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에 퍼뜨리면 피는 꽃
피어난 꽃은 이내 번져 죽고
물에는 선홍빛 시체가 아스라져
오감으론 찾지 못할 꽃의 시체가
칠 할이 물인 내 안에 죽어있다
할아버지의 아들과 외할머니의 딸이
웅크린 내 안에 흘린 피
그들의 흐느낀 피로 자라난 나는
피 섞인 남이 되었다
남의 기차 타고 떠나온 여느 날에
내 안에 죽어 피어난 꽃
남의 아들딸이 준 시체꽃이
시뻘겋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뿌리 없는 꽃이 무거워 뽑아내지 못하고
시취 맡길 즐기는 내가 기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