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주(白酒)는 죽지 않았다

by 상해간잽이


나에게 마트에서 가장 즐거운 눈요깃거리는 주류(酒類) 코너다.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다양한 주류 종류와 그보다 더 다양한 주류병 디자인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어느새부터인가 바이주 코너에서 눈에 띄는 술이 있었는데, 한국의 납작한 페트 소주와 닮은 모양의 100ml 병과 함께 병을 감싸고 있는 두꺼운 종이포장에는 서로 다른 글귀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내 눈에 띄었던 "江小白(장샤오바이)"라는 이 브랜드가 맥주와 와인이 점령해버린 바이주(白酒) 불모지인 젊은 층 사이에서 바이주의 부활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2011년 설립한 바이주 브랜드 장샤오바이(江小白)는 2014년 연매출 1억 위안(한화 170억 원)에서 2019년 연매출 30억 위안(한화 5000억 원)을 넘어섰다. 장샤오바이의 성장을 이끈 주요 소비층은 80, 90년대에 태어난 젊은 세대다. 바이주는 높은 가격대와 알코올 도수 때문에 중장년층이 비즈니스 자리나 모임에서 즐기는 술임을 감안하면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젊은 바이주 브랜드의 성공은 굉장히 흥미롭다.



"고독이라는 것은, 사람은 있지만 할 말이 없다는 것, 할 말은 있지만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 "잔에 비친 니 얼굴을 보니, 세월이 이만큼 흘렀구나." 출처: 百度



일단 장샤오바이는 젊은 세대를 고려해 부담스러웠던 도수와 가격, 용량을 모두 낮췄다. 바이주는 평균적으로 40도에 이르는데 반해 장사오바이의 바이주는 25도부터 시작하고, 용량은 100ml를 가장 작은 단위로 시작하는데 마트에서는 20위안 안팎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장샤오 바이는 자신의 브랜드에 젊은 세대를 투영하는데 힘썼다. 술병을 감싸는 포장지의 서로 다른 문구와 사진은 모두 공모를 받아 제작한 것들인데, 매 글귀는 개인의 이야기와 위로,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SNS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데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은 자신만의 술병을 제작하는데 적극적으로 임했다. 내가 제작한 포장지 디자인은 생산을 거쳐 나에게 배달되고 혹여나 선발된 디자인은 마트에 깔리고 시장에서 유통된다.


장샤오바이가 투영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은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손잡고 2017년 개봉한《我是江小白(저는 장샤오바이입니다)》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 《我是江小白》의 주인공 장샤오바이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인턴을 거쳐 신입사원이 된 평범한 청년이다. 조용한 성격으로 묵묵히 할 일을 하는 평범한 신입사원 장샤오바이의 이야기를 통해 젊은 세대가 느끼는 도시에서의 고독과 외로움, 사랑과 성장을 말한다.


출처:百度百科
“세상은 하늘 끝에서 바다 끝까지 크고, 술 한 잔 이야기에 담길 정도로 작다", "오랜 친구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결국 이 술잔 앞에 모이게 된다" 출처: 百度


일화에 따르면 중국의 국민 바이주(白酒) 마오타이(贵州茅台)CEO가 알리바바 창시자 마윈(马云)에게 요즘 젊은이들은 마오타이주(茅台酒)를 안 좋아한다며 불평 아닌 불평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마윈이 대답하기를, "기다려 보시게, 45살이 넘으면 저절로 찾게 될 테니까"라고 했단다. 지금 장샤오바이를 마시는 중국의 청년들은 20년 뒤 마오타이주를 기울이며 장샤오바이를 마시던 때를 추억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중장년층에게 그러하듯, 마오타이주는 굴곡의 세월을 견뎌 쌓은 당신들의 성에 걸맞은 빛나는 훈장이 되어주겠지.


술은 중국이 가장 대표적으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전통문화이며, 그중 바이주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매우 크다. 신생 바이주 브랜드의 흥행을 보면 전통이 현대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전통이 가진 콘텐츠 자체의 이유로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날 전통문화가 개인과 국가에 미치는 인문학적 소양과 철학적 가치보다 더 크게 체감하는 부분은 전통문화가 가지는 산업적 가치와 국가 경쟁력이다. 한국인들도 애주(愛酒)에 관해서라면 은근한 경쟁심을 느낄 정도로 술과 가깝게 지내지만 한국의 전통주들은 여전히 주류(酒類)의 변방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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