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용석 Sep 19. 2017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김이수 후보자는 왜 헌법재판소장이 되지 못했는가?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지난 6월 7~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95일 만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그러나 표결 결과, 재석 293명 가운데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2표, 무효 1표로 가결 기준인 찬성 147표에 2표가 부족해 부결됐다. 이날 표결을 위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무위원 등 현역 의원 120명 전원이 참석했다. 여기에 정의당 의원 6명, 새민중정당 의원 2명,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서영교 의원 등 기본 찬성표 130표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국민의당(전체 40석)의 반대표가 예상보다 많이 나오면서 결국 부결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세균 의장이 이날 오후 3시 “부결”을 선언하자 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일부 국민의당 의원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이에 정 의장이 “조용히 해달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10479.html#csidxb49a4a827fe27e6bd5c3a76a3b40674 


스마트폰을 들고 손가락을 한 번만 움직이면, 우리는 각종 뉴스가 존재하는 세상으로 진입한다. 인구가 1억 도 되지 않는 이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하루 사이에 일어난 일만 해도 도저히 다 읽을 수없는 만큼의 뉴스가 넘쳐난다. 수많은 뉴스들 중 내 눈을 가장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촛불시위로 국민의 힘을 보여주는 데 사용되었던 헌법재판소가 그 수장을 잃은 지 벌써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헌법재판소라는 자동차에는 뒤에 타고 있는 사람들만 존재할 뿐 그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없다. 충격적인 사실이다.


최근 2016헌나1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 선고 이후 헌법재판소의 위상은 상당히 격상되었다. 대법원과 충돌을 일으키고, 대법원 판사들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위상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해당 판결로 인해서 수많은 국민들에게 '와... 헌법재판소가 이렇게 힘이 있구나', '헌법재판소가 움직이면 세상이 바뀔 수 있구나'라는 것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지금만큼 헌법재판소의 위상이 격상된 시기가 있을까? 그런데, 그런 기관을 이끄는 재판소장이 없다니...


문재인 대통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길 희망했다.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다루기 위한 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김이수 후보자가 과거 내린 판결을 이야기하며 청문회를 진행해나갔다. 그중 주요한 세 가지를 정리해보면, 1) 이석기 통진당 관련 건 반대의견 2) 5.18 광주 시민 사형선고 3) 군동성애 처별법 위헌 의견이다.


최근 쌓여온 헌법재판소 판례를 읽어보면 판결문이 있고, 판결문 뒷부분에 가서야 찾아볼 수 있는 '소수의견'이 있는데, 해당 부분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김이수 재판관이다. 보수 성향(이런 표현이 정말 정말 싫지만)을 가진 재판관들이 대다수인 헌법재판소에서 거의 유일하게 진보지향적 의견을 많이 낸다는 평가를 받는 재판관이다. 그래서 항상 외로운 싸움을 걸어왔다. '소수 의견'에 가장 이름을 많이 올린 이유일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헌법재판관 전체 9명 중 3명은 대통령이 직접, 3명은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 임명하며, 1명은 집권 여당 추천으로 임명되기에, 9명의 과반수가 넘는 7명의 의견은 하나로 일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이수 재판관은 2012년 민주통합당(당시 야당)의 추천으로 임명되어 홀로 외로운 길을 걸어왔다고 볼 수 있겠다.


판사의 직무 수행은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중대한 목적을 위해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기본적 원칙이다. 입법부에게는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관을 탄핵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만, 이는 법관이 중대한 범법행위 혹은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어야 당위성을 가진다. 대한민국 역사상 법관이 입법부에 의해서 탄핵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쉽게 말해, 판결은 판사의 직무이며 그 직무수행과정에서 위법이 존재했던 것이 아니면, 판결은 공식적으로 문제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위법성이 배제된 상태에서 양심에 따른 헌법적 직무수행은 그 자체로 보장받아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법권의 독립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추후 다른 글을 통해 접근해보도록 하자)


김이수 후보자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김이수 재판관의 재판 이력을 가지고 청문회를 개시했다. 공통적인 주장은 '정치적 편향성'이었다. 민주당의 추천을 받았던 김이수 재판관은 진보적으로 편향되었다는 것이었다. 김이수 재판관의 답변도 참 흥미로웠지만, 한편으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 저 국회의원은 지금 본인이 헌법으로 인해서 국회의원이 되었고, 자신의 월급을 받고 있음에도 헌법과, 헌법재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구나...' 헌법재판이라는 것은 법으로 제정되어 있지 않거나, 불분명하여 현행법상 법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을 가지고 판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과 판단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만 하는 의무를 갖고 있는 자리인 것이다. 미국에선, U.S. Supreme Court Justices(법관을 '정의'라고 부른다. 한 명 한 명이 걸어 다니는 정의라는 것이다.)들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한 글을 너무나 쉽게 발견할 수 있고, 그 정치적 성향을 토대로 판결을 예상한다. 정치적 성향이 왔다 갔다 하는 재판관도 있는데, 이를 Swing Vote라고 한다. 이를 토대로 보면,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서 재판관의 법원장을 임명 거부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를 뽑는데, 오른발 잡이라서 뽑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은 결국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표결 결과, 재석 293명 가운데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2표, 무효 1표로 가결 기준인 찬성 147표에 2표가 부족해 부결됐다. 위 사진은 부결 결과가 나오자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국당 의원들이며, 부결에 힘을 보탠 국민의당 의원들 역시 박수를 치고 좋아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해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는 올곧은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분으로 견해차가 있을 수 있지만 잘못도 없다”면서 낙마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렸다. 이어, “문 대통령이 국회 추천 몫인 재판관을 헌재소장에 임명해 3권 분립을 침해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비판했다.


난 부결은 너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3권 분립(Check&Balance)이 살아있다는 의미지 않은가? 입법부에 의해서 행정부 그리고 행정부의 수장이자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의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정치가 상당히 구조적으로 건강해졌음을 시사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통령의 뜻을 입법부가 막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 않았는가?) 하지만, 내가 슬픈 부분은 국회의원들이 너무나 기뻐했다는 부분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반대할 수 있다. 정치적 파벌 싸움도 이해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도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기에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부결 발표가 났을 때 국민들을 위해서 침통한 표정을 지을 순 없었을까? 국가의 중요한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장의 공석을 더 오래 비워 놓는 것에 대한 애통함과 책임감을 표현해줄 수는 없었을까? 겉으로라도, 헌법재판소장의 자리가 너무나 중요하기에 더 알맞은 인물을 고르기 위해 참담한 마음으로 반대를 눌렀다고 말할 수 없었을까? "우리 지금 대통령이랑 힘겨루기하고 있다!!", "국민의 안위보다는 우리가 힘을 얻고, 국회에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제1 목적이다!", "대통령을 이겨서 기분 좋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참... 멋없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46조 제 2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