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을 요구하는 두 여인네의 방식
자는 두 여인과 삽니다. 하나는 저의 반쪽이고 또 하나는 저의 반쪽이 나은 저의 전부입니다.
저는 사실 이 두 사람 앞에서는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면 사는 로봇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저를 조종하는 방식은 약간 다릅니다. 가령 외식을 하자고 할 때는 이렇습니다.
저의 반쪽
'저녁에 반찬이 없는데...'
저의 전부
'아빠! 나 저녁에 시간 있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
딸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때면 저는 돌아가신 장인어른 생각이 납니다. 제 아내도 그분의 귀한 딸이었고 한때는 지금 저에게 하는 것보다는 더 당당히 요구했을 테니 말입니다. 이런 아내를 보면 남의 집 귀한 딸을 데려다 놓고 눈치 보게 만든 것 같아 씁쓸해집니다. 외식뿐만 아니라 맥북이나 아이패드 같은 비싼 것도 아무 머뭇거림 없이 당당하게 요구하는 딸과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좋은 아빠 되기보다 좋은 남편 되기가 훨씬 어려운가 봅니다.
제 딸이 나중에 결혼을 하고 나서, 남편에게 외식을 요구하는데 혹시 지금처럼 당당하지 못하면 어쩌지요? 남편이 안 사주면 대신 친정아버지에게 달려와 맛있는 거 사달라고 당당하게 조를 수 있도록 제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능력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2020년 6월 16일
묵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