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만든 것 같은 르완다인 샘플
제가 일을 하면서 만난 두 명의 르완다인이 있습니다. 둘은 아주 비슷한 상황에 처한 두 개의 회사에서 같은 포지션으로 일하고 있는데, 우연찮게도 저는 두 사람을 상대하는 같은 포지션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둘은 정반대의 업무 태도를 지녔습니다. 본인들끼리도 아는 사이인지라, 둘이 서로 극과 극의 업무 태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아는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들에게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습니다. 둘의 차이에 장점도 포함되어 있지만, 흉보는 내용도 있으니까요.
한 사람은 현재 업무상 관련이 있는 A라는 50대 남성입니다. 생글생글 잘 웃고 협조적이고 동글동글하니 인상도 좋습니다. 언제나 공손하니 대화에 응하고 요청 사항에 대해서는 일단 무조건 응대를 해줍니다. 여기까지가 그의 장점입니다. 단점은 절대로 책임질 일은 안 한다는 겁니다. 비록 자기 업무라고 해도 좀 불리하다 싶으면 물러서기 일수고 어떨 때는 아예 대놓고 의사결정에서 빼 달라고 합니다. 또 절대로 업무상의 문제로 상대와 부딪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둥글게 둥글게 합의하여 일단 그 자리를 모면하는 데에 귀신같습니다. 상사로부터 지시를 받으면 그게 불법이든 편법이든 가리지 않고 일단 굴러가게 놔둡니다. 물론 자신은 그 과정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덕분에 대형사고가 터진 적도 있었는데 A는 이 때도 요리조리 핑계 댈 건덕지를 잘 남겨둔 덕에 책임지는 데서 자유로웠습니다. A는 뚱뚱한 미꾸라지 같지요.
다른 한 사람은 저와 과거에 업무상 파트너였던 B라는 40대 여성입니다. 딱 보면 고릴라 혹은 좋게 표현하자면 장군 같이 생겼습니다. 여자한테 장군 같이 생겼다는 게 좋게 표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어깨는 웬만한 남자들보다 넓고 큰 바위 같은 얼굴에 콧구멍이 위압적으로 벌어져 있습니다. 평소에 타인을 대할 때는 이 B도 얌전하기만 하나 업무에 들어가면 몹시 저돌적이 됩니다. 자기 일은 자기가 확실하게 처리하고 자기 관할 하에 있는 일에는 분명하게 책임을 집니다. 이런 특성들이 장점이라면 단점은 이 양반이 타협과 융화 같은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상대나 동료와 부딪치는 것을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으며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싸움과 협박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저와 의견이 같을 때에야 이 B가 믿음직스럽지만, 제가 그와 반대편에 서야 되는 경우에는 몹시 껄끄럽고 지저분한 싸움을 각오해야 됩니다. B는 마치 직진만 하는 멧돼지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 누가 더 같이 일하기 편한지를 가끔 비교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현재 상대해야 하는 A의 태도가 제 마음에 안 들 때 B 생각이 나면서 누가 더 나았을까 비교해보게 됩니다. 결론이요? 아쉽게도 '정답은 없다'입니다. A가 마음에 안들 때는 B가 나은 것 같기도 하다가 B와 부딪칠 일을 생각하면 '그래도 사근사근한 A가 났지' 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러나 A가 사고 치는 것을 보고 나면 저 자리에 B가 있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하고 B가 아쉬워지기도 하고요. 둘을 딱 반반씩만 섞어 놓으면 같이 일하기도 편하고 능력에도 상당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될 텐데 섞을 방법이 없네요. 아차차! 한 사람은 남자이고 또 한 사람은 여자인데 제가 둘을 섞는다는 표현을 쓴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겠네요.
2020년 5월 26일
묵묵