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높고 습도 높은 여름이다. 상하이의 여름은 밤이 되어도 후끈 달아오른 끈적한 공기에 숨이 턱턱 막힌다. 더운 날씨에 입맛이 없을 때는 자극적인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이 그나마 당기는 법이다. 그렇게 온도가 높아지고 입맛이 떨어지면 '아, 마라샤오롱샤(麻辣小龙虾)의 계절이 왔구나' 한다.
7월을 바라보는 시기가 오면, 여기저기 민물가재를 여러 향신료에 볶아주는 샤오롱샤(小龙虾)가게가 생긴다. 원래 꼬치를 팔던 집에는 샤오롱샤 메뉴를 추가하고, 비어있던 점포에도 샤오롱샤집 간판이 하나 둘 걸린다. 여름이 되면 따닥따닥 붙은 롱샤집이 금세 생겼다가 가을이면 다시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보면 겨우 한 철 장사에도 바짝 한 밑천 당기나 보다 짐작해본다. 그도 그럴 것이 상해에서 먹는 샤오롱샤 메뉴는 500g에 50-80위안씩 한다. 음식점마다 조리법과 가재 크기에 차이가 있겠지만 500g이라고 하면 겨우 민물가재 열댓 마리가 전부인데 머리와 껍질을 벗기고 먹는 가재살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껍질을 손으로 일일이 까면서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쯤은 강렬한 향신료가 버무려진 탱탱한 가재살이 드러나는 순간 행복한 대가가 된다.
해산물을 기피하게 되는 여름이 민물가재, 샤오롱샤의 계절이 된 데는 그 이유가 있다. 샤오롱샤는 겨울에 동면에 들었다가 봄이 되면 잠에서 깨어 활발하게 먹이 활동을 하면서 살을 찌운다. 그렇기 때문에 샤오롱샤가 가장 살이 차오르고 맛있는 시기는 6월-8월, 한여름에 먹는 샤오롱샤가 제철이다.
샤오롱샤에 매운 양념 마라(麻辣)를 추가해 기름에 볶는 요리인 마라샤오롱샤(麻辣小龙虾)는 세계에서 3번째로 긴 중국의 장강(양쯔강) 의 가운데쯤인 허리가 지나는 후베이성 (湖北省) 음식이다. 샤오롱샤 양식은 주로 장강 유역에서 이뤄지는데 특히 장강의 허리가 지나는 후베이(湖北), 안후이(安徽), 후난(湖南)에서 대부분의 양식이 이뤄지고 그중에서도 후베이는 중국 국내 샤오롱샤 생산의 50%를 담당한다. 마라롱샤의 고향 격인 후베이에 있는 장한 예술 직업학교(江汉艺术职业学院)에서는 2017년 샤오롱샤전공을 개설했는데 2년 뒤 졸업반 학생들의 취업률은 100%에 달했다.
중국 식탁 위에 올라오는 샤오롱샤 일족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참 기묘하다. 샤오롱샤의 영문명은 Louisiana crawfish,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에서 왔다. 1920년대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샤오롱샤는 처음에는 황소개구리의 사료 목적으로 중국에 들어왔다가 90년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롱샤를 식탁에 올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 대량양식이 가능해졌고 동시에 양식장과 생산량이 급격히 늘었다. 그리고 현재 중국은 2018년 기준으로 한 해 160만 톤을 생산하는 샤오롱샤 최대 생산국임과 동시에 샤오롱샤 최대 수출국이 되었다. 생산량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소비되고 1만 톤 정도가 수출길에 오르는데 총수출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다.
태평양 바다를 건너 도착한 땅에서 사료가 될 운명으로 일생을 마감할 뻔했던 샤오롱샤는 그 땅의 산업 종사자 500만 명을 먹여 살리고 오성홍기를 두른 채 세계로 뻗어나가 중국의 맛을 전파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중장기 발전 청사진인 <13차 5개년 개발계획(2016년-2020년)>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로도 선정되었으니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미국교포(?)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