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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옥띠 Apr 14. 2023

분홍색이 좋아

누군가 좋아하는 색을 물어본다면 줄곧 노란색이라고 대답했다.

가끔 노란색이 유치하게 들릴 것 같다면 어렸을 때는 노란색이었는데 지금은 초록색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아장아장 걸어 다녔던 시절, 텔레토비의 나나를 좋아했고 (귀염둥이 뽀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놀이공원이나 관광지에 갈 때면 노란색 헬륨 가스 풍선이 필수였으며, 양장 앨범 속의 나는 유독 노란색 옷을 입은 사진이 많다. 그때야 타인의 눈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때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자라면서 노란색은 도드라져 보이는 색이라는 걸 알았다.

주의를 알리기 위한 표지판의 색이 그랬고 축구 경기의 옐로우카드가 그랬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스쿨버스가 그랬다. 나보다 타인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춘기 시절에는 결국 노란색을 배신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은 노란색이 아니게 되었다. 너무 튀고 유치한 것 같고 아무튼 이런저런 이상한 이유들.

대신 색연필 상자 속 노란색 바로 근처에 위치해 있는 초록색에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어느순간부터 좋아하는 색을 초록색이라고 답했다. 무난하고 따스한 느낌이 드니까.

내 얼굴톤에 제일 예쁜 색이기도 하고.


그런데 요새는 또 분홍색이 좋다. 새로 산 휴대폰도, 갤럭시 워치도 모두 핑크빛이다.

심지어 명품도 분홍색 포인트가 있는 가방으로 사려고 했다가 재고가 없어서 못 샀다.

아니 굳이 분홍색을?

이 나이 때  가장 이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꼬꼬마 아이들의 분홍색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스무 살이 갓 된 분홍색은 좀 유치하고 나이가 한참 들고나서의 분홍색은 굉장히 신경 써서 꾸민 듯한, 그러나 자칫하면 촌스러워 보이는 위험부담이 있는 색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분홍색이 가장 예뻐 보인달까.

그리고 분홍색이 얼마나 다양한데!

쨍한 분홍 말고도 로제 핑크도 있고 파스텔 핑크도 있고 베이비핑크도 있고.


분홍색이 좋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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