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국가의 거사를 치르거나 전쟁에 임하는 것과 같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미래가 불안했던 인간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운을 예측하고 동물의 뼈가 갈라진 모양을 보고 점을 쳤다. 미래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기에 오늘날의 현대인도 버거운 일상을 짊어진 채 내일의 희망을 바라며 사주를 보고 타로를 본다. 그리고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월드컵과 미국 대선이 궁금한 중국인은 인구 80만의 작은 도시 이우(义乌)를 찾아간다.
이우는 '이우 소상품 도매시장(义乌小商品批发市场)'을 중심으로 거대한 상권을 이루며 '세계의 잡화 시장'이라고 불린다. 이우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중국 각지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간다. 하루에만 1200만 박스의 물량을 실어 나르고, 2019년 한 해 동안 수출한 상품만 2867억 위안(한화 48조)에 달한다. 이우 상인들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쏟아지는 주문을 통해 세계 동향을 읽어내는데, 2014년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한 일화가 유명하다. 당시 트럼프와 힐러리의 경쟁구도에서 대부분 힐러리의 당선을 예측했던 여론 조사와 달리 이우 상인들은 유세 모자와 티셔츠 등 상품의 주문량을 바탕으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고 이는 실제로 맞아떨어졌다. 2014년과 2018년 월드컵 우승국을 예측한 것도 적중했다.
이우는 중국 역사상 3대 상방(商帮, 상단)으로 꼽는 진상(晋商), 후이상(徽商), 차오상(潮商)에 이어 현대 중국 상방의 계보를 잇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빨대왕, 양말왕, 풍선왕 등 이우에서 탄생한 성공 신화는 화려하지만 신화의 시작은 가난에서 출발했다.
2017년에 방영한 드라마 《鸡毛飞上天(계모비상천)》은 이우 상인들의 역사를 보여준다.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양 끝에 나무통을 매단 막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작은북을 흔들면서 "鸡毛换糖(지마오환탕,닭 털을 사탕으로 바꿔드립니다)"을 외치며 골목을 돌아다닌다. 그 소리에 뛰쳐나온 아이들과 어른들은 닭이나 오리 털, 혹은 버리는 물건을 주고 설탕을 졸여 만든 사탕과 바꾼다. "지마오환탕"은 가난했던 이우 상인들의 생계수단이었다. 설탕과 맞바꾼 동물의 털은 거름으로 팔아 돈을 벌고, 버리는 물건은 다른 사람과 다시 물물교환을 하거나 되파는 식이었다. 당시에는 "지마오환탕"이 투기로 간주되어 금지되었기 때문에 감시를 피해 장사를 해야 했던 상인들에게는 가혹한 환경이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이우에도 합법적으로 물건을 팔고 살 수 있는 시장이 생겼고 거리를 떠돌던 상인들은 이제 시장 안으로 들어와 본격적으로 장사의 날개를 폈다. 금지되었던 상업 행위가 합법적으로 자리 잡게 된 데는 당시 이우현 위원회 서기였던 씨에가오화(谢高华)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씨에가오화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이우에서 지마오환탕을 하던 평범한 상인펑아이치엔(冯爱倩)이었다. 펑아이치엔은 우연히 지나가던 씨에가오화를 붙잡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며 처지를 헤아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씨에가오화의 과감한 결단으로 1982년 이우 최초의시장(义乌湖清门小百货市场,이우 후칭먼 잡화시장)이 생겨났고 영업허가를 받은 상인은 합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시장의 필요성에 먼저 목소리를 냈던 펑아이치엔은이우 최초이자 여성 최초로 영업 허가를 받아 이우 '제1호 상인'이 되었다.
현재 이우 상인들을 장사의 신으로 만든 성공 아이템들은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있지만 브랜드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작고 저렴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세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솽통빨대(双童吸管)는 0.3위안짜리 빨대를 팔아 2억 위안(한화 340억)을 벌고, 양말을 팔던 랑샤그룹(浪莎集团)은 현재 양말과 내의, 가구 사업까지 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드라마 《鸡毛飞上天(계모비상천)》의 모티브가 된 이우 상인들의 성공담은 드라마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닭털같이 사소하고 가벼운 제품으로 이우를 넘어 중국으로, 중국을 넘어 세계를 향해 비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언제부터인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에서 변형된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생겨났다. 누구는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드는데 누구는 티끌을 모아도 티끌일 뿐이라니. 티끌을 태산으로 만드는 비법은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鸡毛飞上天(계모비상천)》을 통해 짐작이나마 해본다. “做人不要心存侥幸,否则鸡毛也别想飞上天。”—— 요행을 바라면 닭털도 날리기 힘든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