물은 바로 '학교'였다. 그리고 '교육'이었다.
이 학교는 학비, 교복, 자전거와 헬멧, 통학(2마일 이내), 아침식사, 점심식사, 간식이 완전히 무료이며,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가족들을 위한 음식 저장소를 제공하고, 부모의 교육 (GED: 미국의 검정고시)과 구직을 돕는다. 그리고, 해당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모두 애크론 대학교의 학비가 전액 무료로 제공된다. 또한, 경제적 능력이 없는 가족의 경우 살 곳을 마련해준다.
또한, I Promise School은 교사들에게 심리치료와 심리치료교육을 제공한다. 매주 수요일 오후 교사들은 자신들의 커리어 발전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이를 위해 르브론 제임스는 그들의 전문적인 운동을 위한 개인 트레이너도 고용했다.
"This school would not have happened without the partnership with LeBron James"
Ryan Pendleton (District Treasurer)
이런저런 사회 각층의 환영의 목소리와 우려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놀라운 일들 중 하나는 前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아내 미셸 오바마의 메시지였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 메시지도 도착하게 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 對 르브론 제임스의 말다툼 진행 중: 사회 각기 각측 인사들이 해당 언쟁에 참여한 상황)
https://twitter.com/MichelleObama/status/1024402839664246784
르브론 제임스는 이날 학생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본인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학교에 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학교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르브론 제임스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차가 없었기에 통학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나이가 들며 교육의 가치와, 세대와 세대 사이에 반복되는 빈곤의 악순환을 깨뜨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 말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생각했었다. '그깟 공놀이'라고 말이다. 근데, 그게 아니다. 그깟 공놀이가 세상을 바꾼다. 그깟 공놀이가 세상에 사랑을 전한다. 세상을 바꾸는 교육을 선물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바로 '한 영혼 사랑'이고, 그 '한 영혼 사랑'은 이렇게 이루어져 간다.
슬픈 이야기지만, 나는 단 한 명도 다시 만나보고 싶은 선생님이 없다. 내게 공교육은 '무능함' 그 자체였고, 그러한 조소와 멸시 속에 교사들은 폭언과 폭력으로 자신들의 권위를 지켜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내가 경험한 '교사'는 그랬다. 그들은 꿈을 주는 소명을 이행하기보다는, 자신의 밥그릇을 챙겼다. 하지만, 그래서 나는 교직에 진출하는 나의 친구들 혹은 내 동년배들을 존경하고 존중한다. 그들에게 미래의 희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무리 법이 바뀌고, 아무리 정치가 바뀌어도,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변치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학교에서 힘들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존경스럽다. 그래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치킨을 사주며 그들을 공부시키는 교사가 존경스럽다. 그리고 그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먼 미국 땅이지만, 이렇게 하나의 방법을 보여준 르브론 제임스의 이야기가 마음 한편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깟 공놀이가 세상을 바꾼다. 왜냐? 그 안에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랑'과 교육이 만날 때, 세상은 바뀌기 시작한다. 누구나 결국엔 교육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속에서, 교육이 소유되지 않는 좋은 예를 하나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
참고자료
1. NBA 공식 영상
https://watch.nba.com/video/2018/07/30/20180730-lbj-presser-opening-promise-school
2. 관련 영상 및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jS-6YEssp8k
3. 관련 기사
http://www.latimes.com/sports/lakers/la-sp-lakers-lebron-james-i-promise-20180729-htmlstor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