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한 편의 글이 있다. 2018년 6월 중국 수능(高考)에서 707점을 맞고(750점 만점) 중국 최고 명문대 베이징대학교에 입학한 가난한 시골 소녀가 쓴 글이다. 소녀는 허베이(河北省) 시골에 사는 학생으로 아버지 혼자 소녀를 포함한 삼 남매와 어머니, 외할머니 총 다섯 식구를 먹여 살려야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일이라는 것도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었기에 먹을 것, 입을 것 등 어느 것조차 풍족하게 누리지 못했다. 소녀는 어머니가 태워주는 자전거에 뒷자리에 앉고, 동생은 자전거 뼈대에 앉아 아슬아슬한 모양새로 1km가 넘는 비포장 도로를 달려 통학을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글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가난아 고마워, 넌 나에게 진정한 즐거움과 만족을 알려주었고, 교육과 지식의 힘을 알게 해 주었고, 영원히 꺼지지 않을 희망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정신을 선물해줬어.'
중국인들은 말한다. '수능(高考)은 가장 공평하고, 가장 공정하고, 가장 투명한 시험이다.'
중국의 수능은 매년 6월 이틀에 걸쳐 치러지는데 중국 전역의 천만 수험생이 모두 한 날, 한 시에 고득점이라는 목표 아래 모인다. 중국의 수능제도는 일 년에 한 차례 시험을 보고, 그 시험 점수에 따라 대학 입시의 당락이 결정된다는 점에서는 한국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다.
1. 각 지역(성, 省) 별로 시험지와 난이도가 다르다.
중국의 수능 시험지는 크게 교육부가 출제하는 전국구 시험지(新课标全国卷)와 각 지역의 교육부와 지역대학이 함께 출제하는 자주 출제 시험지(自主命题)로 나뉜다. 전국구 시험지 유형은 다시 갑, 을, 병 세 가지로 나뉘고 각 지역별로 서로 다른 유형을 채택하고 있다. 충칭(重庆市), 샨시(陕西省), 지린(吉林省) 등의 지역은 전국구 갑형(全国甲卷)을 채택하고 있고 산동(山东省), 허베이(河北省), 허난(河南省) 등의 지역은 전국구 을형(全国乙卷)을 , 쓰촨(四川省), 윈난(云南省) 등의 지역에서는 전국구 병(全国丙卷) 형을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베이징(北京市), 상하이(上海市), 톈진(天津市) 등의 도시는 자주 출제 시험지를 채택하고 있다. 전국구 시험지를 채택하고 있는 지역이라도 특정 과목은 자주 출제 시험지를 채택하기도 하고 반대로 자주 출제 시험지를 채택하고 있지만 특정 과목은 전국구 시험지를 채택하는 지역도 있다. 수능 시험지 유형이 다양하게 나뉘는 이유는 각 시험지 유형별로 난이도를 달리해서 문제를 출제하고, 각 지역의 교육 수준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 적합한 난이도의 시험지를 채택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2. 대학이 신입생 모집 시 지역별 쿼터를 지정한다.
각 대학은 지역별로 입학생 모집 인원수를 정하고 적게는 정해진 수의 0.8배, 많게는 1.2배까지 입학생을 받을 수 있다. 중국 31개 지역 2018년도 베이징대학교 입학생 수를 보면 베이징(北京市) 296명, 허난(河南省) 210명, 저장(浙江省) 144명, 산동(山东省) 160명 등의 지역은 입학생 모집인원이 많은 축에 속했고, 모집인원이 적은 지역은 헤이롱장(黑龙江省) 79명, 톈진(天津市) 76명, 광시(广西省) 75명 등이 있었다. 위 지역의 수험생 수를 보면 베이징 6만 명, 허난 98만 명, 저장 30만 명, 산동 59만 명, 헤이롱장 19만 명, 톈진 5만 명, 광시 40만 명이다. 따라서 같은 베이징대학교를 목표로 하더라도 각 지역별 경쟁률은 많게는 20배 이상 차이 난다. 각 지역별로 쿼터를 두고 학생을 뽑는 이유는 열약한 교육환경의 지역 인재에게도 고등교육의 기회를 주어 교육 수준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지역별 소득 수준과 그에 따른 교육 인프라 차이를 고려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중국의 수능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베이징, 상하이, 톈진과 같은 대도시 수험생들이 명문대를 진학하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대도시는 수험생은 적고 대학이 대도시에 적용하는 모집 인원수는 많은 반면, 여타 지역은 수험생은 많고 대학이 해당 지역에 적용하는 인원수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내 눈에는 중국의 수능과 대학 입시 제도가 그렇게 공평한 제도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입을 모아 인정하는 '개천에서 용 나는'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의 수능을 통해 실현되고 가난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소녀의 성공스토리를 보며 교육의 힘과 수능의 공평함을 되새기며 눈물 흘린다. 중국인들도 수능이라는 제도가 가진 병폐와 문제를 인식하지만 여전히 그 제도를 공평하다고 믿고 따르는 데는 저 산골 소녀의 경우처럼 드물지만 간혹 발견하게 되는 희망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에게 평등이란 없다. 공평, 평등이라는 개념은 인간들의 사회적 합의에 의해 도출된 기준이고 그 기준은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 재정의 되어왔다. 하지만 여러 사회와 시대가 추구해왔던 평등의 공통된 필요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마음에 희망을 꺼뜨리지 않는 선을 지키는 것이었으리라. 중국인들은 마음에 얼마만큼의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걸까. 그리고 한국인들의 마음속에는 얼마만큼의 그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