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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lee Oct 30. 2016

24. 밀정

배신의 사회

밀정

일제 강점기. 배신의 사회. 내가 살기위해 누군가를 배신해야 하는 잔혹한 민족의 수난시대. 치밀한 일제의 관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민족을 감시하고, 악랄하게 관리하여 같은 민족끼리 불신을 낳고, 배신의 싹을 틔워 그들이 원하는 방법대로 우리나라를 조금씩 침탈해가기 시작한다. 이런 시대에서는 오직 배신만이 살길이며, 독립운동이라는 나라를 구하는 일에도, 그들의 구성원에도 배신의 독버섯이 싹을 틔워 하나 둘 조직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배신의 싹은 너무나 그 독이 강해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확증이 있지 않는 이상, 계속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며, 아무도 모르게 점점 더 그 영향력을 키워간다. '곡성'의 '의심'이 '악'의 싹을 틔우듯이, 더욱이 시대적으로 너무나 암울한, 너무나 막중한 일을 해야하는 시기에 '의심'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조직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큰일은 커녕 서로 의심하는 동안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일제가 원하는 시나리오 대로 시간만 보내게 된다.

그들은 민족의 문화를 말살하고 바꾸어 마치 일제 강점기가 후손들로 하여금 당연하게 생각토록 사상개조를 하고, 호주제로 인해 호주를 중심으로 감시를 하여 가족구성원들이 큰일을 도모하지 못하도록 체계를 이루었으며, 더욱기 배신은 곧 사는 길이다, 아니 이처럼 힘든시기에 누구보다 만족하며 사는 길임을 강조하는, 피지배국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방법으로 '배신'을 택하였다.

이정출은 임시정부시절 활동한 경력으로 '배신'을 통해 제법 높은 직책의 일본 경찰이다. 그도 화려한 '배신'으로 핍박받는 그 시대에 오히려 지배계층으로의 인생을 살아간다. 1923년의 역사적 실제 사건이 '황옥경부폭탄사건'이라는 실존인물. 이중간첩으로 의열단으로 잠입해 조직의 대표와 조직원들의 체포를 위해 활동하면서, 폭탄반입을 통한 폭탄테러를 돕는 역할을 하게된다. 그의 역사적 행보에 대해 뚜렷한 확증은 없다. 또한 이후 그의 활동이 그시대의 그의 심리적 편이 어느쪽인지도 알기 어렵다. 그만큼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독립된 초기 시대에 너무나 혼란한 시대를 살고 있었기에. 그가 독립 후 이로운 활동을 했다고 해도 그것은 또 그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상이기 때문일 수 도 있다. 실제로 독립 후 초기 정부가 세워질 당시 얼마나 많은 친일파가 정치나 군부, 치안으로 다시 자리매김하지 않았나? 그들은 '살기위해' 그 시대를 이용하고 그들은 '안락한 삶'을 얻은 것이다.

배신하는 사회

그 시대건 현재건 배신의 사회는 계속된다. 오히려 노력하는 삶보다 배신하여 반대편으로 가는 것이 더 싶게 삶을 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위해 배신하고, 돈을 위해 배신하고, 사랑을 위해 배신하고. 인간의 이러한 욕구, 욕심은 욕을 먹으면서도 꾸준하게 이루어졌으며, 어제의 적이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적이되는 배신이 반복되는 사회로 이어지고 있다. '배신'은 나의 주체적 행위에 대한 표현이 아니다. '배신'은 상대방, 특히 피해를 보는 측이 표현하는 단어일 뿐이다. 나라는 주체는 단지 이익을 선택할 뿐인데, 그들은 그 말은 '배신'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결국엔 배신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나만의, 나의 이익을 위한 선택인 것이다. 결국 사회가 나만, 개인이 중시되는 사회로 간다면, 배신은 더욱 심하게 이루어 질 것이며, 사회가 이런 배신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는 의심으로 혼란 스러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아니, 우리는 저출산의 시대에서 타인보다 나를 더 생각하는 -부모들 마저도 자녀들에게 개인주의 사상을 심어주는 - '홀로'인생을 사는 시대로 접어들었으니, 오히려 일제 강점기라는 '대의명분'이 없어도 우리는 배신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연계순이 잡히고 모진 고문과 곡기를 끊어 볼품없는 모습으로 쓸쓸히 수레에 실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이정출은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이정출은 김우진이 떠난 후 그가 운영하던 - 고미술상이자 사진관인 - 곳에서 연계순의 사진을 보았으며, 그 사진으로 연계순과 의열단원들이 체포되는데 공을 세웠다. 이미 의열단은 내부 밀정이 있다는 말로 혼란의 상태였으며, 자신들의 즉결처분으로 '조희령'을 제거한 상태. 내부의 적이 제거되었으니 안심한 상태에서 그들은 모두 그렇게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거나 체포된다. 하지만 김우진이 이정출을 선택한 것은 '배신'의 맛을 본 사람은 다시 배신할 수 있다. 이정출이 '이런다고 독립이 올것 같느냐'라는 질문에는 그도 이러다 독립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을 것이다. 일본인도 아닌 조국을 배신한 조선인은 어디든 갈데가 없다, 정작 현재의 그런 친일파는 멀쩡하게 권력을 누리고 살고 있지만 말이다.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패가 쌓여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앞으로 전진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야 한다.

정채산은 의열단원들에게 그렇게 전한다. 우리가 '배신'으로 우리의 꿈이 좌절되더라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배신당하고, 배신하고, 또 다시 우리편으로 만들고, 또 다시 배신당하더라도.  우리는 계속 전진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독립할 수 없다. 그들의 희생이 바로 지금의 조국을 만들었으며, 그들의 배신이 바로 지금의 나라를 만들었다. 결국 '배신'은 내가 당하면 '죽음'이며, 상대방이 당하면 '독립'이며 '살길'이었다.


사회를 살아가는 원리, 처세. 거기에 배려, 이타심, 동정심은 없다. 그저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높은 곳으로 올라서야 한다. 그게 친구건, 가족이건 간에. 당신은 그런 인간이 되고 싶은가? 당신은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그런 당신은 행복할 것 같은가?


우리 민족이 침탈당한 일제 강점기 만큼의 힘든 시절이 아니라면 우리의 '배신'은 정당성이 없다. 정당성 없는 '배신'은 이기주의일 뿐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나라를 배신하고, 국민을 배신하는 사람의 말로를 우리는 현재, 지금 또렷하게 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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