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다리

삶의 작은 일에도

by 문용석

며칠 전, 아침 일찍 잠에서 덜 깨 조금은 몽롱한 상태로 Criminal Law 수업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정말 그 자체로는 희망이 없다. 얼마나 잔인한 범죄를 담고 있는 판례가 많은지..


그날은 자신의 아이를 이혼 후 만난 여자 친구와 같이 때리고 괴롭히다가 복막염이 생겨 배가 수박처럼 볼록해졌는데도 병원에 못 가게 해서 꿈도 펼쳐보지 못한 아이가 죽어 살인죄로 기소된 판례를 다루고 있었다. 끔찍하다. 저 상황도 자신에게 주어진 형량을 줄이기 위한 항소 과정이었다. Oxendine v. State, 528 A.2d 870 (Del. 1987).


눈이 침침해서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안경닦이로 안경을 닦고 있는데, 안 좋은 소리가 났다.


"또각"


나의 손에 쥐어져 있던 안경은 부러졌고, 옆 자리에 앉은 학우는 황당해하는 나를 보며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사실 나는 안경을 쓰지 않고서도 잘 지냈었지만, 안경을 쓰고 난 다음부터는 안경을 내내 쓰다가 벗게 되면 세상이 너무 흐릿해서 금세 피곤해졌다.


안경을 벗고서는 도저히 수업에 집중할 수 없어 부러진 안경을 한 손으로 붙잡고 수업을 마쳤다. 그리고는 임시방편으로 안경다리를 테이프로 돌돌 감았다.


작은 균열 하나에 얼마나 불편하던지. 눈은 뻑뻑하고, 머리도 어지러운 거 같고, 두통도 생기는 거 같고.. 그런데 안경을 벗으면 세상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보내다 똑같은 안경테를 구입해서 도수 알만 바꿔 꼈다.


세상에. 만원짜리 안경테 하나가 이렇게 소중한 것이었다니! 얼마나 편하고 좋던지. 안경도 너무 편하고, 눈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친구와 길을 걸으며 "와 너무 좋다"를 연신 외쳤다. 나는 순간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늘 알고 있었음에도 깨달았던 그것은, 결국 '삶의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것. 내게 있는 작은 일들이 사실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눈물 그리고 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의 행복을 '지금' 누리며 살아가는 것을 인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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