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살면서 필요하면 집을 몇 번씩 옮겨다녀야 했기에 나름 집을 구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집 근처의 편의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집 근처에 편의점이 있으면 여러모로 편하기도 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불이 밝혀져 있어서 미약하게나마 안전하다고 느껴지지도 했다. 집과 편의점을 유심히 관찰하던 중 내가 찾아낸 집값과 편의점의 상관관계가 있는데, 일본계인 '패밀리마트 편의점(Family Mart, 全家)'이 근처에 위치한 집은 좀 더 비싸고 중국 토종 '하오더 편의점(好德)'이 근처에 있는 집은 상대적으로 더 싸다는 것이다. 두 편의점의 입지를 보면 패밀리마트는 유동인구가 많고 교통의 요지인 사거리에 위치한 경우가 많고 토종 편의점들은 유동인구가 적은 작은 골목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 지금의 모습과 같은 편의점은 1992년 세븐일레븐이 선전(深圳)에 문을 열면서 처음 등장했다. 그전까지 현대 편의점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잡화점은 士多(쓰뚜어)라고 불렀는데 서양에서 Store라고 부르는 것이 중국어로 비슷한 발음이 나도록 표기되어 사용되었다. 특히 상하이에는 1968년 중국 최초로 24시간 잡화점 성화일야상점(星火日夜商店)이 등장했다. 씨장중루(西藏中路)에 위치한이 잡화점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4시간을 밝히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초의 중국 토종 편의점은 1996년 상해에 1호점을 낸 커디(Kedi,可的)인데 지금은 상하이에서 드물게 볼 수 있다. 현재 상하이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패밀리마트는 비교적 늦은 2003년 상하이를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편의점의 특이한 점은 중국 토종 편의점 브랜드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과 다양한 토종 브랜드들이 대부분 지역 브랜드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는 지역 브랜드 '하오더(好德)'가 있고, 저장(浙江)에는 '스주(十足)', 산시(山西)에는 '진후(金虎)', 장쑤(江苏)에는 '쑤궈(苏果), 쓰촨(四川)에는 '홍치(红旗)' 가 있다. 바꿔 말하면 상하이에서는 '진후'를 볼 수 없고 쓰촨에서는 '하오더'를 볼 수 없다. 다만 일본계 편의점인 세븐일레븐(7-11)과 패밀리마트(全家), 로손(Lawson,罗森) 은 전국 단위로 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편의점은 경제성장과 도시화의 상징이다. 딜로이트 차이나(Deloitte China)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이르면 편의점 산업이 싹트기 시작하고 (Preliminary stage), 1만 달러에 이르면 성숙기(Mature stage)에 접어들어 경쟁이 심화되는 단계에 접어든다고 한다. 중국은 2017년 1인당 국민소득이 8700달러를 넘기면서 전국의 편의점 점포수가 10만 개를 돌파했다. 동시에 편의점 경쟁은 무인 편의점, 자판기형 편의점(便利蜂,在楼下, 果小美)의 등장에 더해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京东, 苏宁)까지 합세해 더 치열해졌다. 零售资本论의 IT桔子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4년 편의점 투자집행은 16건(4억 위안)이었는데 반해 2017년과 2018년 각각 70건(65억 위안), 60건까지 늘었다. 최근에는 알리바바(阿里巴巴)가 바이리엔(百联)과 함께 10억 위안(한화 1700억 원)을 들여 내놓은 편의점 이커(逸刻)까지 합세했다.
중국의 편의점 30년 역사는 일본의 편의점을 벤치마킹해 발전해왔다. 좁은 공간 안에서 도시인을 위한 생활 밀착형 상품을 구비하고 편리한 접근성과 편리한 서비스에 집중하는 형태가 패밀리마트, 로손과 같은 전통 편의점의 표준 모델이었다. 전통 편의점을 모방했던 중국 토종 편의점들은 일본계 편의점만큼의 전국적인 확장을 이루지 못했고 상품의 종류나 진열 방식도 편의점보다는 동네슈퍼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신유통의 핵심으로 편의점에 주목하면서 IT기술과 자본을 업은 토종 편의점들이 온오프라인을 결합시키고, 체험 요소를 갖추는 등 새로운 편의점 모델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패밀리마트와 세븐일레븐은 지금쯤 떨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