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명문대들은 뛰어난 학문과 지성 못지않게 크고 아름다운 캠퍼스를 자랑한다. 한국의 서울대학교는 입구에 들어선 '샤'모양의 조형물이 인상적이고 연세대학교는 담쟁이 덩굴로 뒤덮인 건물 앞으로 길게 난 거리와 정원이, 고려대학교는 해리포터가 생각나는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 캠퍼스의 운치를 더한다. 중국의 베이징대학교는 큰 호수와 함께 앵글에 잡히는 탑이, 칭화대학교는 아치형으로 입구를 낸 얼샤오먼(二校门)이 각 캠퍼스 안의 명소와 상징으로 여겨진다.
중국 대학 캠퍼스를 지날 때면 캠퍼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주로 큼지막한 대학교 간판이 달린 정문 앞이나 캠퍼스 안의 호수, 잔디밭이 가장 인기 있는 배경이 되는데 마오쩌둥 동상이 세워진 캠퍼스의 경우 그곳도 어김없는 촬영 명소가 된다.
몇몇 대학 캠퍼스에 남아있는 마오쩌둥 동상은 많은 문화 유적들이 파괴되고 지식인들이 박해받았던 문화 대혁명 시대를 보여주는 유물이다. 1966년 문화대혁명이 시작되자마자 마오쩌둥 사상의 선봉에 있었던 홍위병들은 칭화대학교에 쳐들어가 칭화대학교의 상징 얼샤오먼(二校门)을 부수었다. 그리고 이듬해 1967년 마오쩌둥 동상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칭화대학교에 마오쩌둥 동상이 세워지자 그 뒤로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잇따라 마오쩌둥 동상 세우기 열풍이 불었다. 그리고 80년대 들어서는 이때 세웠던 마오쩌둥 동상을 다시 철거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칭화대학교, 베이징대학교에 세워진 마오쩌둥 동상은 모두 철거되었고 1991년 칭화대학교의 얼샤오먼이 새롭게 세워져 제자리를 찾았다. 이때 동상을 철거하지 않고 현재까지 마오쩌둥 동상이 남아있는 대학은 베이징과기대학교(北京科技大学), 푸단대학교(复旦大学), 통지대학교(同济大学), 저장대학교(浙江大学) 등 중국 전역 35개 대학이 있다.
마오쩌둥은 정치 혁명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명필가로 이름을 날렸고 마오쩌둥의 독특한 서체는 마오티(毛体)라고 하는 서예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마오티는 시대별로 그 특징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가장 두드러진 점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비스듬히 누운 모양과 좌변 보다 우변을 더 흘려 쓰는 특징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오티가 궁금하다면 중국 대학교 이름이 걸린 간판을 보면 된다. 중국의 100개가 넘는 대학들이 마오티를 간판 글씨체로 쓰고 있기 때문에 잘 찍는다면 대부분이 마오티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중국의 대학들이 명필가 마오쩌둥에게 학교의 간판에 걸릴 학교 이름을 마오티로 적어줄 것을 요청했고 마오쩌둥은 그에 대한 답으로 자신이 직접 쓴 대학교 이름이 적힌 종이를 학교에 전달했다. 마오쩌둥이 가장 신경을 쓴 몇 개의 학교들에게는 여러 글씨체를 제시해 선택지를 주었는데 대표적으로 칭화대학교와 안후이대학교가 있다. 그 외에 마오쩌둥에게 친필 글씨를 받지 못한 학교들은 마오쩌둥이 쓴 글에서 학교 이름에 해당하는 글자 하나하나를 가져와 마오티 간판을 완성했다. 대표적으로 저장대학교와 우한대학교가 그에 속한다.
캠퍼스를 지다나가 1층 교실에 열린 창문으로 족히 100명은 넘어 보이는 따닥따닥 붙은 학생들과 강단에 선 교수님의 모습이 보인다. 띄워진 강의 내용을 보니 정치사상 수업이다. 정치사상 수업은 중국 대학생들이 전공과 학위과정에 상관없이 국적이 중국인이라면 반드시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이다. 교수님이 띄워놓은 피피티에는 '마오쩌둥 사상과 혁명의 길'이라고 적혀있다. 먼 산을 보고 강의하는 교수와 눈 앞의 노트북에 코를 박는 학생. 모두 각자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모습이다. 중국 대학에서 마오쩌둥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