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편의점 인간>을 읽고
/
“저어, 잠깐 묻고 싶은데요, 아이를 낳는 편이 인류에 도움이 되나요?”
“네?!”
“우리도 동물이니까 수가 늘어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나와 시라하 씨도 자꾸 교미를 해서 인류를 번영시키는 데 협력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세요?”
“제발 참아주세요. 아르바이트와 백수가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하려고요. 정말 그만두세요. 당신들 같은 유전자는 남기지 말아 주세요. 그게 가장 인류를 위하는 길이에요.”
“그렇군요…….”
아무래도 나와 시라하씨 하고는 교미를 하지 않는 게 인류에 합리적인 모양이다. 해본 적이 없는 성교를 하는 것은 어쩐지 불쾌하고 내키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안심했다. 내 유전자를 무심코 어딘가에 남기지 않도록 조심해서 죽을 때까지 갖고 다니다가, 죽을 때 처분하자. 그렇게 결심하는 한편,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어버리기도 했다. 그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그때까지 나는 무엇을 하면서 지내면 좋을까?
/
위는 이 책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일부다. 이 책은 기묘하다. 서스펜스도, 스릴도, 공포도, 가학적인 묘사도 없지만, 책을 덮었을 때 뭔지 모를 께름칙함에 집어삼켜져 몸서리를 치고야 만다. 상당히 찝찝하다. 그 찝찝함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고, 제155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상을 수상하게 한 원동력이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찝찝한 내색을 보이지는 않는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그저 아주 약간 불쾌할 뿐인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올 따름이다. 삼십 대 후반이 될 때까지 무려 18년 동안이나 편의점 알바만 했으며, 평생 애인을 가져본 적도 없고, 어린 시절에는 음침한 언행을 왕왕했던 이. 그저 사회에 흔한 사회 부적응자를 그려낸 것만 같다.
묘한 찝찝함의 시작은 주인공에 대한 외부인들의 시선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그저 취업도 결혼도 않은 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인공은 모든 이에게 물음표의 대상이 된다.
‘왜 취업은 안 했어?’
‘취업하려고 노력은 해본 거야?’
‘아르바이트만 해서는 먹고살기 힘들 것 같지 않아?’
‘왜 결혼은 안 했어?’
‘남자친구는 있어? 남자친구 사귀어본 적은?’
‘남편 친구 중에 좋은 남자 있는데 소개해 줄까?’
‘부모님은 뭐라고 안 하셔?’
그저 남들이 다 걸어간다고 하는 정상궤도를 걷지 않았다고 하여, 주인공은 질문의 대상이자 신기함의 존재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정서적으로 무언가 결함이 있던 것으로 묘사되던 주인공이 이에 대응하는 방식들이 등장하며 찝찝함의 고리가 처음 꿰어진다.
/
미호의 남편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두르는 편이 좋을 겁니다. 이대로는 안 될 테고, 솔직히 초조하죠? 나이가 더 들어버리면 늦어요.”
이에 주인공은 답한다.
“이대로는……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건가요? 그건 왜죠?”
순수하게 묻고 있을 뿐인데, (중략)
“후루쿠라씨는 왜 그렇게 태연해요? 자신이 부끄럽지 않아요?”
“예? 왜요?”
“알바만 하다가 할망구가 되어 이제 시집갈 데도 없잖아요. 당신 같은 여자는 처녀라도 중고예요. 너저분간. 석기시대라면 자식도 낳을 수 없는 나이 든 여자가 결혼도 하지 않고 무리 속을 어정거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무리의 짐일 뿐이죠. 나는 남자니까 아직 만회할 수 있지만, 후루쿠라 씨는 이제 어떻게 할 수도 없잖아요.”
나는 일어나서 음료 코너에서 커피를 타 시라하고 씨 앞에 커피 잔을 놓아주었다.
/
주인공은 자신에 대한 세상의 모욕적인 평가에 모두 달관한듯한 태도로 임한다. 그저 진정으로 모르고 있다는, 그런 언사들은 나에게 생채기 하나도 나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로. 내가 들었다고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서 당장에라도 멱살을 잡고 뒤엉켰을 그런 말들을 쉬이 넘어가버리고 만다. 고개가 갸우뚱- 하지만 당사자가 아무렇지 않다고 하니 뭐. 나는 그저 떨떠름한 뒷맛만을 삼킨 채 책을 읽어나갈 수밖에 없다.
이후 ‘사회화가 꽤나 된 인간’인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꽤나 기묘한 일들이 또다시 벌어진다. 주인공이 같이 편의점에서 일했었다가 잦은 지각과 농땡이에 여자 손님에게 치근대기까지 하여 잘렸던 음침한 남자 ‘시라하’와 갑작스러운 동거를 시작한 것이다. 그 이유는 지난 2주간 “왜 결혼하지 않아?”라는 질문 14회, “왜 아르바이트를 해?”라는 질문을 12회나 받았기에 들은 횟수가 많은 질문부터 소거해 보고자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거하는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면 대개 남자가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기에 여자가 부수입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여기니까 유의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인공은 백수 히키코모리 변태 남자를 데려다가,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먹이를 주며’ 동거를 시작한다.
짧고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이 책은 곧장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주인공은 시라하와 함께 살며 당분간은 주위에서 물음표의 폭포를 피하는 듯했다. 되레 그들이 자신을 ‘무리’에 넣어주며, 이러저러한 조언까지도 해주고자 한다. 하지만 그 남자가 백수 히키코모리에 가족들에게 빚까지 진 놈팡이라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며, 주인공은 현실감 없는 응답으로 일관하며 지금 상황의 문제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극은 급속도로 암흑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다.
/
“저어,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은…… 오늘은 외출했어? 신경 쓰게 했나?” 하고 말했다.
“응? 아니, 집에 있어.”
“아, 슬슬 먹이 먹을 시간인가?”
하고는, 밥과 냄비 속에 든 삶은 감자와 양배추를 부엌에 있던 세숫대야에 담아서 욕실로 가져갔다.
“욕실……? 목욕하고 있어?”
“아니, 방을 같이 쓰면 좁으니까 거기서 살아. 너무 걱정 마. 샤워비와 식비는 받고 있어. 좀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저 사람을 집 안에 들여놓으면 편리해. 다들 기뻐해 주고, 잘했다느니 축하한다느니 축복해 줘. 자기들 멋대로 납득하고, 나한테 별로 간섭하지 않게 됐어. 그래서 편리해.”
여동생은 입을 열어 말하고는 나를 야단치지도 않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 한계야……. 어떻게 하면 평범해질까? 언제까지 참으면 돼?”
여동생이 제발 상담이라도 받자며,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며 부르짖자 사라하씨는 능청스럽게 욕실에서 등장한다.
“죄송합니다. 사실은 후루쿠라 씨와 말다툼을 좀 했어요. 볼꼴사나운 장면을 보여드렸네요. 깜짝 놀라셨지요. 실은 내가 옛 여친과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그리고 둘이 술을 마시러 갔죠. 그랬더니 게이코가 미친 듯이 화를 내면서, 함께 잘 수 없다고 나를 욕실에 가두어버린 거예요.”
“그랬군요! 그래요, 그렇군요……!”
“오늘은 동생이 온다는 말을 듣고, 이건 곤란하다 싶어서 숨어 있었어요. 야단맞을까 봐.”
/
이후 주인공의 여동생은 사라하씨를 연신 혼낸 뒤 안심하며 돌아간다. 그녀에게는, 언니의 남자친구가 바람둥이라는 사실이 언니가 욕실에 사람을 키우는 것보다 괜찮은 현실이었던 걸까. 대체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괜찮고, 무엇이 비정상이고, 무엇이 나쁜 것인가.
이후 주인공은 사라하씨의 말에 따라 편의점을 그만두고 정규직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홀린 듯 어느 편의점에 들어가 18년간 해온 일을 기계적으로 하며 다시 편의점 직원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책이 끝난다.
이어지는 에필로그에서는 성별조차 불분명한 어느 이가 ‘편의점’에게 키스하고 싶다, 섹스하고 싶다는 교태를 부리는 내용의 편지가 나오고 기어이 책이 끝이 난다.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주인공을 비정상으로 바라봤다. 어린 시절부터 죽은 새를 보고 구워 먹자는 이야기나 하질 않나, 18년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하고 구직활동도 전혀 안 하질 않나, 웬 헛소리나 지껄이는 놈을 집안에 들이고 욕실에서 ‘먹이를 먹여’ 키우질 않나. 아주 비딱한 시선으로 바라봤었다. 동시에, 주인공에게 무례한 말을 그리 쉬이도 던지는 이들을 비정상이라 바라봤다. 어떻게 저런 말들을 쉽게 할 수 있냐며, 참 나쁜 사람들이라며.
그렇다면 나는 대체 어떤 이를 정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말인가.
나는 주인공이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을 옳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와 동시에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주인공에게 참견하는 주변인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결코 상충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의 나를 발견하자, 나는 깨달아버렸다.
정상이 무엇이기에, 비정상이 무엇이기에 그 기준에 맞추어 저들을 평가 질해대고 있었단 말인가.
이 책의 찝찝함과 기시감은 여기서 오는 것이었다. 내가 비정상으로 보던 이도 사실 얼마간은 정상이었고, 내가 정상으로 보던 이도 사실 얼마간은 비정상이었다는 것.
이 책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인물이 아닌, 한 명의 편의점 점원으로서의 인물이 살아내는 고약한 일생을 그린다. 그러나 그 형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은 결국 고약한 인물이 아닌 고약한 나의 시선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세상은 그저 세상이고 좋고 나쁨은 없는 것임에도, 얼마간의 이들을 꼬집어 비정상이라 매도하는 내가 있는 것임을.
괴물을 그려내어, 그 괴물을 뜯어먹는 괴물 피라미를 건져내는 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