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경영학 시간에 배운 기업 성공 사례를 통해서였다. 심플한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 쇼룸, 창고형 매장, DIY 가구 등 문맥에서 보이는 띄엄띄엄 쓰인 단어들은 나에게 '글자'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고 컨테이너 박스처럼 생긴 모양의 이케아 매장 사진 한 장만이 조금 오랫동안 기억되었다. 그리고 처음 상하이에 발을 디뎠던 2012년, 이케아는 마치 관광 필수 코스처럼 여겨졌고 나도 처음으로 '이케아'라고 내건 컨테이너에 발을 들였다.
처음 갔던 이케아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넓은 매장에 정체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사람이 매우 많다는 것과,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 한 자리씩 자리를 펴고 책도 보고 잠도 잔다는 것이었다. 이케아 가구와 소품들로 만들어 놓은 쇼룸은 그나마 덜했는데 침구류와 매트리스를 파는 곳에 자세를 잡은 중국인들은 그곳이 집인 것 마냥 편안해 보였다. 처음 갔던 이케아에서는 쇼룸에 전시된 물건들보다 많은 인파들이 내뿜는 땀과 중국 간장이 버무려진 듯한 시큼한 냄새 속에서 각양각색의 중국인을 구경하는데 더 정신이 팔렸다. 그 날 내가 이케아에서 산 것은 1위안(한화 170원) 짜리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전부였다.
이케아는 '가성비'를 내세운 가구점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지만 중국인의 눈에 비친 이케아는 '가성비 낮은' 가구를 판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중국에는 가구 쇼핑을 목적으로 이케아에 가는 사람보다 안락한 실내에서 먹고, 자고, 쉬러 이케아에 출근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들에게 이케아는 가구점이 아니라 일종의 실내 테마파크다. 각 테마별로 꾸며진 쇼룸을 산책하듯 구경하다가 이케아 레스토랑에서 미트볼과 닭다리 구이를 양껏 먹고 나면 후식으로 커피를 즐긴다. 그리고 부른 배를 붙잡고 침대나 소파에서 달콤한 낮잠을 즐기다가 해가 지기 전에 귀가하는 식이다.
2019년도(2018.9.1-2019.8.31) 이케아는 연간 매출 367억 유로를 기록했는데, 그중 중국 매출이 6%(157.7억 위안)를 차지하면서 국가별 매출 5위, 아시아 매출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이케아 매장 방문객 수는 총 8.39억 명이었는데 중국 매장 방문객 수가 12%에 해당하는 1억 명이었다. 이케아가 중국의 '문화 차이'를 상대로 취한 관대한 태도가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인지, '테마파크 마케팅'이 통한 까닭인지 중국에서 이케아의 성장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매출은 연평균 성장률 16%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이케아에서 뭘 살까?
중국 이케아 베스트셀러 아이템은 1위안짜리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1위안 아이스크림 1200만 개, 미트볼 600만 개가 팔렸다. 중국 이케아 매출액에서 10%는 음식과 식품에서 나온다. 이케아 전 세계 매출에서 음식, 식품 매출 비중이 5%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음식 매출 비중은 눈에 띄게 높은 편이다. 네티즌들은 '이케아 미식 공략'을 공유하며 숨은 메뉴를 발굴하고 알린다. 이쯤 되면 중국에서 이케아가 성공한 요인은 가구의 가성비도, 디자인도 아닌 손맛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