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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Jul 05. 2018

한국의 투표는 "1인 1표"가 아니다

우리 1인의 1표가 모두 동등한 가치를 지니지 못하다구?

최근 내 머리를 한동안 지끈지끈하게 만든 질문이 있다.  바로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또 다른 글을 통해 다뤄야 하겠지만, 내가 내렸던 답은 간단히 말해서 '더 나은 민주시민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원초적인 부패성을 전제하며 그에 따라 구조적 삼권분립의 견제를 통해 부패성을 최소화시키며, 나아가 국민투표를 통해 권력 전반에 대한 시민의 견제를 그 근간으로 하는 정치제도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복잡하면서도 구성원들의 원활한 참여가 필수적인 정치제도에 들어가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슬프게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대한민국에서 내가 받았던 초중고등학교 교육은 앞서 기술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 정말 형편없는 것이었음을 매번 깨닫는다. (더 슬프게도 전 세계적으로 이만큼 훌륭한 교육 시스템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소한 내가 받았던 초중고등교육(필자: 1989년생)에서는 '선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4가지 요소를 이야기했었다.  이는 보통 선거·평등 선거·직접 선거·비밀 선거인데("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 대한민국 헌법 41조 1항), 나는 오늘 '평등선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이 개념을 선생님은 "1인 1표"라는 쉬운 말로 바꾸어 학생들에게 암기시킨다.  그리고 그 초등학생들은 모두 성인이 되어 아직도 "1인 1표"라는 것이 불변의 진리인 줄로 착각하고 세상을 살아간다.  평등선거(平等選擧)는 유권자 개개인의 투표권이 재산, 신분, 성별, 교육 정도, 종교, 문화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동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등선거에서는 선거인의 투표가치를 평등하게 취급하여,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하게 1인 1표의 투표권을 인정한다.  참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나는 이것이 정말로 잘못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평등선거가 뭔가?  '인간'이라면 모두 '유권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표면적으로 말하면 "1인 1표"라는 말로 치환될 수 있겠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1인 1표"의 '1표'의 가치가 모두 다르다.  교과서가 말하는 "1인 1표"라는 말에 숨겨진 함정이다.  1인의 1표는 동등한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누군가의 1표는 1표의 가치를 가지며, 누군가의 1표는 2표의 가치를 지닌다.  사실이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누군가의 1표는 4표의 가치를 지녔다.  충격적인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신가?  축하한다.  이제 현실을 보고 계신다.  더 궁금하시다면, 어렵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앞으로 써나 갈 글을 조금 더 정독해주시길 부탁드린다.


Reynolds v. Sims 판결을 간단히 요약한 자료


민주주의로 나라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미국'이라는 나라가 있다.  사실 앞서 제기한 문제는 미국에서 큰 문제로 제기되었다.  서로 1표를 갖는다고 했는데, 선거구 획정이나 지역구에 따라서 각 사람의 1표가 지닌 가치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판결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Reynolds v. Sims 판결이다.  Reynolds v. Sims, 377 U.S. 533 (1964).  Reynold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세 가지 명대사를 남긴다.  그리고 이 명대사 세 개를 통해서 이 판결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One person, one vote"
"1인, 1표"
"Again, people, not land or trees or pastures, vote."
"다시 말한다. 땅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고 목초지도 아니고 '인간'의 투표"
"Equal protection requires that a State make an honest and good faith effort to construct"

Reynolds v. Sims, 377 U.S. 533 (1964).

결론적으로 Reynolds 판결은 미합중국 땅에서 발생하는 선거에서의 '투표'의 경우 모든 투표가 동일한 1표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천명한 판결이다.  이 말을 들으면 대다수의 분들이 '그럼 각 사람마다 표의 가치가 달랐다는 거야?' 라면서 우리나라는 1인 1표인데라는 말을 하실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1인 1표(가치)의 나라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투표는 1인 1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아직 2:1의 나라에 살고 있다.  


서울의 인구수는 몇 명인가? 적어도 서울에 사는 사람이 가장 많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의 시민들은 가장 많은 수의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있는가?  어라?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하면 이는 4:1 / 3:1 / 2:1로 점점 줄어들었다. 아직도 우리는 2:1의 나라에 살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를 보자! ( 2001. 10. 25. 2000 헌마 92등) "선거구 획정에 있어서 인구비례 원칙에 의한 투표가치의 평등은 헌법적 요청으로서 다른 요소에 비하여 기본적이고 일차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합리적 이유 없이 투표가치의 평등을 침해하는 선거구 획정은 자의적인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헌재 등 ( 2001. 10. 25. 2000 헌마 92 ).


이 어려운 이야기는 사실 표의 등가성에 관한 것인데, 이는 예시 하나로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경북 영천의 지역구 인구수는 10만 명이다. 서울 강서 갑의 인구수는 30만 명이다. 그러나 이 두 지역구는 동일하게 한 명의 대표자를 뽑는다. 이 경우 표의 가치는 3:1이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판결을 통해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수 편차를 현재 '3 대 1'에서 '2 대 1'로 조정하라고 결정했다.


농어촌 지역과 도심지역의 인구수 차이로 인해서 국회를 비롯해 정치권 사람들은 이러한 방식의 선거구 획정을 통해 표의 등가성을 조정해왔다. 그 목적은 바로 '지역균형'이었다. 이러한 선거구 획정을 통한 인위적 표의 등가성 조정에 따라 지역균형이라는 목표가 얼마나 성취에 이르렀는지, 나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역균형에 기여하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러한 부분을 논하기 위해서는 여러 편의 논문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저번 달 6월 지방 선거에서 다른 가치의 표를 한 표씩 행사했다. 학교에서는 이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투표하지 않는 국가에서 이제 우리는 투표하지 않으면 부끄러운 국가가 되어가고 있으며 그러한 문화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너무 바람직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이제 다음 단계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이해하고 투표하는 민주시민의 양성!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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