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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Apr 20. 2019

낙태: 47년간의 전쟁(Roe v. Wade 판결)

태아의 생명권 v. 여성의 자기결정권: 47년간 미국은 무엇을 배웠나?

I. 서론

  7년 만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달라졌다.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의 헌법소원에 대해서 찬반 4:4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2010헌바402.  재판관 한 명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19년 4월 11일, 같은 자리 종로구 재동에서 조금은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  위헌 의견 3명, 헌법 불합치 의견 4명, 합헌의견 2명으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것이다.  2017헌바127.  일각에서는 낙태가 합법화되었다는 해석을 말하지만, 법리적으로 보았을 때 잠정적용 헌법불합치는 헌(헌법불합치)과는 엄밀히 다른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전반에 대해 판단한 것이 아니라 오직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 및 제270조 제1항(의사낙태죄) 중 '의사' 부분에 한하여만(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이 위헌인지)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판결 후에도 낙태법 조항은 유효하며, 의사낙태죄 위반과 관련된 2012년 8월 24일 이후의 사건들도 일단은 무죄판결을 내리거나 재심을 청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7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판결이 나왔다는 점이다.


  이번 글의 제목에 들어가는 47년은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미국의 이야기다.  미국은 1973년 Roe v. Wade 판례를 기점으로 낙태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범위 안에 넣게 되었고, 그 법은 현재 2019년까지 유효하다.  Roe v. Wade, 410 U.S. 113 (1973).  많은 미국 헌법학자들은 미국의 역사가 Roe v. Wade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고도 말하고, 나아가 미국의 판례가 '낙태와 관련된 판례'와 '그렇지 않은 판례'로 나뉜다고도 말한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에 이 작은 판결 하나가 미친 영향은 실로 어마 무시하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Roe v. Wade 판결이 나온 지 어느덧 47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오늘은 사실 미국의 47년 전과 동일하다.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에서 47년 전 미국에서 Roe v. Wade 판결이 나오던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놀라운 점은 해당 판결이 나온 지 47년째인 오늘, 지금 이 순간도 미국에서는 Roe v. Wade 판결을 뒤집기 위한 정치 공세가 한창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Roe v. Wade 판결을 뒤집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대통령이 되었고, 지금 계속해서 활발히 목적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미국에서도 낙태와 관련된 문제는 결코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낙태죄가 폐지된 이후 47년간, 미국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그리고, 미국은 그 47년의 세월 동안 무엇을 배웠을까?  미국의 47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는 반드시 그 47년을 잘 분석하여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조금이나마 답변이 되길 바라며 우리나라의 판례와 미국의 판례 그리고 47년간 있었던 사건들을 소개한다.


II.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2017헌바127 판결

  앞서 한 글에서, 법정에서의 싸움은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정의와 큰 사회가치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작은 것 하나를 놓고 다툰다고 말한 적 있다.  명시적으로는 ⑴ 임신 초기의 경우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가 ⑵ 낙태에 대한 의사 처벌 조항으로 인해 불법 낙태가 이루어져 임부의 생명이 보호되지 못하고 있는가와 같은 이야기가 눈에 띈다.  하지만, 사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숨어있는 주요한 쟁점은 태아가 모체 밖으로 나와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언제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2010헌바402 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그 기간을 '1-12주', 즉 최대 84일로 보았다.  하지만, 7년이 지나 이번 판결에서는 그 기간을 '1-22주', 즉 최대 154일로 확대 해석한 것이 주요한 차이점이다.


  이 차이로 인해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 허용 입법을 마쳐야 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이를 낙태죄의 전면 폐지와 합법화라고 오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결정은 국회로 하여금 2020년 12월 31일까지 임신 22주 범위 내에서의 임신중절술을 허용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하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번 결정을 통해 주인공의 자리가 국회로 넘어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III. 미국: 연방대법원의 Roe v. Wade 판결

1. 배경

  바로 그 유명한 판례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판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판례의 정식적인 이름은 다음과 같다.  Roe v. Wade, 410 U.S. 113 (1973).  Roe라는 것은 우리로 말하면 '아무개' 혹은 '홍길동'이라는 단어로 익명의 인물을 나타낸다.  미국의 판례는 원고와 피고의 이름으로 판례명을 정하게 되는데, 실명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몇몇 경우 이렇게 익명을 쓰게 되고 그때 사용하는 이름이 바로 Roe이다.  추후 이 여성은 자신의 실명을 밝히고, Roe v. Wade 판례가 잘못되었다는 입장을 밝히며 재판에서와 정 반대의 입장을 선보인다.  그 여성이 바로 아래 사진에 나와 있는 Norma McCorvey이다.  당시 낙태가 가능한 주(State)는 6개 주(알래스카, 뉴욕, 오리건, 워싱턴, 캘리포니아, 하와이)였고, 그녀는 자신이 해당 주 병원으로 갈 형편이 안 된다며 거주지인 텍사스주를 상대로 낙태 금지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냈다.

Roe v. Wade 판결의 주인공 Norma McCorvey ("Jane Roe")

  1973년 1월 22일에 선고되어 하루아침에 미국 전역의 법을 바꿔버린 이 판례는 텍사스 주의 낙태금지법안이 합헌인지 위헌인지를 심사하는 것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한다.  법적 쟁점을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임신중절 행위'를 선택하는 것이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4조의 due process clause의 범위 내에 포함되는지를 다룬 판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나아가 가장 주요한 생명윤리학적 쟁점을 설명하자면, "태아가 산모 몸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언제부터 생기는가"라고 할 수 있겠다.  Roe v. Wade 이전 미국에서는 낙태가 대다수의 주에서 전면적으로 금지되어 있었고, 이후 이 판례가 등장하게 되면서 하나둘씩 주법을 바꾸게 되고 현재는 그 정도는 다르지만 그 어떠한 주도 낙태를 전면 금지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1973년 판결 이후 2019년인 지금까지 정치권에서는 청문회에서 Roe v. Wade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질문을 하는 것이 언제나 기사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며, 대통령 출마자에게도 빠지지 않는 단골 질문이기도 하다.  1973년부터 2019년까지, 약 47년간 미국은 단 한 번도 이 문제에 대해서 쉰 적이 없을 만큼 아직도 그 논쟁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에 주요 요인들 중 하나가 바로 그가 Roe v. Wade를 뒤집겠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일 만큼 이 문제는 아직도 미국에서조차 완벽히 논의가 끝나지 않은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2. 판례 분석: 7-2 위헌 판결

1) 다수의견 (판례)

  연방대법원은 Roe v. Wade를 통해서 '낙태권(임신중절술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이 수정헌법 제14조의 1항에서 보장하는 Due Process Clause의 '사생활권(right of privacy)'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세부적으로 보자면, 재판부는 헌법상 임신을 종료시키는 '절대적 권리'는 없다고 명백하게 이야기하며 판결문을 써 내려간다.  다시 말해, 그 어떠한 방법이나 그 어떠한 때에 자신의 마음대로 낙태를 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음을 명백히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에 확실하게 우선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해 판시했고 그 기간은 임신 초기 1/3 기간이다.  쉽게 말해, 태아가 산모 몸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viability)이 생기는 기간을 정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임신기간 3분론(the pregnancy period into three trimesters)이다.  물론 훨씬 더 많은 내용들이 들어있지만, 바로 이 임신 초기 1/3 기간 동안은 낙태가 허용된다는 것을 판시한 것이 바로 Roe v. Wade 판례의 주요 내용이다.  다수의견에서 Blackmun 대법관은 오직 엄청나게 중요한 주의 이해관계(compelling state interest)만이 인간의 기본권(fundamental right)을 제한할 수 있음을 말하며 이를 위해선 해당 주가 그것을 증명해야 함을 다시금 판시했다.  임신 초기 1/3 기간 동안은 여성이 낙태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자기결정권이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각 주가 엄청나게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져야만 이를 제한할 수 있고, 이 해당 기간에 각 주는 그러한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판결문의 많은 부분은 "임신한 여성의 건강"과 "잠재적 태아의 생명(그리고 그 생존 능력(viability))"으로 대표되는 주의 이해관계(compelling interest)와 기본권을 비교하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


2) 소수의견 (Dissent)

  연방대법관 바이런 화이트(Bryon White)와 윌리엄 렌퀴스트(William Rehnquist)는 다수의견(Majority)에 반대하는 소수의견(Dissent)을 판시했다.


바이런 화이트의 소수의견 (Bryon, J., dissenting)

  바이런 화이트 대법관의 주장은 '단어'와 '헌법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한다.  헌법에 그 어떠한 단어도, 나아가 헌법의 역사 어디를 보아도 임신한 여성에게 자신의 태아의 생명을 없앨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법을 '해석'해야 하는 법원이 지금 새로운 헌법적 권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비판한다.  그의 주장은 계속된다.  지금 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서 '임산부의 편의(convenience of the pregnant mother)'를 '생명 또는 잠재적 생명이 그 존재를 지속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continued existence and development of the life or potential life)'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그는 지금 연방대법원은 "각 주들이 생명을 살리려고 하는 노력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헌법적 장벽을 만들고 있다"며 주류 의견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의견을 내놓았다.  나아가 우리 사회는 이러한 중요 쟁점들을 다루기 위해 "정치 제도"를 가지고 있다며, 사법부(법원)를 비판했다.


"I find nothing in the language or history of the Constitution to support the Court's judgment ... As an exercise of raw judicial power, the Court perhaps has authority to do what it does today; but, in my view, its judgment is an improvident and extravagant exercise of the power of judicial review that the Constitution extends to this Court.

Roe v. Wade, 410 U.S. 113 (1973)(Byron, J., dissenting)

 

윌리엄 렌퀴스트의 소수의견 (Rehnquist, J., dissenting)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관 역시 다수의견과 다른 자신의 소견을 내비쳤다.  그는 화이트 대법관의 주장을 조금 더 정교하게 만드는 말들을 덧붙이며 역사적으로 '법원'을 분석했다.  그의 주요 주장은 수정헌법 제14조(the Fourteenth Amendment)에 기반한다.  간단히 말해서, "다 알겠는데... 너네 다수의견 판사들, 너네가 말하는 수정헌법 제14조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나 그런 판결을 내리는 거야?"라는 것이다.  렌퀴스트 대법관의 주장에 따르면 다수의견의 견해는 수정헌법 14조 1항 '적법절차(due process clause)'에 기반하고 있는데, 헌법을 처음 쓴 사람들은 사실 헌법에 이 권리에 대해서 제대로 써놓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헌법에 쓰여있지도 않은 권리를 우리 대법관들이 스스로 "right of privacy(사생활의 권리)"라는 단어를 만들어가며 수정헌법 14조의 범위를 이렇게나 넓힐 수 있느냐는 것이 그의 주요 논지다.  미국 정통 보수주의의 핵심 가치를 잘 담아내고 있는 문장들이다.  나아가 그는 우리에게 수정헌법 14조에 기반해 각 주들로 하여금 법을 바꾸게 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를 되묻는다.

The 14th Amendment Section 1.

All persons born or naturalized in the United States, and subject to the jurisdiction thereof, are citizens of the United States and of the State wherein they reside. No State shall make or enforce any law which shall abridge the privileges or immunities of citizens of the United States; nor shall any State deprive any person of life, liberty, or property, without due process of law; nor deny to any person within its jurisdiction the equal protection of the laws.
"the drafters did not intend to have the Fourteenth Amendment withdraw from the States the power to legislate with respect to this matter."

Roe v. Wade, 410 U.S. 113 (1973)(Rehnquist, J., dissenting)


IV. Roe v. Wade 판결 이후 미국

1. 지난 47년간 있었던 일들

1) 양극화(가치적 양극화에 따른 정치적 양극화)

  미국은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Roe v. Wade) 판결에 따라 지금까지도 여성이 임신 후 6개월까지 중절을 선택할 헌법상 권리를 연방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판결로 인해 미국은 크게 2 가지 사람들로 나뉘게 되었는데, 그것을 Pro-life(생명권 우선)와 Pro-choice(자기 결정권 우선)라고 한다.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이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명백히 밝히는 편이다.  이 이후의 미국 정치는 결국 Pro-life로 대변되는 보수파(Republican:공화당)와 Pro-choice로 대변되는 진보파(Democratic: 민주당)의 싸움으로 더 명백히 나뉘게 된다고 말하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2) 여성 기본권 강화

  Roe v. Wade 판례 이후 미국은 급속도로 친(親)낙태 정책을 고수하게 된다.  낙태에 관해 안 좋은 시선을 바꾸는 문화적, 정책적 노력들이 계속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수없이 많은 것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우선,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었다.  그동안 사회에서 채 인식되지 못했던 여성의 권리가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나아가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영역들에 하나둘씩 관심이 쏟아졌다.  여성의 노동을 적극 장려하기 시작했고, 여성이라는 선입견 속에 들어있는 많은 편향된 시선들이 줄어들게 되었다.  미국의 여성운동은 바로 Roe v. Wade에서 가장 큰 힘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 그 판결: McCorvey v. Hill, 385 F.3d 846 (5th Cir. 2004)

  Roe v. Wade가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조금만 검색해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흔히 우리가 쉽게 듣지 못하는 이면의 이야기들도 존재한다.  Roe v. Wade 판결이 난 1973년부터 약 30년이 지나 2003년 6월 17일, Roe v. Wade의 주인공 McCorvey는 정 반대의 소장을 들고 댈러스 연방법원을 찾는다.  Roe v. Wade 판결을 뒤집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법원에 낙태가 여성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abortion hurts women)에 대해 증거를 들고 법원을 다시금 찾는다.  그녀의 손에는 1,000명이 넘는 여성이 쓴 진술서가 들려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낙태한 것을 후회한다는 내용을 적었다.  그 사건명이 바로 McCorvey v. Hill이다(McCorvey v. Hill, 385 F.3d 846 (5th Cir. 2004)).  언론에서는 그녀가 1995년 낙태반대운동의 회원으로 가입한 것과 Pro-life로 자신의 입장을 선회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2004년 9월 14일, 제5 연방 항소법원에서는 주장의 모호성을 이유로 그녀의 청원을 기각했지만, 그녀는 해당 판결의 전후를 막론하고 계속해서 낙태반대운동을 진행한다.  그녀의 낙태반대운동 중 가장 유명한 일화 중 하나가 바로 의회 방문이다.  1998년 그녀는 미국 의회를 찾게 되는데, 그 의회에서 한 연설을 소개한다.  


저는 바로 그 유명한 Jane Roe입니다.  바로 낙태할 권리를 만들어낸 그 사람이죠.  저를 변호했던 변호사들은 그 누구도 제가 수임 계약서에 한 사인이 15년, 20년 후 사람들이 제게 찾아와 "제가 5-6번의 낙태를 하게끔 도와줘서 고마워요, 당신 없이는 내 낙태가 불가능했을 거예요"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는 제게 여성이 낙태를 가족계획에 사용한다는 것을 말해준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정말 막다른 길목에 있는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만을 했을 뿐입니다.


It was my pseudonym, Jane Roe, which had been used to create the "right" to abortion out of legal thin air. But Sarah Weddington and Linda Coffee never told me that what I was signing would allow women to come up to me 15, 20 years later and say, "Thank you for allowing me to have my five or six abortions. Without you, it wouldn't have been possible." Sarah never mentioned women using abortions as a form of birth control. We talked about truly desperate and needy women, not women already wearing maternity clothes.


2. 앞으로 일어날 일들

  최근 미국 언론들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는 Pro-choice와 태아의 생명권을 주장하는 Pro-life 사이에 다시 한번 큰 전쟁이 있을 것을 일제히 예고했다.  이번 전쟁의 무대는 다시 한번 '법원(court)'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에 '낙태'와 관련된 헌법소원 소장이 제출된 것은 3년 전인 2016년이다.  당시 텍사스 법에 대한 헌법소원은 대법관의 5-4 결정으로 합헌 처리되었다.  그와 다른 결과를 기대하며 2019년 새로운 청구인들이 나타났다.  이번엔 루이지애나 주의 법을 가지고 미국의 최고 법원을 찾았다.  과연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과는 바뀌게 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이러한 것은 단지 '법원'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의 영역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치적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여러 미국의 주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새로운 대법관을 보수 성향의 인사로 임명함에 따라 그동안 발의하지 못했던 새로운 법안들을 발의하고 있다.  진보단체들은 해당 법안들이 "여성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Energized by new conservatives on the supreme court, abortion opponents in multiple states hope to ignite new legal battles that could prompt the court to revisit Roe v Wade

  조지아 주 의회는 태아의 심장이 뛰고 있다면, 낙태를 할 수 없게 만드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미 미국의 많은 주들은 47년 만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을 준비하고 있다.


V. 결론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통해 많은 것이 뒤바뀌었다.  미국과 같이 '위헌'판결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헌법 재판소는 분명히 변화를 예고했다.  미국이 걸어간 방향으로 우리의 몸을 튼 것이다.  이 글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방향이 맞다!' 혹은 '저 방향이 맞다!'라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어떤 방향을 선택하던 그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아닌가.  하지만, 우리가 가는 방향이 도대체 '어떤' 방향인지는 알고 가자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최근 헌재 판결을 전후로 낙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올라가자, 많은 토론회와 더불어 기사들이 우후죽순 올라오는 것을 본다.  하지만, 여러 기사 들은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오해와 부적절한 갈등만 초래하게 만드는 것 같다.  생명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형법 또는 헌법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정적으로 판례가 판시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기사들도 많았다.  한 기사는 이번 헌재 판결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싸움이 아니라는 색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해당 기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왜 미국에서는 그 많은 돈을 들이며 오늘까지 47년간 국가 전체가 2가지 진영: Pro-choice(여성의 자기 결정권) & Pro-life(태아의 생명권)로 나뉘게 되었을까?  해당 이슈의 중심에는 분명히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결정권'의 대립이 양 극단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두 가치관의 대립을 부정한다는 것은 낙태 문제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헌법재판소도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굉장히 독특한 논리를 펼쳤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사안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직접적인 충돌을 해결하는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는 2017헌바127에서 대상 법률이 오직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 및 제270조 제1항(의사낙태죄) 중 '의사' 부분에 한하기 때문에 '낙태'가 합헌인지 위헌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겠다고 해당 문제를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헌법재판소도 낙태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기본권 충돌의 문제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해당 판결에 대해서는 추후 새로운 글로 더 논해보겠다.

"이 사안은 국가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확정적으로 만들어 놓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자기낙태죄 조항의 존재와 역할을 간과한 채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직접적인 충돌을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미국법을 공부하면서 가장 놀라웠고 기억에 많이 남아있는 판결은 앞서 소개했던 Roe v. Wade였다.  보통 사람들은 판결이 나면 해당 쟁점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덜 하게 되는데, 이 판결만큼은 쉴 새 없이 이야기가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Roe v. Wade는 대법관의 7-2 결정으로 끝난 판결이며, 우리는 대부분 7명의 의견에 집중한다.  바로 미디어가 그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우리가 덜 집중하는 2명의 의견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왜냐하면 그 2명의 의견에서부터 시작되어 수없이 많은 논쟁과 갈등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 논쟁 중 하나인 '헌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다.  이에 비하면 오히려 낙태의 문제는 작은 문제일지 모른다.


  미디어나 뉴스 그리고 지식인들은 Roe v. Wade 판결을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그것은 "미국은 낙태 허용 국가다"라는 문장이다.  하지만, 47년의 세월 동안 미국이 겪은 수많은 갈등들과 그 속에서 나온 아우성들은 과연 그 한 문장으로 다 설명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미국에서는 오늘도 Roe v. Wade, 즉 '낙태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놓고 계속해서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없이 많은 돈이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으며, 어린 학생들부터 병상에 누워있는 노인들까지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pro-life임을 밝힌다.  그리고 그가 임명 후 한 행동들 중 가장 주요한 것들 중 하나는 바로 pro-life 견해를 가진 판사  Brett Kavanaugh를 대법원에 임명한 것이다.  미국의 정치권은 알게 모르게 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Roe v. Wade를 뒤집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미국의 통계만을 가지고 미국의 판결을 얘기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47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47년 전 미국을 향한 발걸음을 막 내디뎠다.  그 발걸음을 내디딘 것은 기쁜 일이다.  언제나 변화는 새로운 힘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배워야만 한다.  그 길을 먼저 걸었던 나라가 어떠한 암초에 걸렸는지, 그리고 어떠한 복병을 만났는지 말이다.  과연 임명되는데 국민의 투표용지가 단 1장도 들어가지 않은 헌법재판소 대법관 9명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표성을 갖는가?  대법관들은 인간의 생명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사회의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가?  그 권한은 누가 준 것인가?  여성들은 새로운 변화 이후 어떠한 어려움을 겪었는가?  사회적 어려움은 없었는가?  있었다면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  이렇게 공부가 부족한 나에게도 1분만 생각해 보면 수없이 많은 고민거리들이 떠오른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합의가 없이 단지 정치권과 사회 엘리트 세력들의 결정에 끌려가기만 한다면, 우리는 미국의 47년을 고스란히 다시 겪게 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번 결정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미국과 달라질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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