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자주 먹는 외식 형태 중 하나는 '콰이찬(快餐)'이라고 하는 반찬 뷔페이다. 특정 메뉴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식당에 나열된 여러 종류의 반찬 중 원하는 반찬 몇 개를 골라 해당 가격만큼 결제하는 시스템을 말하는데, 많은 학교 식당과 직장 구내식당에서 이 형식으로 식사를 제공한다. 반찬의 가지 수만큼이나 재료도 다양하지만 대부분 기름에 볶은 요리라서 반찬 수를 늘릴수록 느끼함도 늘어난다. 특기 고기반찬 앞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몇 가지 야채볶음과 마파두부 정도의 반찬을 담아오면 멀쑥한 내 식판을 본 중국인은 이렇게 말한다. "고기 안 먹어?"
과거부터 중국인들에게 고기는 문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집, 가정을 뜻하는 '집 가(家)' 자에도 지붕 아래 돼지(豕, 돼지 시)가 들어있는 모습이다. 현대 들어 고속 경제 성장을 겪은 중국은 어느새 육류 최대 소비국이 되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의 육류 소비는 8127.6만 톤으로 전 세계 육류 소비의 25%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가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육류 소비가 수반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인공육(Artificial meat)'이 주목받고 있다. 인공육은 크게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식물육(Plant-based meat)과 동물의 세포 조직을 배양한 배양육(Cultured meat)으로 구분되는데, 식물성 인공육 시장에서는 미국의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배양육 시장에서는 미국의 맴피스 미트(Memphis Meats)와 저스트(Eat Just), 이스라엘의 알레프 팜스(Aleph Farms)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도 최근 인공육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자본시장에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중국 본토 인공육 스타트업 베스타( Vesta, 北京未食达科技有限公司)와 스타필드(Starfield, 星期零)가 각각 1400만 위안과 수천만 위안에 달하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홍콩의 인공육 회사 Green Monday도 4.8억 위안(한화 800억)을 투자받아 아시아 인공육 회사 중 가장 큰 금액의 펀딩 기록을 세웠다.
세계적으로 인공육의 상업화가 주목받은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중국은 90년대부터 식물성 원료를 이용한 식품 개발과 채식주의를 위한 고기 대체 식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때 생겨난 회사들은 주식 시장에서 인공육 관련 주로 분류되어 인공육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짐과 함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1992년 설립한 솽타식품(双塔食品,SZ002481)은 녹두와 완두를 재료로 하는 당면(龙口粉丝) 회사에서 출발해서 2018년에는 미국의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완두 단백질 공급 계약을 맺었다. 1993년에 설립한 치산식품(齐善食品)은 처음부터 채식주의자를 위한 고기 제품 개발에 주력했는데 초기에는 두부나 버섯, 곤약 같은 식물 재료에 물리적인 변형을 가해 형태나 식감을 고기에 가깝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후 식물성 단백질을 분리 추출하는 기술이 도입되고 나서는 식감과 구조, 영양적인 측면에서도 더욱 고기에 가까운 모습을 띄게 되었다. 훠궈용 냉동 어묵과 냉동 만두 등을 제조하는 냉동식품 회사 안정 식품(安井食品, SH603345)도 식물성 대체육 개발에 착수했다.
전통적인 농축산업은 원시산업으로 분류되어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는 전략 수립에서 등한시되는 경향이 있지만 동시에 국가 안보 차원에서는 반드시 경쟁력을 갖춰야 할 산업이다. 농축산업으로 대표되는 식량 사업은 경제 성장에 따른 산업 발달 구분에 따르면 가장 하위 산업인 1차 산업에 해당하지만 오늘날의 농축산업의 동향은 기술의 융합과 새로운 생산방식의 도입으로 원시산업의 형태에서 많이 벗어난 모습을 보인다. 각국의 기업들이 앞다퉈 대체육 개발에 나서는 것은 환경 문제와 동물 윤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데 따른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겠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미래 식량 안보를 수립하고 식량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군사 전략이기도 하다.
총성 없는 전쟁은 시작됐다. 초나라 항우는 공격을 최선의 방어 수단(선즉 제인, 先則制人)으로 은통을 제압했고 조조는 방어를 최선의 공격 수단(후발 제인, 後發制人)으로 원소를 이겼다. 현재 대체육 시장에서는 '선즉 제인'과 '후발 제인'이 펼쳐지고 있다. 지구인컴퍼니, 셀미트와 같은 한국 토종 인공육 스타트업의 행보에 '후발제인'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