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동안 즐겨야
이제 연말이면 회사 파견 기간을 끝내고 한국으로, 그리운 집으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지긋지긋한 국경 봉쇄의 시국에 본사나 여기 파견된 회사에서 시원하게 놔줄지, 적당한 후임자가 멋모르고 지원해줄지 하는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만, 일단 저 혼자만이라도 계획을 그렇게 세우고 있습니다.
르완다를 떠난다고 생각하면 떠오를 것들이 벌써 눈에 선합니다. 우선 식당 몇 군데가 생각날 겁니다. 통째로 구운 염소구이 요리인 야마초마와 갖가지 고기와 소 내장을 꼬치구이 한 브로쉣과 화덕에 바로 굽는 피자를 파는 선다우너, 꽤 그럴듯한 퀘사디아와 또띠야와 브리또를 파는 메제 프레쉬, 200그람 이상 나가는 질 좋은 토마 호크 스테이크를 값싸게 파는 잉카, 음식은 보잘 게 없어도 넓은 정원에 키갈리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현지 음식점 카이만이 떠오릅니다. 아! 하나 더 있군요. 진짜 더러운 데 더럽게 맛있는 훠궈를 파는 조선족 할머니가 운영하는 에이링크도 생각날 겁니다.
르완다 풍경 중에서는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떠있는 파란 하늘을 눈에 넣어 갈 겁니다. 오후가 되면 햇볕을 받아 쨍하게 빛나는 양철 지붕들, 쓰레기도 없는데 매일 쓸고 닦아 세게에서 가장 깨끗할 것 같은 거리들, 언덕 윗부분에 빼곡히 늘어선 집들 밑에 펼쳐진 녹색 초지 위의 바나나 나무들, 사시사철 똑같은 꽃들이 자리를 지키는 담장들, 멀리 겹겹이 보이던 산들 그리고 불쑥불쑥 인도를 가로지르던 도마뱀들, 그리고 느릿느릿 날며 에엥 하는 소리로 저를 공포에 떨게 하던 모기들도 생각날 것입니다.
사람들도 많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외국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커다란 눈망울의 꼬질꼬질한 아이들, 도로 옆 담 밑에 두런두런 모여 앉아있다 지나가는 동양인만 보면 '니하오'를 외치고 지들끼리 낄낄대던 청년들, 주말이면 요란한 원색의 옷을 깨끗하게 차려입고 도로를 줄지어 걸어 교회에 가던 사람들, 건물 입구에서 몸수색하다 언짢은 표정을 대하면 '쏘리! 쏘리!'를 연발하던 해맑은 경비원들, 제가 몇 마디 어설픈 르완다어를 건네면 자지러지게 웃으며 받아주던 천진한 시장 상인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떠나더라도 다시 한번은 이 땅에 오게 되리라 생각해봅니다. 집사람과 손잡고 추억을 되살리는 여행으로 오든지 아니면 열심히 납부한 르완다 국민연금을 일시불로 받기 위해서 오든지 그도 아니면 테니스 동호회 회원을 포함하여 여기서 사귄 사람들을 만나러 오든지 여행 목적은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오면 하늘과 구름과 양철 지붕들과 바나나 나무들과 거리들과 담장들과 도마뱀들과 사람들을 실컷 보겠지요. 그리고 다시 떠나면서 또 생각하겠지요. 죽기 전에 저것들을 다시 볼 수 있으려나 혹 마지막이려나 하는 생각을요.
2020년 6월 27일
묵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