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gmin lee Jan 17. 2017

30. 냉정과 열정사이

사랑은 냉정과 열정사이의 균형으로 영원하다

1997, 그리던 첫사랑을 지나치다

아무렇게 꾸미지 않아도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나의 풍경이 되는 이탈리아, 그리고 로마. 고풍스런 벽돌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청년. 요긴한 교통수단이지만 가끔씩 고장나는 애먹임을 감수해야 한다. 한적한 교회예배당 앞 많은 사람들이 성스런 결혼을 축하하고, 밖으로 쏟아져 나와 부적되기 시작하고, 그 예배당 앞에서 기어이 자전거는 멈춰서 버린다. 열심히 자전거 체인을 돌려보는 청년, 쥰세이. 그리고 막 결혼식 축하객으로 나와 수다을 떨다 멈춰버린 시선, 아오이, 그녀는 쥰세이를 눈길에서 놓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고 만다. 그들은 연인이었다. 아오이의 놓치고 싶지않은 눈길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그를 사랑했는지 짐작하고도 남겠다. 그런 그녀의 눈길을 의식하지 못하는 쥰세이. 그 둘의 우연은 그렇게 흘러만 간다.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마주치고 싶었을까? 그렇게 그리던 첫사랑을 잊지못하고 살아가는 쥰세이는 오늘도 그리던 첫사랑을 지나친다. 한번쯤 꼭 보고 싶은 그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불러보지 못하는 아오이. 그둘의 사랑은 냉정과 열정사이에 갇혀버렸다.


우리가 사랑을 대하는 태도

언제든지 사랑하는 사람과 열정같은 사랑을 할줄 알았지만, 사랑은 그렇게 쉽게 잡히지 않는 것. 더욱이 열정으로 가득한 사랑은 금방 신기루 처럼 사라지고 사라진 그 자리를 허망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이렇게 허망해질줄 알았더라면 쉽게 놓치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떠나간 사랑을 그저 그리워하고, 사진을 보며, 음악을 들으며, 영화를 보며, 책을 읽으며 그 흔적을 더듬어갈 뿐이다. 가슴속 아련히 남아있는 사랑의 흔적들은 찢기고 터져 이제는 만지면 부드럽게 만져지는 상채기 흔적으로 남았건만. 그리워 할 수록 그때의 상처의 흔적은 자꾸만 통증으로 남는다. 우리는 그때 왜 그사랑을 잡지 못했을까? 왜 참지 못했을까? 잘해주지 못했을까? 밖으로 하지 못할 후회만이 머리로 가득차 한줄기 눈물로 흐르기 까지 고통스럽게 되뇌인다. 우리는 사랑을 그저 또 다시 찾아올 순환이라 생각하지만, 그때의 사랑은 다시 올 수 있는 것이 아닌 가슴에 묻은 사랑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새롭게 찾아온 사랑은 그때의 흔적을 뒤적이는 다 타버린 재속에서 불씨를 찾는 허망함이다.

그렇게 사랑은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진짜 사랑이라고, 놓치면 죽는날까지 후회 하노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기에 놓힌 사랑은 그렇게도 애절하고 그리운 것인가? 그저 생각만으로도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려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가?


사랑은 냉정과 열정사이에 있다

뜨겁게 사랑을 하다 그 사랑이 지나쳐 터져 버릴 수 도 있고, 다분히 침착하게 사랑을 받아들이다 서로의 오해로 놓쳐버릴 수 있는 사랑.  사랑은 냉정과 열정사이의 균형에서 이루어진다.  열정이 넘친 쥰세이의 복원화가 스승 '조반나'는 그열정을 이기지 못해 질투와 광기로 생을 마감하였으며, 항상 울타리처럼 지켜주는 '마빈'은 사랑의 열정보다 기사도 같은 '냉정'으로 그녀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의 균형만이 완벽한 사랑을 이루어지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첫사랑 시절에... 그래서 우리는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사랑 영화는 그런 우리의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이용하여 희망에 기대에 부풀어 만들어 놓는구나. 아 사랑이여... 너의 알아보지 못해 평생 눈물을 흘리겠구나. 사랑이여....  하지만 그런 사랑을 가진 사람만이 바로 이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고 가슴벅차게 뜨거워지는 특권을 누릴 것이며, 첼로의 묵직한 음악소리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매만져보고, 손의 따뜻함이 느껴질 것이다.   그런 감정을 추억을 사랑을 소중하게 받아들이자. 모든 것은 끝나고 추억만이 남았음을 소중하게 인정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29. 너의 이름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