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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Oct 01. 2017

'미안합니다'에서 '죄송합니다'로

낮아짐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고찰

어렸을 적엔

"죄송합니다"라는 말 대신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쓰고 싶어 했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사과할 때도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면

나 자신이 너무 낮아지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젠, 미안하지 않은 일에도

먼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내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다


189cm의 거인이 맨날 90도로 인사를 하고

고개를 숙이는 일이 점점 많아져간다


그런데, 괜스레 기분이 좋다


'그래, 잘 가고 있구나!'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먹으면서

배워가는 게 있구나! 헛된 시간이 아니었구나!




신이 인간이 되어 이 땅에 오신 것을 일컬어

'인카네이션(Incarnation)'

우리말로 '성육신'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단 한 명 완전한 사랑을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시작은 자신을 낮추면서였다


'한 영혼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3년을 보여주는 말이다


병자, 창기, 세리, 각종 사람들에게 가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을 '먹이시고' 함께 먹으시며

그분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낮추셨다


'말 구유'에서 기쁨을 위해 탄생한 그분은

용서를 향한 열정으로 '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셨다


가장 비참하게 침과 돌을 맞으며

골고다 언덕에 올라가신 그분은

십자가에 달리셨다


요한은 고백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자신을 낮추는 것이 그 사랑의 시작이다

내가 아무리 낮아져도

나의 정체성이 나를 지탱한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반비례한다

예수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에게

자존심은 점점 줄어들고, 자존감은 높아져간다


예수의 기록된 삶을 통해

조금씩 사랑을 배워나간다

요한은 그 사랑을 하나님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랑을 배우는건

하나님을 알아가는거다


미안하다는 말은

죄송하다는 말로 바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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