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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飢餓)

by 연만두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

잘 벌어야 가능한 정언명령에

나는 버거운 돈을 먹어치웠다

점점 살이 쪘지만 절식은 배운 적이 없다

내 꿈은 돈의 기아(飢餓)였다

몸이 가벼우면 날 수 있지 않을까

돈가죽이 쩍쩍 갈라져서 등딱지에 말라붙어라

겹진 돈살보다 허연 버짐이 피는 꿈갗이 되어라

빌기도 먹기도 원치 않아도 나는 늘 고봉으로 돈을 먹었다

절식해서 혼나던 MZ가 되기 싫어서

빌어먹을 용기도 없는 나는 잘만 먹었다

아랫배에 튼살이 보여 간헐적 단식을 했다

음식이 없는 겨우 16시간을 나는 살지 못했다

죽은 영혼이 빠져 가벼워졌지만 튼살이 남았다

언제부턴가 다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살이 다시 찐 나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꿈에서 본다

내 죽은 영혼은 어디에서 찬란하게 굶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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