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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재 Apr 16. 2022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고한벌

아이들의 세계에 진입하는 순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제18회 방송영상과 졸업작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고한벌 



아이들의 세계에 진입하는 순간  Entering the world of children


다정한 기운 가운데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아이들에게서 지난 시절을 보는 듯한 마음으로 친근함을 느끼다, 이 마음에 삼켜진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더는 내 것이 아닌 시절을 보고 있는 마음. 그들의 세계는 나의 과거와 맞닿지 않고, 아이들은 내 어릴 적이 아니라는 것. 당연한 것을 두고 생경해하는 마음이 이상하다. 고한벌 감독은 이 거리감을 카메라에 온전히 담아내, 상실을 받아들여야만 허락되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누군가 자기 세계에 진입하는데 긋는 명확한 선이 있고, 영화는 정확히 그들에게 허락받은 만큼의 시절을 공유한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은 제천덕산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1년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을 보내며 아이들은 함께 온갖 감정들을 마주하고, 계절의 이동을 몸으로 겪고, 여러 번 변화한다. 감독은 그런 아이들 곁에서 카메라를 들고 멀고 가까운 사이를 오간다. 카메라는 과하게 친밀하려 노력하지 않고, 아이들을 관찰하는 듯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지도 않는다. 그는 아이들의 대화에 부연하는 대신 가만히 듣는다. 오롯이 흘러가는 아이들 세계에서 카메라는 작은 수단으로 발견되게끔. 많은 순간을 함께 하지만 원치 않을 때는 방향을 돌린다. 그들의 시간이 온전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바라보는 것으로 제 자리를 지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갈 때, 아이들이 기꺼이 자신들의 삶 안으로 카메라를 허락하는 순간이 온다. 


아이들을 자주 잊고 산다. 그들 삶에는 그들 나름의 맥락이, 고유한 문법이 존재함을 쉽게 잊어버린다. 그러나 아이들은 섣부른 애정에 호의적이지 않다. 아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서슴지 않고 자기 생각과 감정을 꺼내다가도, 어떤 순간이 오면 단호한 태도로 물러나기를 요구한다. 섣부른 애정으로 아이들의 세계에 그리움과 애틋함을 불어넣지 않고, 정확한 거리를 인지한 채 다시 아이들의 세계를 바라본다. 내 과거의 연장선에서 아이들의 세계를 내려놓는다. 더는 그들의 세계에 속하지 않음을 인정할 때, 중첩된 줄 알았던 과거를 떠나보내는 일에 마음이 살짝 울렁인다.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타진하는 길이다. 



Amid the affectionate energy, there comes a moment of reflection. I feel a sense of familiarity with my children, as if I'm looking at a bygone era, and then I realize that there is a sense of distance that has been swallowed up by this feeling. A mind that sees times that are no longer mine. Their world does not correspond to my past, and the children are not my childhood. It is a strange feeling to be unfamiliar with something so obvious. Director Hanbul Ko fully captures this sense of distance on camera, showing that there are relationships that are only allowed after accepting loss.


The children have a clear line that they draw when someone enters their world, and the film shares exactly as many days as they are allowed. <In the Sky Where Seasons Pass> is a documentary about a year in the life of 6th graders at Deoksan Elementary School in Jecheon. In their last year of elementary school, the children face all kinds of emotions together, physically experience the passing of the seasons, and change many times. The director stands beside them with a camera, moving between distant and close. He doesn't try to be overly intimate, nor does he stare at them from a distance as if observing them. He listens to the children's conversations instead of adding to them. In their world, the camera is a small means of discovery. It is present in many moments, but it turns away when it is not welcomed. It stays in place by watching, allowing their time to pass in full. And when it does, the moment comes when they willingly allow the camera into their lives. 


It's easy to forget that children have their own context and their own grammar. However, kids don't take kindly to rash affection. They're not afraid to share their thoughts and feelings in front of the camera, but at certain points, they're adamant about backing off. Instead of infusing their world with nostalgia and affection, I look at it again with an awareness of the correct distance. I put down their world as an extension of my past. When I acknowledge that I no longer belong to their world, I feel a slight stirring in my heart as I let go of the past that I thought was superimposed on it. It is a way to tread the world we live in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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