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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해간잽이 Oct 01. 2020

희차(HEYTEA, 喜茶)의 성공이 이상한 이유


 2020년 중국 심천 부호 100인(2020深圳创富百人榜)이 공개되었다. 이번에 눈에 띄는 인물은 29살의 나이로(한국 나이 30) 명단에 오른 음료 가게 희차(시차,HEYTEA,喜茶) CEO 녜윈천(聂云宸)이다. 인터넷에는 '29살에 나는 뭐 했나','29살 나는 희차를 마신다' 등 자조와 유머가 섞인 댓글이 오갔다. 그가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그가 재벌가의 자식도 아니고 4차 산업을 열어갈 첨단 기술을 보유한 것도 아니기에 더욱 특별하다. 봉이 김선달이 증명했던 돈 되는 물장사는 현재까지도 통하는 바지만 29살에 물 팔아 돈 되는 걸 넘어서 부를 이루는게 쉬운 일인가.

 

 희차는 2012년에 황차(皇茶,Royaltea)로 시작해 2016년 희차로 이름을 변경한 뒤, 그 해 1차 펀딩을 받았다. 그 후 4년 동안 총 3번의 투자를 더 유치하고 2020년 마지막 펀딩 후 현재 기업 가치는 160억 위안(한화 2.7조 원)에 달한다.


喜茶  출처:百度



 희차의 성공은 이상하다. 우선 중국인들의 '마시는 것은 따뜻해야 한다'라는 음료관과 충돌한다. 중국인들은 한여름에도 뜨거운 물을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생과일주스라 하면 얼음을 넣은 시원한 음료를 떠올리지만 중국에서 파는 생과일주스는 과일과 물을 넣어 갈 뿐이다. 그런데 희차는 생과일 슬러시 음료를 대표 음료로 내놓았다. 인터넷에서는 '희차는 얼음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얼음 아주 적게'를 주문했는데 얼음이 왜 이렇게 많냐!)'는 성토글을 자주 볼 수 있다.


 게다가 희차의 가격은 스타벅스와 맞먹는다. 중국에서 오랫 시간 터를 다져온 코코나이차(都可奶茶), 이디엔디엔(一点点), 콰일러닝멍(快乐柠檬)과 같은 차음료 가격은 10위안대(2-3천원)에 머물러있는데 희차는 20위안-30위안(4-5천원)이 기본 가격대다. 기존의 차음료 가게는 대부분 길거리 1층에 위치한 3평 남짓의 뚫린 공간에 바(Bar) 하나를 사이에 둔 채로 가게 밖에서 주문하는 테이크 아웃 형태였다. 희차도 테이크 아웃형 매장이지만 주로 복합상업공간과 고급 쇼핑몰에 입점하고 한국의 카페를 연상케 하는 규모와 인테리어를 갖춘 모양이라는 점이 다르다.



희차가 제시한 명확한 '줄 서기', 이탈 막고 홍보까지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한 시장에서 제품과 서비스, 가격의 차별화는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고려하는 차별점이다. 희차는 여기에 더해 손님을 '줄 세우는' 차별을 두었다. 중국이 무질서의 대명사로 통했던 것은 옛말이기에 순서가 필요한 곳에서 줄을 서는 것은 당연한 사회 예절이 되었고 음료 주문도 예외가 없다. 다만 희차는 가게 앞에 줄 펜스를 이용해 '규격화된 줄'을 세웠다. 타브랜드의 테이크아웃 매장에 줄을 선 모습을 보면 삼삼오오 군집으로 이어진 줄을 만들기도 하고 흐트러진 라인에 그 끝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규격이 없는 줄에서는 이탈도 쉽다. 하지만 희차가 만든 규격화된 줄은 순서가 얼마나 밀려있는지 가늠하기 쉽고 일단 펜스에 줄에 발을 들여놓으면 기다림에 지쳐 중도 포기하는 줄 이탈도 막을 수 있다. 희차가 만든 규격화된 줄은 주문의 효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손님을 모으고 가시적인 홍보 효과까지 누릴 수 있게 했다.




희차 앞에 줄 선 사람들 출처:百度                           
희차 가게 앞 줄 펜스 출처:百度


제품을 매개로 하는 SNS활동과 소비 업그레이드

 희차의 소비를 이끈 주역은 90년 이후에 태어난 젊은 층(90后)이다. 소비력을 갖추고 새로운 것에 개방성을 보이는 젊은 층의 태도는 음료계에 나타난 '소비 업그레이드(消费升级)'를 실현시키고 SNS를 통해 제품을 매개로 하는 관계와 교류를 주도했다. 소비 업그레이드는 경제 발전에 따른 소득 지출 수준과 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차음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3% 응답자가 월평균 차음료 5-14잔을 소비한다고 답했고, 60% 응답자가 월평균 200-400위안을 차음료 지출에 소비한다고 답했다. 상해 기준으로 대학 졸업자의 초봉이 5000-7000인 것을 감안하면 월급의 3-8%를 차음료 소비에 지출하는 셈이다. 차음료 한 잔에 30위안씩 지출하는 소비 패턴은 일회성이 아니라 일상적인 소비 활동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여기에 더해 계속해서 출시되는 신제품과 새로운 콘셉트의 하위 브랜드 점포(Heytea Dreamer Project, Heytea Go, Heytea Lab, Heytea Black)는 SNS활동을 위한 끊임없는 매개를 제공해주었다.




진짜 희차를 찾으시오


 어떤 브랜드가 명품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짝퉁이 있냐 없느냐로 구분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에 따른다면 희차는 이미 차 음료계의 명품이다. 많은 가짜들이 진짜를 빛내주고 있는 현실, 희차의 성공이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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