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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Aug 23. 2018

사랑 없음에 대하여

율법과 사랑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할 때,

사랑 못함의 이유를 타인에게서 찾곤 한다.


쟤는 말을 싸가지 없게 해

나랑 안 맞는 성격이야

나한테 저번에 이렇게 잘못했잖아

그때 내게 상처 줬었던 사람이야


세상에!

사랑하지 않을 이유

아니 못할 이유를 만드는 일은

너무나 손쉽고 간단하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타인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

빈칸에 그것만 써넣으면 된다


내가 타인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를 만들어 놓으면

마음이 너무 편해진다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건

저 사람 책임이 되고, 그의 탓이 된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가 보니까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나의 탓임을 깨닫는다


누군가의 모습이 내 눈에 와서 걸리는 것, 

누군가의 말이 내 귀에 와서 걸리는 것

누군가의 존재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이제야 깨닫는다

그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음을

그 모든 것이 나의 부족함 때문이었음을

그리고 그 부족함은 사랑이었음을


거울에 바라본 내 모습은

신약 성서의 바리새인이었다


율법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바리새인과 예수님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 이니라*


그렇다! 나는 율법이라는 안경을 낀 채

모든 것을 바라보았고


그것은 사랑으로 완성될 수 없었다

그 모든 것은 나의 사랑 없음 때문이었다


문제의 발견은 언제나 변화의 시작이기에,

문제를 깨닫는다는 것은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을 보기 전, 나를 돌아본다

타자가 주는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사랑 없음을 위해 기도한다


예수님은 그 누구에게나 비빌 언덕이 되어주셨다

한 영혼을 위해서 언제나 피곤하고 바삐 움직이셨다


세리와 창기 그리고 문둥병자, 앉은뱅이, 거지들까지

모두 예수님과 친구였다


오늘도 성경은 살아서 숨 쉬며 내게 묻는다

"네 이웃은 누구냐?"


"The Parable of the Good Samaritan" as painted by Jan Wijnants (1670)

*로마서 13장 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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