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외식업계는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통한다. 중국의 경우도 외식업의 80%가 5년을 못 버틴다고 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훠궈(火锅,중국식 샤브샤브) 전문점 하이디라오(海底捞,HK06862)는 1994년 쓰촨에서 테이블 4개로 시작해 중국 전역은 물론 아시아와 미국에까지 진출해 위세를 떨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이디라오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도 기업 성공 사례로 소개할 만큼 하이디라오의 경영 방식은 주목받았는데, 대부분 하이디라오의 성공 요인으로 '서비스'와 '직원 복지'를 꼽는다. 대기 시간 동안에 유흥을 제공하고(네일아트, 구두 닦기, 과일 제공), 자리에 앉으면 앞치마와 핸드폰 덮개, 머리끈을 준비해 준다. 직원들의 미소 띤 얼굴과 친절한 서비스, 눈앞에서 펼쳐지는 면 뽑기 쇼 등 하이디라오만의 독특하고 진심 어린 서비스가 돋보인다. 또 이런 친절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직원 복지는 더욱 특별한데, 업계 대비 높은 월급, 고급 아파트에서의 숙식제공, 원할 경우 학업 기회도 제공하고 퇴사할 때 챙겨주는 목돈은 경쟁 기업으로 이직을 할 경우에도 예외 없이 지급된다.
2009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소개될 당시 하이디라오의 서비스와 경영 철학은 기업의 성공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하이디라오의 서비스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쇼핑몰에 입점할 정도의 식당이라면 대기 손님을 위한 대기석을 마련하고 물과 다과를 준비하는 곳이 흔하다. 직원들의 서비스는 표준화된 매뉴얼을 따르기 때문에 직원의 불친절함 때문에 얼굴을 붉힐 일도 없다. 하이디라오의 직원 복지는 여전히 업계에서 손꼽히는 축에 속하지만 규모 있는 음식점의 프랜차이즈화가 진행되면서 타기업의 임금 수준과 복지도 많이 향상되었다. 리크루팅 사이트 职友集에 따르면, 상하이의 경우 2020년 9월 기준 최근 1년간 평균 임금은 하이디라오훠궈 월 6100위안(한화 104만원), 라오왕훠궈(捞王火锅)은 7100위안(121만원), 후이거훠궈(辉哥海鲜火锅)는 9500위안(162만원)이다.
훠궈는 주방에서의 조리 과정이 길지 않고 손님이 가공되지 않은 재료를 직접 탕에 넣어 끓여 먹는 요리기 때문에 요식업 중에서도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치열하다. 하이디라오는 고도의 요리 기술을 요하지 않는 훠궈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훠궈 생태계에 주목하고 재료 공급과 저장, 물류, 레스토랑 인테리어에 이르는 여러 회사를 설립하거나 지분 관계를 맺었다. 대표적으로 하이디라오보다 먼저 홍콩에 상장한 颐海国际(이하이국제,HK1579)는 훠궈 탕(궈디,锅底)와 훠궈 양념장을 제조하는 회사다. 扎鲁特旗海底捞(짜루터기하이디라오)는 축산물 유통을,蜀海集团(수하이그룹)는야채의 구매와 저장, 물류를 주업으로 한다. 레스토랑 운영 측면에서 인테리어와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蜀韵东方(수윈동방)와 전산화 시스템 관리 업체 红火台(홍훠타이)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
하이디라오는 자체 자금으로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고 잠재력 있는 회사를 발굴해 투자한다.海悦投资(하이위에투자)는 2012년 설립한 투자회사로 하이디라오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海悦投资는 주로 하이디라오의 주요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은 적지만 미래에 하이디라오와 협력이 기대되는 회사에 투자한다. 대표적으로인공지능 개발, 데이터 서비스 회사인安徽讯飞至跃科技, 전산화 시스템 관리 업체 红火台 등이 있다. 또 2019년에는 중국식 찌개, 마오차이(冒菜)회사 优鼎优(요딩요)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하이디라오는 지난 몇 년간 2015년 총 146개였던 점포 수를 2017년 273개, 2018년 466개, 2019년 768개로 확장하며 연평균 50%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였다. 현재는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총 93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디라오가 빠른 속도로 점포 확장이 가능할 수 있었던데는 안정적인 재료 공급과 표준화된 관리 시스템의 역할이 크다. 이미 갖추어진 공급 체인을 통해 상품을 총체적인 관점에서 통합, 관리하면서 기존의 공급망을 이용해 새로운 브랜드나 다른 외식 분야에 진출할 때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훠궈에서 시작한 하이디라오는 재료의 공급과 물류, 관리 및 서비스를 아우르고 인공지능, 데이터 및 IT기술까지 끌어들여 거대한 왕국을 구축한 셈이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달리던 하이디라오도 초유의 코로나 충격만큼은 비껴갈 수 없었고, 2020년 상반기 재무보고서에서 그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이디라오(海底捞)의 2020년 상반기 매출은 97.6억 위안(1.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하락했고, 당기순이익도 -9.6억 위안(1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5.7% 하락했다. 하지만 2020년 초 30HKD 언저리에 머물렀던 주가는 2020년 8월 40HKD을 돌파하고 9월 60HKD 가까이 오르며 실적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 충격에도 투자자들이 중국 외식업 대장 하이디라오와 그 왕국에 거는 기대는 유효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