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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 Jun 16. 2020

아내와 딸의 차이점

외식을 요구하는 두 여인네의 방식

자는 두 여인과 삽니다. 하나는 저의 반쪽이고 또 하나는 저의 반쪽이 나은 저의 전부입니다.


저는 사실 이 두 사람 앞에서는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면 사는 로봇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저를 조종하는 방식은 약간 다릅니다. 가령 외식을 하자고 할 때는 이렇습니다.


저의 반쪽

'저녁에 반찬이 없는데...'


저의 전부

'아빠! 나 저녁에 시간 있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


딸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때면 저는 돌아가신 장인어른 생각이 납니다. 제 아내도 그분의 귀한 딸이었고 한때는 지금 저에게 하는 것보다는 더 당당히 요구했을 테니 말입니다. 이런 아내를 보면 남의 집 귀한 딸을 데려다 놓고 눈치 보게 만든 것 같아 씁쓸해집니다. 외식뿐만 아니라 맥북이나 아이패드 같은 비싼 것도 아무 머뭇거림 없이 당당하게 요구하는 딸과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좋은 아빠 되기보다 좋은 남편 되기가 훨씬 어려운가 봅니다.


 딸이 나중에 결혼을 하고 나서, 남편에게 외식을 요구하는데 혹시 지금처럼 당당하지 못하면 어쩌지요? 남편이 안 사주면 대신 친정아버지에게 달려와 맛있는 거 사달라고 당당하게 조를 수 있도록 제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능력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2020년 6월 16일

묵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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