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에서 부는 오프라인 서점 열풍

by 상해간잽이

한 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혔던 대만의 청핀서점(誠品書店) 둔난점(敦南店)이 2020년 5월 31일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이 담긴 작별인사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비즈니스 없이 살아남을 수는 없지만 문화 없이는 살아남고 싶지 않다. (没有商业,诚品不能活;可是没有文化,诚品也不想活了。)"라는 말을 남긴 청핀서점의 창시자 우칭요우(吴清友)는 그의 말대로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독서, 예술, 철학, 디자인을 하나로 관통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난 2020년, 청핀서점은 올해만 6개 지점을 정리했다.

청핀서점 둔난점 출처:haohaotaiwan

반면 대륙에서 느껴지는 오프라인 서점 열기는 사뭇 다르다. 대형 복합 상업시설에 들어온 서점은 규모와 디자인으로, 좁은 골목 사이에 들어온 서점은 감성과 분위기로 각자 특색 있는 서점의 모습을 내세우며 어른들의 놀이터로 각광받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서점들이 '꼭 가봐야 할 명소'로 회자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출첵 인증에 나섰다. 무엇이 중국인들을 서점으로 이끌었을까?

두어윈서원(朵云书院), 지엔토우서점(建投書店) 출처:搜索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오프라인 서점들은 평범한 디자인을 거부한다. 실내 인테리어부터 책을 진열하는 방식, 조명 등 공간을 이루는 많은 부분에서 섬세한 디자인을 느낄 수 있다. 상해 북와이탄에 위치한 지엔토우서점(建投书店)은 호텔 로비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와 큰 창에 담기는 빌딩 숲 전경이 매우 인상적이다. 두어윈서원(朵云书院)은 관광지 한복판에 들어가 상해에서 제일 높은 빌딩인 상하이타워(上海中心大厦) 52층에 자리를 잡았다. 바닥과 천장을 포함에 옆을 두르고 있는 책장까지 흰색으로 통일되어 있고 타원 모양을 한 아치형 통로는 투명한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흰 구름을 닮았다. 52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은 그 자체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1984 Bookstore 출처:搜索

서점 입구에서 시작해 책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커피 향을 따라 자리를 잡게 된다. 커피 향을 풍기는 카페 카운터는 서점 한쪽에 자리하고 있지만 주문한 음료와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도처에 있다. 누군가는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누군가는 소파에 앉아 책을 펼친다. 너른 탁자 위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진 스탠드는 대학 도서관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서로 다른 모양으로 구석구석 숨겨진 푹신한 의자는 개인 카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유리궁예술서점 (玻璃宫艺术书局) 출처:上观

한 때 우리에게 서점은 만남의 장소였다. 교통의 요충지에 세워진 서점은 만나기 편한 장소임과 동시에 상대방을 기다리기 좋은 장소였다. 일부러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가 신간 도서를 뒤적거리고 아기자기한 문구와 잡화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첫 서점의 시작부터 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파는 곳이었다. 최근 유명세를 타는 중국의 서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판다. 카페와 서점 사이 혹은 미술관과 서점 사이 등 그 모호한 경계가 주는 조화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의 유명세와 출첵 인증 열풍을 보면 개성 있는 콘셉트로 다져진 중국의 오프라인 왕홍 서점(网红书店)들은 성공의 날개를 달고 비상 중인 듯하다. 하지만 관건은 붙잡은 발길이 아니라 소비로 연결되는 주머니에 있다. 대도시의 높은 건물세와 넓은 면적에 비례하는 유지비용을 감당하려면 서점을 단순한 문화체험공간으로 만들어서는 한계가 있다. 문화체험공간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면 그다음 단계로는 주요 비지니스 모델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후행되어야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반스 앤 노블(Barnes&Noble)과 청핀서점(誠品書店) 모두 문화체험공간으로 발전하는 데 성공했지만 온라인 서점의 등장과 콘텐츠 시장의 지각변동으로 수익에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출판시장 상황도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온라인 구매가 오프라인을 대체하고 있고 전자서적, 오디오북과 같은 모바일에 기반을 둔 콘텐츠들이 강세다.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서점들이 수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륙에서 부는 오프라인 서점 바람의 방향은 청핀서점과 다를 수 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삼성 이재용이 홈쇼핑에서 에어컨을 판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