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를 잡다 사람을 잡을 수도
지난 3월 14일 아프리카 르완다에 코로나바이러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이제 두 달 반이 넘었습니다. 르완다 내 전체 확진자 수는 아직 3백 명 대에 머무르고 있고, 전체 확진자 중 70% 넘게는 완치 판정을 받고 귀가조치됐습니다. 장기간의 정부 통제로 인한 생활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르완다 사회 또한 아주 조용하고 평온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난리가 난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과는 달리, 르완다는 현재까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위기를 비교적 원만하게 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르완다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원만하게 극복해 나가고 있는 배경에는 강력한 정부의 역할이 있습니다. 르완다 정부는 첫 확진자가 나오고 정확히 일주일 만에 국경을 봉쇄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강제로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중 집회를 금지하고 공적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였으며, 학교와 종교시설의 문들을 모두 닫았습니다. 식량과 같은 필수품을 제외하고는 상점들의 문도 닫았고 주력 대중교통 수단인 오토바이 택시의 운행과 도시 간 이동까지 금지시켜 버렸습니다. 공무원과 직장인들은 일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강제적인 재택근무에 들어갔습니다. 한동안은 결혼식마저 금지시켰고, 시민들의 모든 외출에 대해 온라인으로 경찰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친구집에서 몰래 술 마시던 사람들, 가정집에서 모여 예배드리던 사람들도 정부 지침을 어긴 죄로 체포됐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하여 사방을 온통 틀어막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도 꽤 열심히 시행하고 있습니다. 발견된 확진자 주변을 철저하게 추적하는 한국형 방식으로 테스트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수출을 위해 화물차로 국경을 넘어온 탄자니아 국적 운전수들에게서 다수의 확진자를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만일 국경에서의 전염 가능성을 모르고 넘어갔더라면 이들과 접촉한 르완다인들이 수도 키갈리 등 전국에 코로나바이러스를 퍼트릴 뻔했습니다. 시민들의 이동과 상업활동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반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식량 배급도 일찍 시작했습니다. 선진국들처럼 국민들에게 재난 소득을 지급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굶주림을 면하게 하는 수준의 정부 지원 정책을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은 심각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시민들의 이동 제한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은 전 산업의 위축과 소속 근로자들의 소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경 봉쇄 직전 외국인들이 급하게 본국으로 떠나버린 데다, 주력인 MICE 산업 육성을 위하여 유치한 국제 전시와 이벤트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외국인들이 입국하지 못하면서 숙박업과 요식업은 파리를 날리고 있습니다. 그 밖에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들, 식당과 상점의 종업원들, 손님이 끊긴 자영업자들도 겨우겨우 버텨나가고 있을 것입니다. 이러다가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사망자가 발생하기 전에, 생활과 경제 활동의 통제로 인하여 굶어죽는 사람이 먼저 나올 것 같습니다. 무조건 틀어막는다고 장땡은 아닌데 말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겨우 3백여 명의 확진자들 아니 치유된 사람들을 제외하면 100명 남짓한 확진자들이 겁나서 온 국민의 생활을, 경제활동을 계속 틀어막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섭다고 해야할 일을 중단하고, 아프면 치료해야지 아프지 않기만을 바라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봐도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 세계의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 같은데, 이렇게 계속 틀어막고도 살아낼 수 있는지 걱정이 됩니다. 하루빨리 코로나바이러스와 동거하는 방식을 찾든,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든 이 불쌍하고 가난한 나라 르완다가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돌아가고 대중들의 삶도 원래 자기의 모습들을 회복하기를 기원합니다.
2020년 5월 30일
묵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