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모두들 비슷한 모양새로 살아가고 그 모습은 SNS에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중국인 친구는 유치원생 아이의 생활을 주고 올리는데, 영어로 쓴 편지, 야외에서 뛰어노는 모습, 율동에 맞춰 노래를 하는 동영상 등 그 친구의 SNS는 아이의 재롱으로 가득하다.
SNS에 올라오는 글로 짐작해보건대 아이는 꾀나 똘똘하다. 숙제도 주도적으로 하고, 원하는 책이나 장난감을 사달라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영어로 편지를 쓸 줄도 안다. 아이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과외도 지루해하지 않고 잘 따라 배우고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발레 학원도 다닌다. 친구는 하루를 꽉 채우는 아이의 일정이 아이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잠시 걱정했지만 웬걸, 아이는 밤 9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에도 여전히 씩씩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친구는 유치원 방학을 하면 아이를 데리고 호주로 가서 한 달 정도 호주 유치원에 등록한다. 그때가 되면 친구의 SNS는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아이가 현지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으로 도배가 된다. 올라오는 아이의 일상을 보고 있으면 친구가 아이의 교육에 쏟는 열정을 생각함과 동시에 미취학 아동에게 들어가는 교육비 지출액이 궁금해진다.
상해 유치원은 공립과 사립으로 나누어진다. 공립 유치원은 대체로 1년에 한 번 원생을 받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반면 사립 유치원은 공립 유치원에 비해 원생 모집 시기가 다양하고 수시로 모집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경우에 따라 유치원 입학 대기 줄이 끝이 없다고 하는데 상해 유치원 입학 경쟁은 더 치열해서 임신과 동시에 유치원 공략에 나서기도 한다. 1년 전부터 대기명단을 올려놓아도 제 때 원하는 유치원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유치원 입학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수다.
상해 유치원은 대부분 입학 전 유치원 입학 면접을 본다. 유치원에 따라 아이만 면접을 보는 곳도 있고 학부모도 면접을 봐야 하는 곳도 있다. 아이에게는 자기소개 하기, 숫자 세기, 색깔 말하기 등의 질문을 하고 학부모에게는 아이의 주 양육자는 누구인지, 바라는 아이상은 어떻게 되는지, 한 단어로 아이를 표현하기 등의 질문이 들어온다.
공립 유치원의 경우에는 상해시에서 정하는 표준 원비가 책정되어 있는데 월 기준으로 시범 유치원은 700위안(한화 12만 원), 1급 유치원은 225위안(3만 8천 원), 2급 유치원은 175위안(3만 원), 3급 유치원은 125위안이다(2만 원). 시 정부에서 재정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상해 시민을 대상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고 만약 호적을 타지에 두고 있는 경우에는 표준 원비의 적용을 받지 않고 유치원이 재량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사립 유치원은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상해에서 가장 비싼 유치원 Huili Nursery Shanghai 원비는 한 달에 무려 26400위안(450만 원), 1년에 242000위안(4천만 원)이다. 게다가 유치원 등록 신청비 3000위안(50만 원)은 별도다. Hili Nursery Shanghai가 유독 비싼 편이긴 하지만 Hili처럼 영,중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하고 다양한 실내외 체육시설을 구비하고 있는 프리미엄 유치원, 특히 국제학교 유치부는 대부분 원비가 10만 위안(1700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再穷不能穷教育,再苦不能苦孩子——
아무리 가난해도 교육에 있어 가난할 수는 없고, 아무리 고생해도 자식까지 고생시킬 순 없다"라는 중국 유행어는 처음 들었을 때도 낯설지 않았다.
상하이시 사회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상해 징안취의 경우 아이를 출산하고 중학생 때까지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84만 위안(1억 4천만 원)이고 그중 교육비가 51만위안(8700만 원)에 달한다. 상해 민항취의 경우는 양육비와 교육비가 각각 76.3만 위안(1억 3천만원), 52만 위안(8900만 원)이다. 상해인들의 교육과 입시의 천리길은 유치원에서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