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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lee Jan 12. 2016

10. 인턴

인생의 경험은 무엇으로도 배울수 없다

울리는 알람소리에 무의식적으로 휴대폰 벨소리 끄고 깍지낀 두손을 위로 펼쳐 기지개를 켠다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이다. 아직 어둠이 깔린 이른 새벽이지만 난 항상 이시간에 아침을 시작한다. 언제나 그렇듯 아침은 늘 혼자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 보낸지 십년이 다되어가고 아이들은 따로 가정을 꾸려 잘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 날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오늘 하루의 스케쥴을 체크하는 버릇은 버리지 못했다. 난 은퇴자이다.  그것도 은퇴한지 벌써 오년이 다되어가지만 사십여년간의 버릇은 싶게 잊혀질것은 아닌가 보다. 하긴 하루 24 시간중 작게는 3분의 1 많게는 2분의 1을 보낸곳이 아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고 때로는 다투고 그리고 같이 먹고 마시고 기도하던 곳이다.  가족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오히려 가족들도 모르는 이야기도 나누던곳  내 비상금의 위치를 알고 내가 결혼하고팠던 이상형에 대해 알고 내 마음속 깊은 고민 마저도 알고 있는 그들이 있던 곳.  그곳이 바로 나의 직장이다.  그저 생계를 위해 보수를 받던 곳이아닌  단순히 나의 사회적 성장을 돕던곳이 아닌 내인생의 목적이자 수단이자 삶의 모두였던 그곳.  오래전 어리고 철없던 시절 별볼일 없는 농사일을 늙어 허리가 굽어서도 놓지 못했던 아버지의 심정을 조금는 알것 같다.  그농사일은 가족의 생계이자  자식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유일한 자산이면서 아버지의 삶 모두였던 것이다.  그래서 특별이 할일이 없으셔도 샛별을 보고 나가셔서 항상 들밭에 앉아계시다 금빛노을을 지시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셨나보다.  그게 이맘인가 보다.


그렇게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나에게 다가온 '인턴' 이라는 기회, 인터넷으로 옷을 파는 회사의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 이란다. 그회사에 취업하기위해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라는 곳에도 올리고, 나이 70에 "10년후에는 무엇을 하고 싶냐" 는 이게 말인지 소인지도 모를 '어처구니 없는' 면접질문을 받았다.  그렇게 주어진 기회. 나는 다시 내가 40년이나 일하던 아니 생활하던 일터로 돌아왔다.  사실 이곳은 이회사가 들어오기전 문을 닫은 나의 전 직장이었다.  나는 전화번호부 책을 만드는 공장에서 인쇄 책임이나 마케팅을 담당했었다.  인터넷이 발달하여 구지 전화번호를 책으로 찾을일 없는 이세대의 전화번호책은 사라졌다.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지금의 늙은 나처럼.  그렇게 요즘 시대의 회사들은 오래된 사람에게 나가라한다.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한다고 한다.  정작 돈많이주고 편한일 찾는 젊은 애들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저 자리차지하고 호봉많은 내월급이 부담되는 거겠지.  임금피크제니 뭐니 모두 허울만 좋은 은퇴시킬 변명거리겠지.  사람이 중요한게 아닌 돈이 중요한거겠지.  그렇게 사람을 괄시하니 기업들이 없어지는 거겠지.  돈으로 회사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망할려고 하는거 아니겄어?


어째튼 이회사 참 재미있어.  젊은 사람들 천지에 적응하지 못하려나 했는데 다들 인터넷이니 디자인에는 전문적인데 인생은 꽝이네.  룸메이트 인줄 모르고 원나잇을 보내고 여자친구와 싸운 직원 놈은 화해한답시고 메일이나 문자로 용서해달라고만 하고,  직원들은 한곳에 쓰레기나 잔뜩올리고 누구하나 치울줄도 모르고, 일에 빠져사는 비서는 일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특히 진짜 꽝은 이회사 대표인데  한순간에 이 큰회사로 키우고나서도 정작 자신이 운영하는 이회사를 전문 경영인에게 넘기려하지않나 남편은 바람피고 정작자신은 엄마한테 큰일날 메세지를 실수로 보내지 않나  술먹고 주사도 있고 딸아이의 마음도 알아주지 못하는 엄마로서도 꽝이다.  하지만 맘에 든다. 이곳 내가 비록 페이스북이  뭔질 몰라도  전화 통화만되는 접이식 휴대폰을 사용해도  이들은 인생만큼은 나보다 전문가는 아니어서 나에게 물어보고 듣고 싶어하고, 기대고 싶어하고, 공유하고 싶어한다.  그게 내가 이곳에 인턴으로 있는 존재의 이유이다.

세상사람들아 내말좀 전해주라.  한시절 어려운 시절 나라 일으켜 이만큼 산다고 말로만 공치사말고 제대로 대접 좀 해주라고.  나는 일이 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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