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 골목을 밝히는 빨간 등불과 그 아래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모습은 중국 미식의 상징이다. 길거리 양쪽으로 줄지어 펼쳐진 손수레 위에서 하나뿐인 화구에 몇 가지 안 되는 재료로 바쁜 손을 놀리면 뚝딱하고 나오는 메뉴들이 저마다 다르다. 길거리 음식은 여행객들에게는 여행의 묘미가 되고 현지 유학생들에게는 가난한 주머니 사정을 잊고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가 된다. 중국인들에게 길거리 음식은 바쁜 생활의 허기를 달래는 수단이기도 하며 시골에서 올라와 금의환향을 꿈꾸며 사는 이들에게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담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중국의 길거리 음식을 길거리에서 찾아보기 매우 어려워졌다. 적어도 상해에서는 그렇다. 최근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행위는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으로 간주되고 단속반이 뜨면 좌판 주인들은 부랴부랴 좌판을 덮고 도망을 다녔다. 중국의 소득 수준이 높지 않던 시기에는 이런 '좌판 경제'가 일반 시민들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근간이었기 때문에 단속과 도망은 어느 정도 형식적인 부분이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 3-4년간 상해는 길거리 좌판 단속이 눈에 띄게 강화되었고, 좌판이 줄을 지어 군락을 이루던 곳은 바닥에 기름방울 하나 떨어지지 않은 텅 빈 거리로 변했다.
길거리에서 팔던 음식거리들은 간판을 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거나 영업이 허가된 먹자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길거리 좌판 단속 강화와 함께 진행된 것이 도시 환경미화사업이다. 도시 환경미화의 범위는 크게 환경오염물 배출 단속과 미관 개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 환경 오염물 배출 단속. 중국에는 도로를 중심에 두고 양쪽으로 세워진 주거용 건물 1층에 가게 상가들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보를 바로 마주하는 1층 상가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한 음식점과 음료점이 많이 밀집해있다. 문제는 이런 식음료점에서 나오는 폐수를 특별한 처리 없이 도로 하수구에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것이다. 2007년 도시폐수허가관리법(《城市排水许可管理办法》)을 통해 오염물 배출에 대한 규정을 만들었지만 법규가 실제로 단속과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15년 폐수배입배수허가관리법(《城镇污水排入排水管网许可管理办法》)을 시행하면서 오염물 배출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했고 식음료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시행되어 단속에 의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사례도 나타났다.
2. 미관 개선 작업. 상해에는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의 상징으로 여길만한 신축 고층 빌딩들이 많이 있지만 동시에 경제성장과 함께 뛰어버린 땅값에 철거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있는 오래된 낡은 건물도 많다. 도시 미관 개선사업은 낡고 키 작은 건물의 1층 상가를 겨냥했다. 낡은 건물 1층 상가에는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음식료점을 비롯해 철물점, 전동 오토바이 판매점, 문구점, 인쇄점 등 다양한 상업매장이 있는데 정부는 1층 가게들을 철수시키고 매장이었던 공간을 벽돌과 시멘트로 채워 막아버렸다. 그리고 매장이 막혀 벽으로 변해버린 공간에는 페인트를 칠하거나 조경을 조성하거나, 혹은 작은 공원으로 꾸며졌다. 물론 이런 1층 철거사업은 도시인구 팽창 억제를 위한 정치적인 고려도 있었을 것이다. 철거되지 않고 남은 1층 가게들에게도 간판을 통일된 규격으로 교체한다던가, 가게 앞 청결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환경개선이 권고되었다.
무질서하게 모여있는 인파들 사이에서 나름의 질서로 넘겨지는 음식 봉투와 잔돈. 기름때 묻은 웍 안으로 무심하게 한 줌씩 털어 넣는 재료들. 알싸한 향신료가 불에 달궈지며 올라오는 코를 자극하는 냄새와 매캐한 연기. 길거리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이런 풍경은 누군가에게는 정겨운 모습이고 누군가에게는 더러운 모습이었으리라. 앞으로는 이러한 풍경을 깨끗이 변해버린 길거리에서 찾아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 길거리 음식에 대한 향수를 느끼려면 거리로 나올 것이 아니라 깨끗한 거리 앞 위치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